우파 인터넷방송 <名푼수다> 등장
우파 인터넷방송 <名푼수다> 등장
  • 미래한국
  • 승인 2011.11.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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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나는 꼼수다> 저리 비켜!

좌파 인터넷매체인 딴지일보에서 제작한 인터넷 라디오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장안의 화제를 몰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항하는 우파성향의 <名푼수다>가 등장했다. 술자리에서나 나눌 법한 ‘정치 뒷담화’를 격의 없이 풀어놓는다는 설정은 나꼼수와 비슷하지만 내용면에서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현재 28회를 넘기고 오픈 콘서트 전국 투어를 시작한 나꼼수에 비해 <名푼수다>는 아직 시작단계다.

지난 10월 18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박원순은 왜 까도 까도 또 나올까?’ ‘시민단체와 돈... 모금과 삥뜯기의 차이’, ‘10.26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 정당과 시민단체의 미래는?’, ‘알다가도 모를 한나라당과 민주당’, ‘한나라 정족수 겁나 주춤거려?’, ‘강남좌파 없다. 강남좀비만 있을 뿐’ 등의 주제로 토론을 열어왔다. 딴지일보와 같은 좌파진영의 폭넓은 지지층과 작가, 연출가 등 전문인력 없이 ‘보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월 8일 5회째 방송에서는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미래한국>이 취재차 방문한 바로 그날이었다.

‘나꼼수’에 도전장 내민 세 남자 

녹음이 이루어지는 곳은 25평 규모의 사무실. 최소한의 라디오방송 장비 외에는 대학교 동아리 방 분위기였다.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장기간의 전문적 기획과 준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몇몇 젊은 인사들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의분이었다. 평소 세상 돌아가는 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토론을 벌이던 세 남자. 장원재 다문화콘텐츠협회 회장,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박성현 한국인터넷문화협회 회장에게 ‘국내 유일 가카(각하) 헌정방송’이라는 발칙한 부제를 달고 떠드는 ‘나꼼수’가 가뜩이나 거슬렸다.

<名푼수다>는 터무니 없이 부풀려진 나꼼수와 좌파진영에 대한 이들 세 남자의 도전장이었다. 방송을 기획한 장원재 회장은 우선 ‘아는 후배’에게 방송실을 빌려 녹음부터 편집까지 모든 실무를 맡겼다고 한다. 잠깐 취재진과 얘기를 나눈 그 ‘자비량 후배’는 본인이 방송 중에 넣는 효과음이 재미없다고 항의가 많다며 외려 쑥스러워했다. ‘名푼수다’에서는 방송 중간 중간에 재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빵하고 축포를 터트리고 누군가를 닭에 비유해 풍자하면 닭 울음소리를 넣는 식의 효과음을 넣는다. ‘나꼼수’의 효과음을 모방한 것인데 적절한 부분에 효과음을 표시해주는 작가가 없으니 생긴 허점이라고 했다. 당연히 원고도 없고 녹음만 했을 뿐 생방송이나 다름없이 모두 애드리브로 진행해 왔다고 한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전여옥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녹음 전 10분 가량 세상 돌아가는 일을 나누다 “한나라당이 해체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로 시작하죠?”라는 장원재 사회자의 첫 질문만 미리 듣고 녹음실로 들어갔다.

녹음 5분 후 박성현 패널이 중지시키며 “전여옥 의원 인터뷰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색이 국회의원인 전여옥 의원으로서는 방송 출연 사상 처음 받아 본 푸대접(?)이었을 테지만 수긍하고 넘어간다. 다시 큐 사인. 각자 멘트를 너무 많이 하지도, 적게 하지도 않기 위해 적당히 치고 빠진다. 눈치 볼 것 없이 톡 쏘는 전여옥 의원 특유의 달변이 돋보인다. 장원재 사회자는 재치 넘치는 목소리로 분위기를 이끌고 변희재 패널은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 시니컬한 어조로 맥락을 짚는다. 거칠 것 없이 툭툭 던지는 박성현 패널의 멘트가 양념을 친다. 한번의 NG로 끊겼다가 한 쾌로 쭉 이어나가 정확히 50분이 걸렸다.

