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라는 호칭이 불리한 이유
‘보수’라는 호칭이 불리한 이유
  • 미래한국
  • 승인 2012.02.0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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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전쟁은 기본적으로 언어에 의한 전쟁이다. 언어에 의한 전쟁은 용어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언어전쟁 즉 사상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용어들을 ‘우리 진영’에 유리하고 ‘반대 진영’에 불리하게 만들어야 하며 객관적으로 타당하게 사용해야 한다.

어떤 용어가 어느 진영에 유리한지 여부는 용어의 문어적 의미 및 그 용어에 대한 대중의 느낌에 따라 결정된다. 대한민국의 체제와 국가를 지키려는 세력은 불행하게도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상 관련 용어들을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심지어는 ‘반대 진영’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고 대한민국 체제와 국가를 지키려는 세력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서 사용하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왔다.

반대 진영이 정해놓은 용어와 그 사용 방법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사상전쟁에서 반대 진영에게 승리를 헌납하는 것과 같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사상전쟁에서 反대한민국세력이 대한민국세력보다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 원인의 하나는 반대한민국세력의 용어 사용법을 대한민국세력이 수용해 사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상전쟁에서 대한민국세력이 승리하려면, 최소한 일방적인 패배를 면하려면 사상 관련 중요 용어들을 대한민국세력에게 불리하지 않게 사용해야 한다.

저들이 떠안긴 ‘보수’의 의미

‘우리 진영’은 지금 스스로를 보수진영, 우파진영, 보수-우파진영 등으로 호칭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는 중도-보수진영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이들 명칭들은 모두가 ‘우리 진영’에 불리하거나 이론적으로 부적절한 호칭이다.

고쳐야 할 것이 많은 국가에서는 보수진영 또는 보수세력은 부도덕한 기득권(기득이익) 세력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게 된다. ‘보수’란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해야 할 사항이 많은 국가에서 필요한 개혁을 외면하고 현상 유지를 추구한다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부도덕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개혁해야 할 사항이 많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의 현실 만족도가 높은 사회에서는 현상 유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보수’라는 명칭도 나쁠 것이 없으나 우리나라와 같이 개혁해야 할 사항이 매우 많고 국민의 현실 만족도가 낮은 국가에서는 ‘보수’라는 명칭은 대중, 특히 젊은 층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이 나라 좌익세력은 우익세력에게 ‘보수세력’, ‘보수진영’이란 명칭을 강제로 떠안긴 것이다. 자기들은 ‘진보세력’이라는 좋은 의미를 함축한 명칭을 차지하고, 자기들에 반대하는 우익세력에게는 대중이 혐오하는 의미가 담긴 명칭을 떠안겨준 것이다. 좌익은 처음에는 우익을 ‘수구세력’ ‘반동세력’이라 부르다가 약간 완화해 ‘보수세력’으로 불러준 것인데, 좌익에게 있어서는 수구세력, 반동세력, 보수세력이 모두 한통속이다.

우리나라 우익진영은 좌익의 그러한 음모와 전술을 이해하지 못한 채, 미국이나 영국에서 우리나라 우익진영과 동일한 사상 경향을 가진 세력을 보수세력으로 부르는 것을 생각해 좌익이 붙여준 보수세력이란 명칭을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미국·영국은 개혁해야 할 사항도 많지 않고, 국민들의 국가 상황에 대한 현실 만족도가 우리 국민의 그것보다 크게 높다. 따라서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현상 유지의 의미를 가진 보수의 명칭이 그다지 나쁘지 않게 받아들여져 왔다. 한국의 사정과 미국·영국의 사정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미국과 영국에서 보수세력으로 호칭되는 세력이 우리나라의 우익진영과 동일한 사상 경향을 가진다 해서 우리나라의 우익진영이 스스로 보수세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중대한 전술적 오류이다.

사상으로서의 보수주의의 내용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인간을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면서, 질서와 전통을 존중하고 필요한 변화는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하자는 보수주의 사상의 기본 내용은 옳다. 그러한 타당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보수주의 사상은 고쳐야 할 것이 많은 국가에서는 환영 받을 수 없는 사상이며, 게다가 대중이 ‘보수’라는 용어를 보수주의 사상의 긍정적 측면을 중심으로 이해하지 않고 ‘현상 유지’나 ‘기득권 보호’와 연관시켜 이해하는 사회에서는 진영의 명칭을 보수진영으로 채택하는 것은 사상전쟁에서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진영의 지도사상은 정확히 말하자면 자유민주주의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보수주의와 동일한 것이 아니다. 보수주의는 국가의 차이나 시대의 차이에 따라 그 구체적 내용이 달라지는 불완전한 사상이다.

이론적인 것을 떠나 극히 현실적인 차원에서 생각할 때도 ‘보수진영’은 우리 진영의 명칭으로는 매우 불리한 명칭이다. 우리 사회의 언어 관행에서 보수와 진보는 짝으로 붙어 사용하는 단어로 돼 버렸다. 그런 관행이 타당한 것인지 여부를 떠나서 현실에 있어서는 고치기 힘들게 정착돼 버렸다.

