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도서(西海島嶼) 누가 지킬까
서해도서(西海島嶼) 누가 지킬까
  • 미래한국
  • 승인 2012.02.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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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8,000억 규모 AH-X사업, 1조2,000억 규모 SH-X사업
세계 주요 방산업체들 ‘생산라인 통째로 제공’ 등 파격 제안

2012년 정부가 서북도서와 독도·이어도, 그리고 북한 기갑전력을 분쇄할 전력을 도입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만 3조 원 대. 바로 AH-X(육군 대형공격헬기) 사업과 SH-X(해군 해상작전헬기) 사업이다.

 
육군의 20년 숙원 대형공격헬기 도입 사업

지난 1월 6일 방위사업청(청장 노대래)은 육군 AH-X(대형공격헬기)와 SH-X(해군 해상작전헬기)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아파치급 공격헬기를 도입하는 AH-X사업 예산은 1조8,000억 원, SH-X사업에는 5,5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SH-X사업 예산은 1차분으로 2차분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1조2,000억 원 대에 달한다.

AH-X사업은 육군이 1990년대 초반부터 추진하던 사업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취소 위기에 몰렸다가 노무현 정권에서 다시 도입이 거론됐지만 정치권 비자금 논란과 맞물려 취소됐다.(당시 일부 해외 전문지 등에서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AH-X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비자금을 요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육군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20년 넘게 AH-X사업에 공을 들인 건 주한미군 전력 감축과 관련이 깊다. 실제 사업 규모도 1994년부터 주한미군이 배치했던 AH-64 아파치 헬기 2개 대대와 비슷한 36대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한미연합사 해체 및 전작권 단독행사를 주장하기 전까지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는 유사시 서북도서와 인천 방면으로 침투하는 북한 특수부대의 공기부양정과 미사일 고속정을 차단하고 북한군 815기갑군단과 820기갑군단을 막는 주요 수단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자주국방을 외치고 미국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전력 부족으로 고생하면서 아파치 부대는 한반도에서 빠져 나갔다. 이후 우리 군은 한국우주항공(KAI)이 자체 개발한 ‘수리온’을 채용하려 했지만 성능이 부족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 말기에 AH-X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1조8,000억 원의 예산으로 36대를 도입한다는 AH-X사업의 후보 기종으로는 보잉사의 AH-64D 롱보우 아파치, 유럽 최대의 방산업체 EADS사 계열사인 유로콥터사의 타이거, 美해병대가 사용 중인 벨사의 AH-1Z 바이퍼, 이탈리아 아구스타사와 터키 TAI사가 공동생산 하는 AW-129 망구스타, 남아공 데넬사의 루이발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이들 업체가 방사청의 사업설명회에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방사청은 “지난 1월 12일 열린 대형공격헬기사업 사업설명회에서 AH-X사업 참여 희망업체들을 대상으로 제안요청서(RFP)의 세부내용을 설명하고 제안요청서를 배부했다”고 밝혔다.

 
AH-X사업의 후보들

방사청은 “헬기사업팀장(공군대령 탄명훈) 주관으로 방사청에서 실시한 사업설명회에는 미국의 보잉사와 벨사, 프랑스의 유로콥터사, 터키의 터키우주항공사(TAI), 남아공의 데넬사 등 사업 참여 희망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방사청 등의 설명에 따르면 보잉사는 AH-64A를 개조한 AH-64D 롱보우 아파치를 내놓고 있으며, 벨사는 AH-1Z 바이퍼를 美해병대도 사용 중이며 현재 우리 군이 사용하는 AH-1 코브라 헬기와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이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로콥터사는 타이거 공격헬기를 유럽 각국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주요 부분에 대한 기술이전을 해준다는 이점으로, 이탈리아와 터키가 함께 생산하는 AW-129 망구스타는 저렴한 가격을, 루이발크를 내놓은 남아공 데넬사는 필요할 경우 생산라인을 통째로 한국으로 옮길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이 같은 파격적인 제안들이 나왔음에도 육군이 가장 원하는 기종은 AH-64D 롱보우 아파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후보 기종 중 가장 우수한 조종사의 생존성, 가장 많은 참전 경험, 전투 중 실제 피격된 사례가 매우 드문 점, ‘롱보우’라 부르는 특수한 레이더의 존재 때문이다.