방송을 마친 후에도 녹음실의 분위기는 약간 들떠 있었다. 한바탕 신나게 놀고 있는데 누가 시간 끝났다고 초 친 것 마냥. 세 패널은 아쉬움이 남는 목소리로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방송이었다”며 만족해 했다. 전여옥 의원은 “앞으로 종종 패널로 참여하겠다”고 약속한 후 떠났다. 명사 패널이 떠나니 녹음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한숨 돌린 후 <미래한국>이 스스로 소개하는 대로 ‘유쾌한 재간둥이 사회자’ 장원재, ‘진지한 저널리스트’ 변희재, 그리고 ‘냉소적인 늙은이’ 박성현, 세 논객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名푼수다’다운 가볍고 유쾌한 소개 방식이었지만 실제 개개인의 경력사항은 화려하다. ‘재간둥이’ 장원재 다문화콘텐츠협회 회장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숭실대 교수, 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자문위원, 대한축구협회 기획위원,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의 자리를 거쳐 왔다. 그를 통해 친구가 됐다는 박성현, 변희재 패널은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좌파운동을 펼치다 보수로 전향한 공통의 과거도 있다.

서울대 재학 시절, 지하 학생운동 조직이자 민중민주(PD)계열의 뿌리인 ‘전국민주학생연맹’의 핵심 조직책으로 활동하다 체포가 되기도 했었던 박성현 회장은 이후 집안의 압박으로 미국으로 훌쩍 유학을 떠났고 귀국 후에는 한국일보 기자로도 활동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친노무현에서 반노무현으로 급전환하는 동안 각종 언론매체를 설립하며 신랄한 글솜씨를 펼쳐왔다. 조선일보에 칼럼을 게재하는 동안에도 과감한 발언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며 현재는 인터넷 뉴데일리의 논설실장으로 있다.

“나꼼수는 소수에 의한 분노의 방송”

‘나는 꼼수다’는 젊은 층의 인스턴트 입맛을 타겟으로 하면서 인터넷 문화를 라디오 방송으로 옮겨 놓았다. 온라인 시사토론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셈이다. 이에 비하면 ‘名푼수다’는 아직은 ‘나꼼수’가 구축해 놓은 바위에 도전하고 있는 하나의 계란이라고 할 수 있다. 가요계로 치면 정식무대에 오르지 않은, 지하세계의 인디밴드 무대에 뛰어든 신인 격이다. 인디밴드끼리의대결인 만큼 정해진 공식을 싫어하는 관객들의 입맛에 맞게 화끈하게 ‘탈선’해 줘야 하는데 우파성향 인사들에게는 그게 또 쉽지만은 않다.

본인들도 이 점을 인식한 듯 처음에 내걸었던 간판 ‘명품’수다도 ‘名’푼수다로 바뀌었다. ‘명품’이란 단어가 이 말도 저 말도 나오지 못하게 해서 제대로 된 비판을 가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름도 바꿨는데 과연 얼마나 망가지고, 또 얼마나 뜰 수 있을까? 장원재 진행자는 일단 ‘자본의 크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저희는 완전히 애드리브이지만 나꼼수는 리서치가 대단하죠. 다들 자원봉사니까요. 방송 다운로드 숫자가 많아서 통신비도 많고 한 회에 1,000만원이 넘게 투자될 겁니다. 작가들 2~4명이 붙어 있다고 들었어요. 풀가동하는 거죠. 거기에 비하면 저희는 거의 게릴라전 수준이에요. 종전의 우파와 좌파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죠. 리서치도 없고 후배 방송실을 강압하다시피해서 쓰고 있죠. 방송 준비라고 해봐야 방송 끝나고 나서 한 시간 정도 다음 주 얘기하는 것과 시작하기 전에 한 시간 정도 나누는 게 전부입니다. 주중에는 페이스북에서 메시지로 얘기 나누고 있구요.”