보수와 진보가 세트 단어가 된 현실에서 우리 진영을 보수진영으로 부르게 되면, 우리의 반대 진영은 자연스럽게 진보진영이 된다. 우리 진영을 보수진영으로 자칭하는 것은 반대진영에게 진보진영이라는 좋은 뜻을 가진 명칭을 선물하는 것이 된다. 반대진영의 명칭을 좋은 의미의 명칭으로 호칭하도록 한다는 것은 사상투쟁에 있어서 우리 진영의 불이익을 자초하는 것이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사상의 차이를 기준으로 집단을 구분하는 명칭으로는 날개, 즉 익(翼)을, 좌우익 진영 내에서 정책의 차이를 기준으로 집단을 구분하는 명칭으로는 당(黨)을, 당 내에서 인간적 결속의 차이를 기준으로 집단을 구분하는 명칭으로는 파(派)를 사용해왔다. 정치적 집단을 호칭함에 있어서 익·당·파는 물질의 무게를 호칭하는 단위의 kg·g·mg과 동일한 성격을 가진 것이다.

‘우파’란 명칭도 부적절 

사상의 차이에 따라 분류된 집단의 명칭에 파를 부치는 것은 사상의 차이에 따라 분립된 집단을 동일한 정당 내에서 인간적 결속의 차이를 기준으로 분립된 집단인 것 같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잘못된 호칭이다. 또 그런 오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익’으로 불러야 할 진영을 ‘우파’로 부르는 것은 kg으로 호칭해야 할 것을 mg으로 호칭하는 것과 같은 단위 호칭의 착오로서 이론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보수·우파진영이란 명칭은 동의어 중복인 동시에, 자칫하면 보수진영 내 우파를 지칭하는 것과 같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중도 보수 진영이라는 명칭은 보수진영이라는 불리한 명칭과 중도라는 애매한 명칭을 덧붙임으로써 그 전술적 불리함과 정체성의 모호를 동시에 가지는 부적절한 명칭이다.

우리 진영의 명칭으로 우리 진영의 정체성과 부합하면서 전술적으로 유리한 명칭은 ‘애국진영’, ‘애국세력’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명칭은 ‘호국진영’이다. 우리 진영은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세력의 집합이기 때문에 그러한 명칭이 적합하다.

애국진영이나 호국진영이란 명칭은 사상성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 진영의 사상성을 강조할 때는 ‘자유민주진영’이나 ‘우익진영’으로 호칭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타당하고, 전술적으로도 불리하지 않다. 우리 진영이 신봉하는 사상의 실명을 밝힌 명칭이 자유민주진영이고, 사상을 환유적으로 표시한 것이 우익진영이다.

자유민주진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반대 진영도 사상의 실명대로 사회주의진영 혹은 사회민주진영 등으로 호칭하게 될 것이므로 진보-보수세력으로 호칭될 때 당하게 되는 우리 진영의 불리점이 해소된다. 우익진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반대 진영은 좌익진영으로 호칭하게 될 것이므로 진보-보수세력으로 호칭될 때 당하게 되는 우리 진영의 불리점이 해소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우리 진영을 대명사적 명칭으로 부를 때는 애국진영 혹은 호국진영으로 호칭하고, 사상적 입장을 중심으로 부를 때는 자유민주진영과 우익진영으로 호칭하는 것이 이론적 관점에서나 전술적 관점에서나 모두 타당하다.

우리 진영에 속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대부분이 ‘보수’나 ‘중도보수’명칭을 사용하는 인사들)는 이상과 같은 논의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첫째, 우리가 주장하는 ‘보수’는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자는 것이니 우리 진영의 명칭을 ‘보수진영’으로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둘째, 내실만 있으면 됐지 명칭을 ‘우익’으로 하거나 ‘보수’로 하거나, 또는 ‘우익’으로 하거나 ‘우파’로 하거나 별 상관없다는 것이다.

‘애국진영’ ‘자유민주진영’사용해야  

첫 번째 반론은 ‘보수’라는 용어의 부적절한 사용에 기인한 타당하지 못한 반론이다. 보수(to conserve)란 기본적으로 상황을 대상으로 하는 용어이지 국가나 체제를 대상으로 하는 용어가 아니다. 국가나 체제를 적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수호(to defend)하는 것이지 보수하는 것이 아니다. 체제‘보수’운동이나 국가‘보수’전쟁이라는 표현이 매우 어색한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두 번째 반론은 상품 판매에서 상호가 차지하는 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이다. 똑 같은 라면을 놓고 하나는 ‘좋은 라면’이라는 상호를 붙여 팔고, 다른 라면 ‘나쁜 라면’이라는 상호를 붙여 팔면 전자가 훨씬 잘 팔릴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반대진영의 상표를 좋은 의미를 가진 ‘진보진영’으로 붙여주고 우리 진영의 상표를 현실적으로 인기 없는 의미를 가진 ‘보수진영’으로 붙여 놓으면 그 세력의 주장이나 행동의 내실에 별 상관없이 정치 마케팅에서 전자가 훨씬 잘 팔린다. 게다가 나쁜 의미의 상표로는 상품의 좋은 내실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상 갈등이 매우 심각한 한국의 현재 상황에서 우리 진영의 내실의 우월성을 대중에게 제대로 인식시키기도 어렵다.

