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란 이것이다”
“자유주의란 이것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1.09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12권 논문 전집 출간한 서양사학계 원로 노명식 교수

최근 역사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제외하는 문제로 논쟁이 뜨거웠다. 서양사학계의 1세대 학자로 1991년 <자유주의의 원리와 역사>라는 책을 출판해 한국출판문화상 저작상을 수상하고 최근에는 이를 20년만에 <자유주의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출간한 노명식 교수를 <미래한국>이 만났다.

노명식 교수는 지난 6월 50여년간의 저서와 논문, 강의록과 신문, 잡지 등의 기고문을 모아 12권으로 묶어 ‘노명식 전집’을 출간한 바 있다. 특히 출판비용 1억2,000만원을 자비로 부담해 300세트를 만들어 주변사람들과 대학 도서관, 연구자 등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전집을 출간한 ‘책과함께’에서는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1789~1871> <자유주의의 역사> 등을 선별해 시중에 판매하기도 했다.

자유 없이는 민주주의 이루어지지 않아

- <자유주의의 역사>를 쓰셨는데, 자유주의란 어떤 것인가요?
자유 없이는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자유주의의 기본 바탕은 개인주의(individualism)입니다. 이기주의(egoism)는 자기가 제일이라는 나쁜 태도입니다. 개인주의는 우주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가 개인이라는 입장이에요. 이를 체계화한 것이 개인주의 철학입니다. 개인주의가 발달되지 않으면 자유주의가 될 수 없습니다. 근세 서양 문화권 이외의 이슬람권이나 유교권에서는 개인주의가 발달하지 못했어요. 어느 정도 극복한 나라가 일본인데 일본도 군국주의가 들어서며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이념 뿐만 아니라 생활화돼야 진정한 자유주의라고 할 수 있어요. 말씀이 관념이라면 육화(肉化)돼 생활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자유주의 정신이 법률로 제정되고 실제 활용되는 것이 중요하죠. 우리나라에서는 자유주의가 반공이데올로기라는 좁은 의미로 국한돼 있지만 본래 자유주의는 공산주의, 파시즘 등 전체주의를 반대하는 개념입니다.

- 자유주의가 우리나라에서는 보수, 미국에서는 진보적인 개념으로 쓰일 때가 많습니다.
자유주의 이념이 현실 생활의 밑바닥에 널리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은 자유주의의 강점이면서 약점입니다. 과거에는 자유주의가 특유한 정치 형태를 집중적으로 표현하고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져 형태가 흐릿하게 희석돼 있습니다. 보수주의와 사회주의도 자유주의의 전제와 태도를 자기들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자유주의의 우세와 한계를 함께 말하는 것입니다. 자유주의적 원리는 이제 주요한 정치 운동과 정당 활동에 날카로운 활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 이외의 다른 정치적 전통들이 자유주의의 원리를 제 것으로 흡수해 자기 변모를 하는 사이에 자유주의는 혼합과 희석에 의해 힘이 약해졌습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 변화 바라는 북한주민 생각해야

- 최근 국사학계에서 ‘민주주의’ 앞에 ‘자유’를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고 해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박정희 정부 때 대학 교양필수과목 중 세계문화사를 국사로, 철학을 교련으로 대체했습니다. 사람이 사고하는 방식을 잘 가르칠 수 있는 학문이 철학입니다. 한국사만 배우면 안목이 좁아집니다. 지금의 대학 교수들이 이런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를 세계사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세계사를 한국사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배나 제자들이 보내주는 문서를 보니 최근 국사학자들이 이런 점에서 연구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민주주의는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하나입니다. 1848년 프랑스 2월혁명 때 토크빌이 일찍이 간파한 바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자유주의와 결합하느냐, 사회주의와 결합하느냐의 갈림길이 있는데 민주주의가 자유주의와 결합해야 자유민주주의로 성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공산주의와 싸우는 민주주의는 당연히 자유민주주의여야 합니다.

- 우리나라의 좌우 이념 대립의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20세기를 거의 경험한 사람으로서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좌우의 문제는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10년대 일어난 3·1운동 때만해도 그런 현상이 없었습니다. 1920년대 들어 독립운동이 두 길로 나뉩니다. 공산주의를 지향해 독립을 추구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입니다. 그 당시 공산주의는 독립을 목적으로 식민지 해방 운동 차원에서 전개됐어요. 나라를 빼앗긴 입장에서 미국이든 소련이든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후 해방이 될 때까지 독립운동 세력 내에서 좌우 대립이 계속됩니다. 아마 38선으로 분단이 안 됐더라도 좌우로 나뉘었을 것입니다. 분단이 되면서 이데올로기 투쟁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 투쟁화한 것이지요.


- 김정일 사후 사실상 김정은 3대세습을 시작한 북한을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은 이름만 공산주의입니다. 스탈린, 모택동도 세습하지 않았습니다. 히틀러, 무솔리니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산주의 입장에서 볼 때도 이단아가 나온 것입니다. 북한의 앞날을 전망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최소한 반 년은 두고 봐야 합니다.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에서 반란이나 폭동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또한 핵무기의 안전한 관리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등 북한을 안정시키려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도 북한의 안정을 얘기하지만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사망을 계기로 변화를 바라는 많은 북한주민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 어떤 취지에서 이번에 저서를 자비로 출간하셨는지요.
20만~30만원씩 하는 12권짜리 저서를 그것도 20세기에 관한 내용의 책을 선뜻 사기 쉽지 않습니다. 대학 교수가 생활하기 어려운 것을 뻔히 아는데 후배나 제자 교수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싫었습니다. 책을 낸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비용을 한번에 내지 않고 조금씩 나눠 내는 것이라 저 혼자 힘으로 감당했습니다.(미래한국)
인터뷰/강시영 기자  ksiyeong@futurekorea.co.k
사진/미래한국 자료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