기자가 “좀 더 세게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자 박성현 패널이 반박하고 나섰다. ‘名푼수다’에서 가장 ‘나꼼수다운’ 풍자와 독설의 입담을 자랑하는 박성현 패널은 ‘나꼼수는 앵그리 영맨’이라고 정의했다.

“나꼼수가 내뿜고 있는 세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강도는 굉장히 셉니다. 앵그리 영맨의 관점을 표현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현재 젊은 세대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꼭 그러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건 아니거든요. 비한나라 성향은 많지만 ‘나꼼수’처럼 비한나라나 비여권의 정서를 넘어 맹렬한 증오와 분노를 가진 사람은 드뭅니다.”

진행자 장원재 박사는 “나꼼수의 인기도는 부풀려져 있다”며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나꼼수의 조회수가 1,2백만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그 중 모든 내용을 풀(full)로 듣는 사람은 백만 정도라고 보거든요. 20대에서 40대의 숫자가 1,500만 정도 될 거구요. 그중의 10% 정도만 이런 맹렬한 분노에 공감한다는 거죠. 자기 잠재적 사이즈의 전부라고 보면 돼요. 하지만 이들도 중복적으로 다시 보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굉장히 많고 이들이 사회의 다수입니다.”

“30대를 타겟으로 하는 한편의 詩가 되겠다”

변희재 패널은 ‘名푼수다’가 셰익스피어의 연극처럼 한 시대를 꿰뚫는 통찰이 담긴 방송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희 방송의 테크닉과 완성도는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보세요. 당시 시대인 16세기 말, 17세기 초로 돌아가면 굉장히 대중적인 포맷인데 그 파격적인 대중적 포맷 안에 어마어마한 지혜와 통찰을 담고 있잖아요. 저희도 그러한 방송을 만들어 보고 싶죠. 아직은 개선점이 많지만요.”

‘名푼수다’는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지 않았다면 좀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방송이다. 온갖 매체를 접하며 발달된 2,30대의 감성에 호소하자니 개선점이 많아지는 것이다. 장원재 사회자는 ‘30대의 대리가 우리 앞에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방송을 한다고 말했다. 박성현 패널도 오늘 촬영 약속에 맞춰 캐주얼한 모자와스카프로 젊은 분위기를 연출한 열성을 보여줬다.

“‘名푼수다’가 25~35세에 도달할 수 있는 내공과 완성도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그 타겟에 정확히 다가가고 있지는 못해요. 그 세대에 다가갈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는 떨어지죠. 하지만 나꼼수보다는 격조 있는 방송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층이 타겟이기는 하지만 ‘나꼼수’의 ‘막장’ 스타일만은 모방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나꼼수’는 인터넷 하위문화를 수용한 만큼 비방의 수위가 세졌고 욕설이 난무한다. 변희재 패널은 자신들의 목표는 ‘품위 있게 망가지는 것’이라며 욕설만은 삼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오늘 쓴 최대의 비속어는 ‘개긴다’ ‘버벅댄다’ 정도입니다. 저희는 언어가 좀 부드럽죠. <풍자와 유머가 격조가 있고 삶과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합니다. 삶과 세상에 대해 건강한 관점을 가진 해악을 펼치고 탐구하고 관찰해야죠. 오늘도 한나라당을 실컷 비판했지만 끝에 가서는 낙관적으로 마무리했죠.> 아까 전여옥 의원도 ‘방송은 한 편의 시 같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희 방송도 좀 더 발전해야죠.”

사회를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을 대변하는 것이 ‘名푼수다’의 목표라고 한다. 방송의 마지막은 결국 긍정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패널들은 앞으로 ‘늙어 죽을 때까지 방송하고 싶다’며 보수, 진보 구별 없이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단, ‘대한민국과 세계 시장을 인정하면 누구든지 오케이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인격적으로 밟힐 각오를 해야 한다’는 원칙은 내세웠다. 망가지기로 작정했지만 ‘품위’는 지키겠다는 자존심과 수용은 하겠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있다는 고집이 ‘名푼수다’의 자본이고 원고이다. (조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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