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방송 폭스뉴스는 이렇게 성공했다
美 보수방송 폭스뉴스는 이렇게 성공했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1.12.0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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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Fox)뉴스는 미국에서 24시간 뉴스를 방송하는 케이블뉴스다. 원조 케이블뉴스 방송인 CNN, 마이크로소프트와 NBC가 합작으로 만든 MSNBC에 이어 3번째로 등장한 케이블뉴스방송이지만 출범 후 6년 만에 이들 모두를 제치고 시청률 1위로 올라서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현재 미국 내 시청자 수는 1억200만명. CNN과 MSNBC 시청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미디어 전문기관인 닐센 연구에 따르면 저녁 프라임 시간 폭스뉴스 시청자는 207만명이고 CNN은 111만명, MSNBC는 73만 명이다. 케이블 뉴스 인기 탑 프로그램 10개 중 9개가 폭스뉴스 방송 프로그램이고 1위는 104개월 동안 연속 1위를 하고 있는 ‘오 라일리 팩터’(O’Reilly Factor)다.

폭스뉴스는 1996년 10월 7일 첫 방송을 했다. 폭스뉴스를 설립한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이 1985년 5월 CBS, NBC, ABC 등 미국 3대 방송국에 겨룰 수 있는 제4의 독립 방송국을 세울 것이라고 발표한 후 11년 만의 일이다.

머독은 자신을 자유주의자(libertarian)라고 규정하며 자유주의자는 보수주의자보다 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더 작은 정부와 더 적은 규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CNN이 지나치게 진보라며 이에 대응하는 케이블뉴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고 그 답이 폭스뉴스였다.

머독은 1996년 1월 폭스뉴스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후 공화당 정치전략가이자 NBC 간부인 로저 에일스(Roger Ailes)를 폭스뉴스 회장으로 영입했다. 로저 에일스는 NBC에서 같이 일했던 직원 89명과 함께 하루 14시간씩 일한 끝에 그해 10월 첫 방송을 내보냈다.

에일스 회장은 공화당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시작으로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미디어 담당 선거참모로 활동하며 이들의 당선에 견인차 역할을 한 보수주의자다. 그는 자신의 성장 과정은 ‘하나님, 나라, 가족’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 3가지는 자신의 신조로 폭스뉴스가 성공한 원천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폭스뉴스는 정치적으로 어디에 치우치지 않는다고 겉으로는 말하지만 실제로는 보수다. 미국 내 보수 논평가와 논객 등의 목소리를 계속 내보내 공화당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가장 정부가 선호하는 언론이었지만 민주당의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지금은 정부로부터 가장 괄시받는 언론이 됐다.

대표적인 예가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과 폭스뉴스 간 전쟁이다. 당시 데이빗 액셀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램 에마뉴엘 백악관 비서실장 등은 “폭스뉴스는 뉴스기관이 아니라 공화당의 오른팔”이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애니터 던 당시 백악관 커뮤니테이션 국장은 “폭스뉴스가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에 대해 전쟁을 벌이는 이상 우리는 그들을 합법적인 뉴스기관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백악관은 행정관리들의 폭스뉴스 출연을 금지해 언론 통제에 나섰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 배경에는 폭스뉴스가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높여 온 ‘반(反) 오바마’ 목소리 때문이다. 에일스 회장은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하자 폭스뉴스를 ‘반 오바마 목소리의 출구’로 바꿨다. 대표적인 것이 CNN 평론가였던 글렌 백(Glenn Beck)이 사회를 보는 ‘글렌 백 쇼’의 시작이다. 에일스 회장은 2009년 1월 글렌 백 쇼가 시작되기 전 글렌 백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라가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다. 폭스뉴스는 새 행정부에 맞서려는 유일한 뉴스 출구 중 하나다. 나는 폭스뉴스를 알라모(Alamo)라고 본다. 우리는 마지막 총알을 쏠 때까지 카메라 앞에 앉아 있으려는 사람만 있으면 된다.”(알라모는 1835년 12월 180여명의 텍사스 의용군들이 수천명의 멕시코 군대에 맞서 싸우다 모두 전사한 요새 이름이다.)

이후 글렌 백 쇼는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위기를 다루는 방식들이 미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몰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분노 섞인 비판을 쏟아냈고 첫 방송에 220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일약 폭스뉴스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부상했다.

1996년 폭스뉴스 시작 때부터 같이 있었고 현재 1위의 케이블 뉴스 프로그램인 ‘O’Reily Factor’의 진행자 빌 오라일리는 폭스뉴스가 일관되게 보수의 목소리를 낸 것이 성공하게 된 대표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공화당원의 72%가 폭스뉴스를 우호적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라일리는 폭스뉴스의 방송들은 뉴스를 단조롭게 반복하지 않고 독특하고 재미 있게 시청자들에게 선사해온 것도 성공의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폭스뉴스는 단순 뉴스보도 보다 사회자들이 특정한 이슈를 갖고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해 미국 내 진보좌파들을 비판하는 것이 특징이다.

폭스뉴스의 영향력은 ‘폭스뉴스 효과’(The Fox News Effect)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크다. 폭스뉴스가 국내정책은 물론, 선거 당락 등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파노 델라 비그나 UC 버클리대 교수는 폭스뉴스 때문에 유권자의 3%에서 8%가 공화당 쪽으로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는 폭스뉴스가 출범한 1996년부터 2000년 대선까지 폭스뉴스가 유권자에게 미친 영향을 조사했는데 폭스뉴스가 방영된 마을에서는 공화당 후보들이 0.4%에서 0.7%의 지지를 더 받았고 그 덕택으로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후보는 플로리다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2008년 대선 중 폭스뉴스 때문에 자신의 지지도가 2,3% 떨어진다며 ‘폭스뉴스 효과’를 인정했다.

폭스뉴스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후 부상한 풀뿌리 보수운동인 ‘티 파티(Tea Party)’의 구심적 역할을 하며 2010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폭스뉴스는 티 파티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내보내 공화당 내 기성세력을 자극하고 티 파티 운동가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티 파티 지지자들 63%는 폭스뉴스를 통해 현 정치 상황과 이슈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답했다.

한 예로 폭스뉴스는 2009년 11월 뉴욕23지구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 동성결혼, 낙태 등을 지지하자 그를 소위 ‘이름만 공화당원’(RINO. Republican in name only)이라고 공격했고 티 파티 운동가들이 이에 동조하며 결국 그는 출마를 포기했다.

민주당 소속의 공공정책여론조사가 지난 1월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폭스뉴스는 공영방송인 PBS에 이어 미국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뉴스채널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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