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거의 승패 가르는 빅 데이터 분석
美 선거의 승패 가르는 빅 데이터 분석
  • 미래한국
  • 승인 2012.02.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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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우리는 ‘빅 데이터’(big data)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빅 데이터는 부지불식 간에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됐기 때문이다. 트렌드, 패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을 보여주는 방대한 분량의 사실과 숫자의 종합인 빅 데이터는 우리가 어디를 가든 또 무엇을 하든 우리 곁에 있다. 상점들이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라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 그 상품들은 선반 어디에 진열하면 좋은지를 결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빅 데이터는 정치에서, 특히 선거철에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성향과 패턴을 주별로, 도시별로, 심지어 작은 동네별로 구분할 수 있도록 스탭들이 축적한 엄청난 양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오바마와 공화당의 경쟁자 모두 빅 데이터의 중요성을 전적으로 인정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팀들은 연령, 소득, 교육, 사회적, 인종적 배경을 결정요인으로 뽑고 각 그룹에 적합한 메시지를 찾아내는 정교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가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한 주요 이유로 그의 선거팀이 빅 데이터를 모으고 분류하고 잘 분석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조지 W.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와 대통령이었을 때 그의 최고정치보좌관으로 활동했던 칼 로브 역시 빅 데이터 분석에 노련했다.

빅 데이터 활용은 연방상원의원의 1/3, 연방하원의원 전체, 그리고 대통령을 뽑는 올해 선거에서 핵심 이슈 뿐 아니라 선거 승패의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빅 데이터에는 부동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후보들이 어떤 점을 어떻게 강조해야 하는지, 어떤 이슈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빅 데이터의 활용은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될 만하다. 컴퓨터와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빅 데이터는 후보들을 유권자들과 분리시킨다.

빅 데이터는 이슈와 문제들은 내놓지만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우려다. 위험한 것은 후보들이 수조개의 정보를 빨아들이고 이에 대한 분석과 흐름을 내뽑는 초대형 컴퓨터에 좌지우지되는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후보로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 가능성이 높은 미트 롬니는 빅 데이터의 정보를 너머 이념적,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견해가 다른 것 같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롬니의 적들은 그의 시각이 오바마나 민주당원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 중도라고 말하지만 두 사람의 시각 차이는 매우 크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기본적인 차이가 분명해도 그들이 선거운동을 어디에 중점을 두고 펼칠 지 생각해봐야 한다. 고객들에게 좋지 않은 물건을 파는 대형 상점들처럼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프로그램을 팔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비만증이 뚱뚱한 사람들의 입맛을 겨냥한 패스트푸드 때문에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권자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맛있는 음식과 같은 이슈를 찾아내 표를 얻는 것은 패스트푸드를 통해 돈을 버는 것과 같다. 결국 사회를 망치고 파괴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빅 데이터가 극단적으로 끼칠 수 있는 위험이다. 올해 미국 선거를 주시하면 빅 데이터가 대통령 선거라는 어려운 게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래한국)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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