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反共)은 지속돼야 하는가
반공(反共)은 지속돼야 하는가
  • 양동안
  • 승인 2011.11.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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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체제가 안정되게 지속되려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파괴 와해하려는 공산주의자와 파시스트는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내외 공산주의세력의 공격에 크게 노출돼 있는 환경에서는 반공(反共)을 보다 단호하게 전개해야 한다.

한편 이러한 반공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들이 있다. 반공반대(反反共)는 두 방면에서 주장되는데 첫째는 공산주의자 및 그 동정자들의 반반공이고, 둘째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진영의 일부 이론가 활동가들의 반반공이다. 공산주의자 및 그 동정자들은 도둑놈들이 도둑처벌법을 반대하는 것과 같이 극히 자연스런 일이기에 논의할 가치가 없지만 애국진영의 일부 이론가·활동가들의 반반공 주장은 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반공반대의 주요 논거는 다음 5가지이다.

반공을 반대하는 5가지 오류       

[하나. 반공은 냉전시대·권위주의시대의 정책이므로 탈냉전시대 민주주의시대에는 청산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반공과 권위주의를 결합해 반공권위주의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2010년대인 현재는 시대가 바뀌었으므로 반공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전형적인 냉전 상황이며, 반공은 권위주의 독재정권만이 취하는 노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사상적 차이에서 비롯된 냉전이 유럽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라진 것은 틀림없으나, 한반도에서는 아직도 완고하게 지속되고 있다. 현재의 남북한 관계는 미소 냉전이 절정에 있을 때의 미소관계보다 더 긴장된 관계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남북관계는 결코 평화관계가 아니었다. 당시 남한 정부는 탈냉전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데 반해 북한 정부는 그러한 남한 정부의 노력을 역이용해 그들의 대남 공격력을 강화하는 냉전 고수적 입장을 취했다. 세계 다른 지역이 탈냉전시대에 있다고 해서 한반도도 탈냉전시대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구 적도지방의 기온이 덥다고 해서 북극지방의 기온도 무덥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게 잘못된 견해이다.

한편, 반공은 권위주의독재정권만 취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의 보수당, 미국의 공화당, 서독의 기민당 등 권위주의 독재와는 거리가 먼 자유민주적 정당들이나 그들의 정부는 국내의 정책에서 강한 반공 입장을 취한다. 반면에 제3세계의 권위주의 독재정권 중에는 용공적 태도를 취한 경우도 적지 않다. 권위주의 독재자들인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이집트의 나세르, 버마의 네윈 등은 용공정책을 취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는 민주화로 인해 합법적 활동 공간이 확대된 것을 이용해 공산세력이 각종 위장전술로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려는 노력을 보다 강하게 전개하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려면 반공을 더욱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 공산주의는 이미 패배했으며, 반공은 남북관계 개선이나 대중국관계 증진에 방해된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체제경쟁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했고, 남북한 간의 체제경쟁에서 남한이 승리했으므로 남한이 공산화될 가능성은 전무하기 때문에 반공의 필요성이 사라졌고, 반공은 남북관계 개선이나 대중국관계 증진을 방해하므로 그만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와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했고 남한의 국력이 북한의 국력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것은 틀림없는 일이지만, 그러한 사실이 남한 내부의 반공의 필요성을 소멸시켜주지는 못한다. 자본주의 경제가 번영하면 공산화의 위험성이 낮아질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한다 해서 공산화의 가능성이 전무해지는 것은 아니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그 내부 모순이 심각해져서 공산주의혁명이 초래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공산주의가 전 세계적 체제경쟁에서는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인접지역인 북한과 중국에서는 공산주의체제가 버티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국부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남한 내부에서는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체제를 전복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투쟁하는 세력들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최소한 축소되지는 않고 있다.

현재의 조건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남한의 공산화 가능성이 과연 전무할까? 대한민국의 체제가 당장 공산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가 공산세력의 다양한 공격으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될 가능성은 높다. 아니 현 시점에서 곤경을 겪고 있다.

반공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대 중국관계 증진에 지장을 준다는 주장은 1980년 12월의 반공법 폐지가 바로 그런 주장을 밑받침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반공법 폐지는 대외적 공격적 반공을 폐지하기 위한 것일 뿐, 국내적 방어적 반공까지 폐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반공은 방어적 반공일 경우 북한공산정권에 대한 반대로 확대 해석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중국과 관계 증진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 하의 번영을 목적으로 한 것인데, 중국과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국내용 방어적 반공을 폐지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험에 빠트리는 것으로서 대중국 관계 증진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반공하면 남북 화해가 어렵다는 것이나 반공은 하지 말고 반종북세력 반북한정권에 주력하자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주장은 자가당착적 주장이다. 반종북-반북한정권은 반공보다 더 직접적인 북한정권 반대인데 북한정권과의 화해를 이유로 반공을 폐지하고 반종북 반북한정권에 주력하자는 것은 논리적으로 정합하지 않다.

