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이 대북식량 지원을 결사반대하는 이유는 …
탈북민들이 대북식량 지원을 결사반대하는 이유는 …
  • 미래한국
  • 승인 2011.11.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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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이야기] 이애란 경인여대 교수

나는 북한에서 식품업계에서 일했고 한국에 와서는 식품영양학을 공부했다. 박사논문 주제도 북한의 식생활에 관한 것이었다. 이러한 나의 삶과 연구과정을 통해 북한의 체제유지의 핵심이 배급제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목격하고 되짚어 보게 됐다. 

이제 말했듯 북한 체제유지의 핵심은 배급제인데, 배급제의 핵심은 차별이고 그 차별의 핵심은 당권력의 부인들이 배급과정에 침투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당권력과 ‘푸드파워’가 결합돼 북한체제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1945년 해방 이후 처음으로 간헐적 배급제를 시작하다가 1958년부터 전면적 배급제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배급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주민이동과 거주지 제한, 통행의 자유 제한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게 됐다. 남한에서 연좌제에 대해 비판이 많지만, 그래도 그나마 공직에 진출할 때가 제일 문제지 공부하고 대학가고 이사가고 하는 건 자유였지 않나.

북한에서는 출신 성분이 나쁘면 탄광, 임산, 광산에 강제로 이주돼 평생을 임산 벌목공 노동자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도 본인뿐 아니라 대대손손 이어서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노예제도와 같다. 일반적으로 시골 처녀가 도시 남자와 결혼하면 남자가 있는 곳으로 거주지를 이동할 수 있는데, 탄광 임산 광산 출신 처녀의 경우에는 일반 남자와 결혼해도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다. 남자가 그곳으로 따라와야 한다. 그 지역 출신 중에는 군대도 안 뽑고, 물론 공부도 못한다. 일반 주민들 중에도 뭘 잘못하면 탄광 광산 임산으로 혁명화 노동을 보낸다.

배급제가 만들어낸 북한의 노예제도

배급제에서 배급량은 0~1세 아이에게 100그램, 2세 200그램, 3세 혹은 전업주부와 일을 못하는 은퇴자에게 300그램을 준다. 은퇴해도 김일성이 주는 각종 상 표창을 받으면 500, 600그램을 받는다는 규정도 있지만 못 받으면 은퇴 후 평생 300그램을 받는다. 어른이 그걸 먹고는 절대 못 사니까 다른 식구의 배급을 뜯어먹어야 하는데 거기서 고부갈등 등 온갖 가족문제가 생긴다. 그 외 초중학생은 500그램, 고등학생 600그램, 직장에 나가면 노동에 따라 700그램에서 1킬로그램 등을 받는다.

이렇게 배급의 양은 계급을 막론하고 모든 주민이 나이와 상황에 따라 일정한데 그럼 정부가 어떻게 주민을 핸들링을 하느냐면 바로 입쌀(흰쌀)로 한다. 북한에서 흰쌀밥은 신분과 명예의 상징이다. 평양의 경우 배당량 중 입쌀이 70%에 잡곡이 20, 30% 정도한다. 시골 출신 성분이 나쁜 지역은 그 반대가 된다.
또한 간부가 되면 일반 식량 배급 외에 이른바 65공급소에서 식용유 담배 설탕 신발 등 생필품 배급을 차별 배급받는다. 북한 남자들은 담배를 배급받을 때 물주리(필터) 담배가 신분과시의 수단이 된다. 언뜻 그런 게 별것 아니라고 초연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 사람들이 굉장히 쫀쫀하지 않나. 작은 걸로 상처받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게 우리 인생이다. 그래서 북한은 담배와 같은 작은 걸 가지고 주민들을 통치해 왔다. 얼마나 치사하고 영악하고 슬픈 현실인가. 

그래서 배급소와 생필품 유통기관, 딸라(달러)상이 북한의 최대 요직이 되는데 이 자리는 주로 빨치산 부인 며느리 등이 차지한다. 그들은 대체로 얼굴이 예쁘다. 그건 한국에서 재벌들이 미인하고 사는 것하고 비슷하지 않나. 북한에선 '빨치산 줄기' 며느리가 제일 예쁘다. 딸들은 안 예뻐도 며느리는 예쁘다. 속된 표현이지만 한번 세대교체가 되면 2세는 예뻐진다. 북한에서는 '종자 개량'이라는 표현을 쓴다.

방북자들이 만난 북한 미녀들, 배경은…

먹을 것을 다루는 식당들도 주방장이 거의 간부집 마누라들이다. 그래서 한때는 북한에서 간부집 마누라를 식당, 매점에서 내보내라고 지시까지 나올 정도였다. 물론 그 지시는 몇 년 뒤 사라졌다.

남한에서는 우리가 쌀을 안줘서 북한이 어렵다고 하는데, 솔직히 쌀을 지원하는 문제라면 우리 탈북자들이 가장 주고 싶은 것 아닌가. 우리 가족 친척들이 거기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정작 쌀지원을 가장 반대하는 이들이 탈북자들인데 왜냐하면 그것이 북한주민을 해롭게 하고 김정일 정권만 이롭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북한의 새로운 정황 하나. 최근 무역상 리용남이 총살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 북한에서 2012년은 강성대국 완성의 해라고 선전해 왔는데 (그나마 지금은 잘 안 돼 '강성대국의 문만 열겠다'로 말을 바꿨지만) 내년부터 배급제를 부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무역상 직원들이 해외에 나가서 쌀을 구하는 게 일인데 리용남이 그걸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김정은 3대세습 확정과도 관련이 깊다. 1990년대 이후 주민의 12% 정도만 배급을 받고 56%는 시장, 나머지 29% 정도가 농사, 그리고 나머지는 구걸로 연명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그럼 배급을 받는 이 12%는 누구냐 하면 빨치산 하던 이른바 백두산 줄기나 봉화산 줄기, 김정일 주변의 용남산 줄기, 리모 노인 등 비전향 장기수 같은 지리산 줄기, 북송교포들인 후지산 줄기 등이다.

북한판 로또 … 배급 얻기 위한 무한 충성

그러다가 가끔씩 쇼나 이벤트로 일반 주민들에게도 특별한 신분과 배급제의 혜택을 부여하는데 그건 로또 심리와 마찬가지다. 극심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혹시 나도 거기에 끼게 되지 않을까 하며 정권에 무한 충성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 사람들의 심리가 바로 그것이다. 한번 당의 눈에 띄어 당선되면 일생의 문제가 한번에 해결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에 쌀을 보내는 것이 돕는 것이 아니다. 우리 남한에서도 어떻게 하면 북한 주민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충성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연구해야 한다. 

북한에 쌀을 보내면 핵심계층이 먼저 먹고 힘을 얻어 자유민주세력을 더 탄압을 하게 된다. 그래서 대북지원을 재개함으로써 북한에서 배급제가 부활하도록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배급제가 아니라 시장에서 각자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북한은 배급제를 부활시키지 못하는 한 김정은 세습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한국)
 

강연/ (사)국제외교안보포럼(11/17),  (사)세이브엔케이(12/12)  
정리/ 김범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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