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 재판을 바라보며
곽노현 교육감 재판을 바라보며
  • 미래한국
  • 승인 2012.01.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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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건호 참개인가치연대(TIVA) 전문위원

지난 19일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고 석방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게 돼 이를 둘러싼 논란과 우려되는 서울시 교육의 향방에 대해 몇 가지 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우선 검찰과 곽 교육감이 쌍방항소했으므로 상급심에서 1심 결과에 대한 의문과 모순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즉, 1심에서 곽 후보가 박명기 후보에게 건넨 2억 원이라는 거액에 대해 최대 쟁점인 대가성이 인정됐다는 점, 그리고 후보매수 방법과 더불어 수사와 공판단계 내내 곽 교육감이 범의(犯意)를 부인하고 주관적 선의만을 강변한 죄질, 그리고 2억원이라는 금액에 해당하는 타 범죄 양형의 경향 등이 고려돼야 함에도 1심에서 판결확정시까지 수도 교육 수장직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형이 선고됐다는 의문과 기존 선거사범 판례와 달리 돈 받은 자에게는 실형을, 돈을 준 자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한 모순이 상급심에서는 극복돼야 한다고 본다.

또한 법원이 '선의의 부조라는 주관적 인식을 고려해서 양형을 정했다'는 판단도  '대가성을 인정했다'는 대전제에 배치되는 양형 참작사유라는 점에서 재판부 스스로 논리의 오류를 인정하는 꼴이 돼 버렸다. 선의의 부조라면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서 무죄판단해야 맞는 것이고, 대가성을 인정하는 대전제라면 선의의 부조라는 주관적 요소는 판결이유에서 배척돼야 하기 때문이다.

법관은 법률과 객관적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자리이지, 사안을 사법정치적으로 조율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 점에서 곽노현 사건 1심 재판부는 일관되지 못한 모순적인 판단을 함으로써 사실상 기판력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본다. 또한 재판부는 “유죄선고를 받은 곽 교육감이 업무에 복귀하면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문제 제기에 “그건 제도의 문제이지 판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답함으로써 교육대계를 위한 사회적 책임마저 도외시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낳았다.

법정 최고 벌금형을 선고받고 동시에 대가성 판단이 변경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곽 교육감이 잘 알고 있다면 자신이 3심제 재판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자진사퇴 내지는 확정판결 시까지 스스로 그 직을 회피했어야 함에도 곽 교육감은 그러하지 않았다. 곽 교육감은 학교장이나 교육공무원의 경우 기소되면 바로 직위해제되고, 100만원을 받은 교장들에게 그렇게 엄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던가. 따라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받아 석방됐지만 항소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되지 않는 한 대법원 확정판결 시까지 교육감을 수행할 수 있음을 잘 아는 곽 교육감이 자신의 정책 즉 학생인권조례, 고교선택제, 혁신학교, 무상급식 등을 급하게 집행하고 기반을 확충함에 주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교육의 합목적성은 물론 교육정책이 정치화돼 일관성을 잃고 이념에 매몰될까봐 심히 우려스럽다.

이번 1심 판단은 사법부는 최후의 보루라는 말의 엄중함을 다시금 되새기는 뼈아픈 계기가 돼야 한다. 아울러 곽 교육감은 현재 정상적인 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다기 보다는 확정판결 시까지 한시적으로 그 직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불확정 상태임을 자각해 임의적인 권한행사를 자제하고 관련자, 관련기관과 충분한 토의와 합의를 거쳐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확정판결 이후에도 그 직을 수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번갯불에 콩 굽듯 하는 정책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데 확정판결 이후에 그 직을 수행할 수 없다면 자의적 정책 추진은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급법원에는 법의 정의와 교육의 권위를 하루빨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신속하고도 정확한 확정판결을 기대한다. 또한 검찰에게는 ‘단일화 피싱 사기단’과 ‘화성인 판결' 같은 감정적 표현을 자제하고 증거에 입각한 사실로 공소유지하면서 원심 양형부당성을 조목조목 짚기를 바라며 입법부에는 하급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은 공직자에 대해서는 확정판결 시까지는 차상위자가 직무대행하는 입법을 기대한다. (미래한국)

이건호 참개인가치연대 (TIVA) 전문위원. 경북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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