[셋. 남한에는 진정한 공산세력이 별로 없으므로 반공이 아니라 반종북에 주력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북한정권은 공산정권이 아니며, 공산정권이 아닌 북한정권을 추종하는 남한의 종북세력도 공산주의세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정권은 스스로를 공산정권이라고 부르며, 자기들이 실천하고 있는 통치체제를 ‘우리식 사회주의’라고 칭한다. 북한은 김일성 가족의 왕조적 독재의 성격이 가미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노동당(공산당)의 이름과 조직을 통해 독재를 하고 있다. 북한정권은 사유재산제를 폐지하고 계획경제를 실시하고 있다. 

 북한정권이 이론 및 실천의 면에서 공산주의체제의 이념형으로부터 상당히 이탈해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공산주의 정권의 현 실태에서 드러나는 핵심적 특징은 모두 가지고 있다. 북한정권은 변태적 저질 공산정권이기는 하지만 공산정권인 것은 분명하다. 변태적 저질 공산정권은 ‘공산정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저질 변태적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타당하다. 그런 주장은 공산정권을 미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공산정권만 공산정권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남한의 종북세력이 북한정권에 추종하는 일차적 원인은 남한에서 공산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북한정권에 추종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라는 판단에 있다. 인민혁명당, 통일혁명당, 남민전의 무리들이 북한정권을 추종한 것은 그들이 일차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정권을 반대하는 것은 북한정권이 공격적 공산정권이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이 남한을 공산화하려는 공격적 공산정권이 아니라면 우리가 북한정권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필요가 없다. 북한정권이 공격적 공산정권이어서 남한 내에 종북세력을 양성하면서, 또는 전쟁을 위협하면서 남한을 공산화하려는 책동을 지속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북한정권에 반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종북세력이 공산주의세력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반대할 필요가 없다.

[넷.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공산세력이라도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정권을 장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려면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왜 제대로 실천하려 하는가?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가 좋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가 귀중한 것이라면 자유민주주의가 와해되는 일은 절대 저지해야 한다. 그래서 서독-독일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거부하는 공산주의세력이나 파시스트세력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서일지라도 정권을 장악할 수 없도록 저지하기 위해 기본법에 국민저항권을 명시해 놓았다.

자유민주주의는 귀중한 체제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해야 하는데, 그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 공산당에 의해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와해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공산주의나 파시즘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절대시 하는 주장이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공산주의나 파시즘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절대적으로 옳은 체제여서가 아니다. 반공은 국민의 자유를 탄압하고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나쁜 체제인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공산주의체제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대체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다섯. 반공은 사상의 자유와 양립할 수 없으므로 폐기돼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자유민주주의는 원리상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게 돼 있으므로 의무적으로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며, 최소한 선전의 자유까지는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상의 자유를 이유로 반공을 반대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를 외면한 것이다. 사상의 자유는 원래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을 배척하기 위해 주장된 것이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주장은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을 사상의 자유 경쟁시장에서 배척하자는 주장이다. 사상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 까지 보호하기 위해서 주장된 것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자유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사상들은 원칙적으로 사상의 자유를 긍정하는 사상들이다.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들에 대해 자유민주체제가 어느 정도 관용을 베풀 것인가는 각국에서 자유민주체제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의미 있는 위협이 없는 환경에서는 보다 폭넓게 관용되는 것이고, 위협이 심각한 국가에서는 보다 협소하게 관용되는 것이다. 내외로부터 전복 위협이 심각한 환경에 처해 있는 한국에서는 공산주의에 대한 관용의 폭이 매우 협소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조건에서는 공산주의에게 선전 이상의 자유까지 관용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붕괴를 초래할 어리석은 짓이다. 또한 관용은 상호적이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체제가 공산주의세력에게 정당 결성의 자유를 허용 받으려면 공산주의세력도 최소한 폭력혁명노선과 프롤레타리아독재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

양동안 현대사상연구회장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

(본 원고는 11월 10일 현대사상연구회와 시대정신이 공동주최한 반공-국보법폐지 논쟁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을 <미래한국>이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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