사업설명회에 대한 브리핑을 할 때 방사청은 “대형공격헬기사업(AH-X)은 북한의 기갑전력 및 국지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신속대응전력”이라고 못 박았다. 즉, 서북도서 도발과 함께 북한 기갑전력을 막을 수 있으려면 넓은 작전반경을 갖기 위해 기체도 대형이고 엔진도 쌍발이면 좋다. 여기에 12.7mm 총탄까지 막아내는 아파치 헬기의 조종석과 엔진 부분도 육군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현재 미국이 해외에 판매하는 AH-64D 롱보우 아파치의 가격을 보면 1조8,000억 원으로는 36대는 커녕 10대를 구입하기도 벅찬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우리나라가 36대를 도입할 수 있도록 AH-64A 개조형을 권유했었다.

 
2010년 미국 역제안 ‘우리가 쓰던 것 사라’

2010년 기준으로 AH-64D 롱보우 아파치의 해외 판매 가격은 평균 8,000만 달러(약 960억 원)를 웃돈다고 한다.

아파치 공격헬기는 90년대에는 4,000만 달러 내외(AH-64A)였지만 최근 대만에 팔 때는 8,000만 달러(한화 약 960억 원, AH-64D 블록3)까지 뛰었다. 인도에 제시한 가격은 22대 구매 시 14억 달러(대당 6,360만 달러, 한화 약 760억 원)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구매 가격은 대당 1억 달러를 넘겼다. 우리 예산으로는 1개 비행대(18대)도 살 수 없다.

이에 미군은 ‘재조립형’을 권했다. ‘재조립형’은 미군이 쓰던 AH-64A형을 분해 후 재조립한 뒤 소프트웨어를 대폭 업그레이드한 헬기로 새로 만든 AH-64D와 차이가 거의 없다.

실제 미군도 이 ‘개조형’을 대량으로 쓰고 있다. 미군은 장비 현대화 계획에 따라 AH-64A 헬기 821대 중 284대를 AH-64D 롱보우 아파치 블록1으로 재조립(Rebuild)한 바 있다. 미국이 우리 군에 제안한 것도 이 AH-64D 블록1 모델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AH-64D 블록1형과 업그레이드 키트(대당 약 270만 달러)를 ‘세트’로 주문하면 ‘리셋(Reset) 작업’을 통해 블록2형으로 업그레이드 받게 해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미국이 말하는 ‘리셋’이란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모든 아파치 헬기의 무장과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프로그램으로 대부분의 장치와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한다. 이때 우리 군에는 없는 전천후 적외선 센서 ‘M-TADS’도 신형으로 장착한다.

2010년 방사청 안팎에서 전해진 바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제안한 AH-64D 블록1 가격은 2012년 기준으로 1,618만 달러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새 엔진과 새 레이더, 신형 M-TADS가 포함된 가격이다. 블럭2로 ‘업그레이드’하는 키트 가격은 대당 269만 달러. 이 정도면 대당 1,900만 달러(한화 약 230억 원)가 되므로 1조8,000억 원으로 36대 이상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천안함의 아픔’ 이기기 위한 SH-X사업

한편 방사청은 지난 1월 17일에는 차기 호위함(FFX)에 탑재할 차기 해상작전헬기(SH-X)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도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참석했다.

방사청은 “이날 설명회는 해상항공기사업팀장(해군대령 김승복) 주관으로 실시했으며 미국의 시콜스키사와 록히드 마틴사, 카만사, 유럽의 EADS사, 아구스타 웨스틀랜드사 등 사업 참여 희망업체와 셀렉트론, UI Defense, WI 엔지니어링, KHDS(유로콥터 한국지사) 등 국내 대리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요구성능, 사업일정, 절충교역, 계약조건 등 해상작전헬기 사업에 대한 세부내용을 설명했다. 참석자들에게는 균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할 것임 강조했다”고 밝혔다.

