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첫 단추' 남한 진격 부대 방문
김정은의 '첫 단추' 남한 진격 부대 방문
  • 미래한국
  • 승인 2012.01.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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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상백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독일이 낳은 시인 괴테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 속담에도 ‘시작이 반’이라 했고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 했다. 모두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격언들이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첫 공식활동으로 새해 첫날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방문했다. 김정일 사후 처음으로 맞는 지난 8일 김정은 생일날 조선중앙TV는 ‘백두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여’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내보냈다. 2010년 1월 이후 김정은의 이른바 ‘현지지도’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영화의 중심 내용은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이었다.

우리가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의 새해 벽두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김정일 사후 그의 첫 공식활동이 어떻게 시작되느냐에 따라 향후 북한의 총체적 움직임을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시작을 의미하는 ‘처음’이라는 말은 단순히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한다는 뜻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첫 공식활동으로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방문했다는 점이 대수롭다. 김정일 사후 처음 맞는 그의 생일날 포사격과 전차전을 벌이는 사단 시찰 기록영화를 내보냈다는 점이 심상치 않다.

북한의 '제105탱크사단'은 6.25전쟁 때 맨 처음 서울로 진격해 들어온 부대다. 이 전차부대에는 전차가 달리는 길 양편으로 부산 등 남한의 주요 지명들이 등장하는 ‘남한 진격’ 가상 훈련장이 있다. 북한의 지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첫 번째 공식활동으로 그런 부대를 방문했다는 사실과, 그의 생일날 그런 부대 시찰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2010년 김정일이 이 부대를 방문한 두 달 뒤 천안함 폭침사건이 터졌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김정은이 ‘제105탱크사단'을 방문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북한의 상시적 대남 도발 기류를 감지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김정은 체제 북한은 대내외 주요 정책 방향을 밝히는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일 대로 높였다.

공동사설은 김정일 장례 조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를 "남조선 역적 패당의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위"라고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무모한 군사적 도발과 전쟁연습 책동을 걸음마다 짓부셔버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북한의 이 같은 대남 강경 기조는 김정일 추도식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가 내놓은 대남 강경 성명의 연장선이다. 김정일 장례식과 추도식을 마친 뒤 북한이 남측에 보낸 첫 번째 시그널이기도 한 이 성명에서 북한은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튿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이명박 대통령 실명까지 들먹이며 ‘친미 파쇼광’ 등 거친 말들을 함부로 쏟아냈다.

우리 정부는 17년 전 김일성 사망 당시와는 달리 북한 주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민간인 단체들이나 정치인의 조의 표시도 막지 않았다. 뿐더러 제한적이나마 민간인 조문단 방북을 허용하는 등 긴박하게 돌아가는 작금 남북 정세에서 가능한 성의를 다보였다. 그런데도 북한은 남쪽을 향해 도에 넘친 언어폭력을 감행했다. 가히 연평도 포격에 버금가는 대남 도발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이명박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대화를 통한 상호 불신 해소’를 천명하면서 유연한 대북 자세를 보였다. 이는 북한의 새 지도부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북한은 남쪽의 순수한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기는 커녕 종북세력들을 향해 ‘대남 지령’ 내리기에 정신이 없었다.

북한은 지난 1일 대남 전위조직인 소위 반제민족민주전선 웹사이트 '구국전선'을 통해 국내 주사파 등 종북세력에게 반정부 투쟁 지령을 내렸다. 북한은 “진보세력의 대단합을 보다 높은 수준에서 이룩해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남한 정부에 결정적 패배를 안겨야 한다”고 지령했다. 남한 내 주사파 등 종북세력들로 하여금 북한에 협조적인 정권을 만들어내도록 한 선거 개입 지령이다.

일각에선 이를 김정은이 내린 ‘대남지령 제1호’로 규정한다. ‘구국전선’ 배후에 북한 노동당이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북한이 남측의 조문 제한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희호 여사 등의 평양 방문에 극진한 예우를 갖춘 것부터가 남한 내 친북세력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일각의 해석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 북한이 반 이명박 전선을 형성해 총선과 대선에서 친북인사들의 정치권 입성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북정책을 이끌어내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0년 3월 천안함 도발 직후 6.2 지방선거 때도 그랬다. 당시 북한과 종북주의자들은 “한나라당이 압승하면 전쟁이 날 것”이라는 등의 ‘전쟁 위협론’을 전파했다. 북한은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그러했다. 당시 북한은 서울시장 선거를 민주개혁세력과 보수세력 사이의 생사를 건 싸움으로 규정하고 “부패왕초가 서울시장이 되면 시민의 과반수인 우리 서민이 밥도 잃고 집도 잃고 일자리마저 잃게 된다”며 한나라당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북한의 대남 선거개입공작 기류는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통일전선부 산하에 우리의 총선과 대선 개입을 위한 비밀조직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단체로 규정된 범민련남측본부는 스마트폰 ‘종북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뿌리고 있는 중이다. 대남 선전선동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등지에 거주하는 친북세력을 투표장으로 동원하기 위한 활동도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 체제 북한이 우리의 총선과 대선을 통해 자신들에게 협조적인 정권이 들어서도록 벌써부터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나섰다. 엄중한 대남 도발이다. 검찰과 경찰, 군 수사기관은 물론 국가정보원 등 공안당국의 철저한 대응책 강구가 요구된다.

'미국의 민주주의'란 저서를 남긴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은 “국민들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질 뿐”이라고 했다. 우리는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 있다. 우리가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대국 대한민국 국민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 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렸다. 북한과 종북세력들의 얄팍한 노림수에 빠져들지 않도록 국민들의 현명한 이성과 판단이 요구된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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