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왕조 종말 초읽기
김씨왕조 종말 초읽기
  • 미래한국
  • 승인 2011.12.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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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부회장(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냉혹함과 잔인함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독재자 김정일의 철권통치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강성대국’을 창출하고, 3대 세습을 굳히고자 했던 2012년을 불과 2주 앞두고 김정일이 급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정일의 사망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또한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면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국내 곳곳에 퍼졌다.

정부의 조의 표명, 조문사절단 파견, 분향소 설치, 쌀 지원 재개 등에 대한 논쟁이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급격한 붕괴가 두려워서인지 북한 내의 조속한 안정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듯싶다. 마치 김정은 체제가 하루빨리 정착하기를 바라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정관계를 통틀어 그 누구도 김정일이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해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김정일 사망에 대한 정확한 의미는 우선 김정일의 혹독한 전체주의 정권 하에 대다수의 북한주민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배경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소위 ‘고난의 행군’ 시기에 극도의 빈곤을 방치해 많게는 300만 명의 아사자를 발생시킨 장본인인 것을 아무도 기억 못하는 걸까? 바로 작년, 두 차례에 걸쳐 야만적인 무력 도발을 감행해 수십 명의 선량한 젊은 생명을 앗아간 총책임자인 것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대한민국에는 왜 존 매케인 같이 “김정일이 죽어서 이제 세상은 더 좋아졌다”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정치인이 없는 것일까? 아무리 살펴봐도 여의도에는 서로 눈치만 보는 정치인들만 보인다.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무서워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의 불안한 세습은 북한체제 붕괴의 초읽기를 의미할 수도 있고, 결국 통일이 앞당겨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뭘 망설이는지 답답하다. 이번 기회에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앞당겨 우리 힘으로 북한주민들을 66년간의 악몽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주민들은 자신들의 고통이 미국과 남한이 아닌 ‘김씨왕조’ 때문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김씨왕조’의 존속을 위해 자신들이 수십 년간 희생돼 왔다는 사실도 이젠 다 안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자유.민주 통일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북정책은 북한주민이 간절하게 간직하고 있는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역사적 기회는 바로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김정일의 사망으로 인해 북한정권은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전체 인구 2~3%에 불과한 기득권 세력에 맞서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민주화 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도와줘야 한다.

분단관리, 유화정책 운운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해 직.간접적인 지원과 심리전, 그리고 국제적 압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부의 압력이 가중될수록 김정은을 반대하는 세력은 힘을 얻을 것이고 체제 붕괴의 확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매케인은 “이런 불확실한 시기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창의적인 지도력”이라고 했다. 아마도 북한정권을 슬기롭고 평화적으로 종식시켜 북한주민에게 자유와 인권을 보장해주는 목표를 두고 얘기한 것 같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 특히 대권후보들은 앞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 생겼다. 김정일 사망으로 온 기회를 포착해서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펼쳐 북한주민에게 자유의 희망을 줄 것인지, 아니면 소극적인 자세로 북한주민을 김정은 체제에 맡겨놓고 또 수십 년간 방치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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