SH-X사업에는 사실 해군의 ‘한(恨)’이 서려 있다. SH-X를 사용할 인천급 차기 호위함(FFX)은 천안함이나 울산급 같은 구형 초계.호위함을 대체하는 사업이다. 천안함과 같은 포항급 초계함은 1970년대 후반 설계를 시작해 1984년부터 1993년까지 건조한 배수량 1,000톤 내외의 소형함이다.

포항급을 건조할 당시 해군은 예산, 인원, 기술이 부족해 대형 전투함은 만들기 어려워 작은 배에 다양한 무장을 탑재했다. 하지만 기술과 예산이 모자라 대잠작전능력은 최소한만 갖췄다. 헬기 탑재는 언감생심이었다. 이 약점은 30년 뒤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폭침당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해군이 2018년까지 도입하는 인천급은 2011년 4월 29일 1번함 인천함(FFG-811)을 진수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배수량은 2,300톤 급으로 기존보다 커졌고 무장과 탐지센서, 생존성도 대폭 좋아졌다. SH-X사업은 여기에 탑재할 헬기 18대를 도입하는 것이다. 호위함이 헬기를 탑재하는 대부분의 목적은 대잠작전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SH-X사업 또한 이 대잠능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 방사청도 “SH-X사업은 북한의 잠수함 및 수상함 전력에 대비하기 위한 해상작전헬기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현재 사용 중인 링스 헬기보다 더 우수한 작전헬기를 도입하고자 한다.

방사청이 밝힌 사업설명회 참가업체를 보면 후보 기종도 보인다. 미국 시콜스키사와 록히드 마틴사는 SH-60R 시호크, 카만사는 SH-2G 시 스트라이프, 유럽의 EADS사는 NH-90 멀린,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사는 AW-159 슈퍼 링스를 후보 기종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시콜스키와 록히드마틴의 SH-60R 시호크는 미국과 일본 등이 사용 중이며 카만의 SH-2G 시 스트라이프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美항모전단에서도 사용하던 SH-2 스트라이프 헬기를 더욱 개량한 것으로 이집트, 폴란드, 뉴질랜드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SH-X의 후보기종 가격 아니면 성능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의 AW-159 슈퍼 링스는 우리나라 해군도 사용 중인 링스 헬기의 개량형으로 영국군이 사용 중이다. 우수한 성능도 특징이다.

유로콥터가 내놓은 NH-90 멀린은 대형 헬기로 그 쓰임새가 다양하며 생존성이 우수하다. 실제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 14개국에서 사용 중이다.

군 안팎에서 보는 후보 기종의 장점을 요약하면 SH-60R은 범용성이 좋고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모두 사용하는 기종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SH-2G는 세계 각국에서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대잠작전 노하우가 많고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AW-159 슈퍼 링스는 우리 군이 링스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낯설지 않으며 성능도 뛰어나다. NH-90 멀린은 후보 기종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반면 단점을 들면 SH-60R은 한일 분쟁 또는 한중 분쟁이 벌어질 경우 적이 우리 측 해상작전헬기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유지 보수에 필요한 부품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SH-2G는 구형 플랫폼을 베이스로 해 제작한 헬기여서 꺼림칙하다.

AW-159는 사용 국가가 많지 않은데다 해상작전반경이 다른 후보 기종보다 짧은 게 흠이다. 여기에 대잠작전은 모함과 데이터링크가 되는 영역에서만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NH-90 멀린은 성능 등에서는 최고로 꼽히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 미국조차 쉽게 도입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해군 관계자들에게 SH-X사업의 후보 기종과 전망에 대해 문의할 때면 “한정된 예산 내에서 최고의 성능을 가진 기종을 꼽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면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난감해 했다. 방사청 또한 “국익에 최대한 유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기종 평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미래한국)
전경웅 객원기자. 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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