한편, 우리 진영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자기들의 명칭으로 진보세력, 개혁세력, 민주세력, 평화세력, 통일세력 등을 사용한다. 모든 명칭이 다 전술적으로 유리한 명칭이다. 반대 진영이 자칭하는 전술적으로 유리한 명칭들 가운데, 진보세력, 개혁세력, 민주세력은 우리 진영의 사람들조차 수용하는 명칭이다.

‘진보’란 상황이 보다 좋은 상태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혁이란 사회의 여러 가지 모순과 비리를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란 독재에 대항하고 민주주의의 신장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세력이란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다 좋은 상태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개혁세력이란 우리 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민주세력이란 독재에 반대해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반대 진영 사람들은 자기들을 미화하기 위해 그런 명칭을 사용하는 것인데, 그들에 반대하는 우리 진영 사람들이 반대 진영의 그러한 명칭을 그대로 호칭해주는 것은 우리 진영 스스로가 ‘우리는 나쁜 놈들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국가 상황을 보다 좋은 상태로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에 반대하고,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사람들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려는 사람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진영은 반대 진영을 호칭할 때 그들이 자칭하는 좋은 의미의 명칭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 진영에 속하는 사람들 가운데 반대 진영을 진보세력, 개혁세력, 민주세력, 평화세력, 통일세력 등으로 부르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그들을 좌파세력 좌파진영으로 부르는 것이 대세다. 그러나 그들을 좌파세력으로 부르는 것은 이론적으로 부적합하다. 그 이유는 우익을 우파로 부르는 것이 부적절한 것에 대한 앞서 제시했던 이유와 동일하다. 반대 진영의 명칭은 좌익·좌경세력으로 부르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적합하고 전술적으로도 불리하지 않다.

좌익세력은 사회주의를 명백히 추구하는 자들을 부르는 명칭이고, 좌경세력은 사회주의를 명백히 추구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나 ‘사회주의에 가까운’ 혹은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언동을 하는 자들을 부르는 명칭이다. 좌익·좌경세력은 그 두 부류가 섞여 있는 집합을 부르는 명칭이다. 사상적 차원에서 우리 진영을 우익진영으로 부르고 반대 진영을 좌익진영이나 좌익·좌경진영으로 부르는 것은 명칭의 의미 속에 좋거나 나쁘거나 하는 의미 요소가 들어 있지 않아서 양측에 균형이다. 우리 진영에게는 우리 진영을 보수진영으로 부르고 반대 진영을 진보진영으로 부를 때의 전술적 불리점이 해소되는 유리점이 있다.

좌익좌경-사회주의-사회민주-과격 세력

반대 진영의 명칭을 사회주의세력이나 사회민주세력 등 그들이 신봉하는 사상의 실명에 입각해 사회주의세력이나 사회민주세력 등으로 호칭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정확한 것이며(그들이 신봉하는 사상에 기초한 명칭이기 때문), 반대 진영의 명칭으로 그러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 진영에 불리하지 않다. 반대 진영의 명칭을 사상 실명에 따른 명칭으로 사용하게 되면 우리 진영의 명칭도 사상 실명에 따른 명칭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하면 진보-보수 세력 명칭을 사용할 때 당하는 우리 진영의 불이익이 해소된다.

반대 진영을 좌익진영, 좌익·좌경진영으로 부르지 않고 다른 명칭으로 부르고 싶을 때는 과격세력(radicals)으로 부르는 것이 서양의 용어 사용 관례에도 부합하고, 전술적으로도 우리 진영에 불리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비공산주의자들이 마르크스주의자들을 부를 때 radicals라고 부른다.

마르크스주의자 자신들도 radicals라고 자칭하기도 한다. 이때의 radicals의 의미는 과격분자란 의미이다. 한국 언론계에서는 radicals를 ‘급진주의자’로 번역하는데 이는 좌익을 진보세력이라고 부르는 것과 동일한 좌익 옹호적 오역이다.‘급진주의자’란 급하게 진보를 추진하는 사람들이란 뜻이며, 좌익을 급진주의자로 번역하는 것은 여전히 좌익분자들을 ‘사회 상황을 보다 좋은 상태로 변화시키려는 사람들’로 간주하는 관점에 따른 고의적 오역이다.
(1월 27일 현대사상연구회 워크숍 발표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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