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강용석 의원을 만나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을 만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2.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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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스토커, 박원순 안철수 저격수 고소고발 집착남, 미친 인지도…

 
최근 들어 가장 자주 거론되는 정치인은 따져볼 것도 없이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다. 29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의원은 몇 안 된다. 강 의원의 경우 최근 ‘사람들이 멀리서 달려와 인사를 건네고, 시위를 막는 전경이 함께 사진찍기를 요청하고, 식당에 들어서면 일제히 바라보고, 보좌관이 전화하면 ‘그 유명한 강용석 의원실이냐’고 할 정도라고 한다.

강 의원 블로그의 1일 접속자 숫자는 6만 명이 넘는다. 이는 모든 정치인의 블로그 접속 횟수와 청와대 접속 횟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강 의원이 올려놓은 글마다 댓글이 수백개 혹은 1,000개 이상 씩 달린다.

강용석 의원의 명함 뒷면에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 불꽃남자, 고소고발 집착남, 화성인, 박원순·안철수 저격수, 찌질이, 특권종결남, 병역비리 스토커, 개천표 용, 극우보수의 아이콘, 예능 늦둥이, 아들바보, 모두까기 인형, 미친 인지도, 내가 제일 고소해’라고 인쇄돼 있다. 모두 외부에서 지어준 별명이다. 강용석 의원 자신이 블로그에 내세운 타이틀은 ‘보수의 아이콘, 포기를 모르는 남자’이다.

“박원순 쓰러뜨리고 19대 재입성할 것”

2월 7일 국회 강용석 의원실에 갔을 때 보좌관이 “다른 일정과 겹쳤으니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검색했을 때 ‘진중권, 강용석 동영상 선동 개가 웃을 소리’ 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 늦게 이뤄진 인터뷰에서 “진중권 씨 관련 기사 봤느냐”고 하자 그는 “그것 때문에 지역구 일정에도 못가고 돌아왔다”고 했다.

두 사람은 트위터로 설전을 벌였는데 진 씨의 “결정적 한 방을 내놓으라”는 요구에 강 의원은 “만일 MRI 필름 바뀌치기를 했다면 그게 바로 결정적 한 방임. 그걸 확인하기 위해 공개신검필요. MRI 한 방만 새로 찍어서 그 필름과 병무청 제출 필름의 동일성 여부만 확인하면 됨. 이걸 못하고 있는 박원순이 문제”라고 했다. 진 씨는 “무슨 폭로를 가정법으로 하세요?”라고 따졌다.

이에 변호사인 강 의원은 “병역법 제77조, 제155조를 들어 ‘4급 판정을 받은 사람이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속임수를 썼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진료기록이나 치료내역 등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확인신체검사를 할 수 있다, 병역처분 이후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 임에도 불구하고 필수적인 치료를 중단한 경우 그 밖의 진단서 위조 등 병역면탈의 증거가 있거나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모두 해당된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박원순 아들의 병사용 진단서는 병역비리에 연관된 의사가 작성한 것으로 무효입니다. 병사용 진단서가 무효이면 그로 인해 시작된 재검절차가 전부 무효이므로 병역법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확인신체검사 대상이 됩니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강 의원은 “공개 MRI를 찍어보자는 거다. 그러면 끝난다. 내가 틀렸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 병무청 기록만 보면 되지 개인에게 재검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병무청에서 기록을 안내놓으니까 그렇죠. MRI 기록을 보여주지 않는 자생한방병원과 혜민병원을 고발했습니다. 병무청도 이번 주에 고발할 겁니다. 그쪽에서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 예전에 이회창 후보 아들 사건 때는 일부 언론이 여론몰이를 했는데, 지금은 확산시키지 않는 것 같고,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싸우는 것 같습니다.

“그게 여론의 기본적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새누리당 의원 100명이 도와주면 당장 야당 탄압이라고 하겠죠. 그렇게 되면 저쪽 언론도 막느라 난리겠죠. 팔로어가 많은 한겨레 기자가 트위터에 ‘이런 의혹에 박원순 씨가 해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제가 단독으로 하지 않았으면 이런 저런 말이 나왔겠죠.”

“내가 하는 건 다 참여연대에서 배웠다”

강용석 의원은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아들의 병역비리를 동시에 캐고 있다.
“곽노현 씨 아들은 어머니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공익으로 복무했고, 손가락 인대가 파열돼 4급 판정을 받았다면서 로스쿨 다니며 키보드를 잘 두드리고 있습니다. 곽노현 씨는 지금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어요. 사퇴할 때까지 물고 늘어질 겁니다.”

2월 6일 트위터에 강용석 의원은 “아침에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하는데 전경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여러분은 곽노현 지키기 위해 추운데 나와 있지만 곽노현 아들은 멀쩡한 손가락인데 공익 받아 엄마 차 타고 엄마 병원으로 출퇴근했습니다. 이 소리에 전경들이 웅성거리며 동요하더군요. 마음이 아팠습니다”라고 썼다. 팬클럽 회원들은 ‘니 아들은 인권이고 내 아들은 전방이냐’ ‘의사 못돼 미안하다 너는 그냥 전방 가라’는 피켓을, 강 의원은 ‘병역의무 면탈 방법 교과목에 개설해라’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하는 강용석 의원은 ‘점잖기 그지없고, 공격보다 방어로 일관하는’ 보수 인사들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수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추상적인 질문에 추상적 답변을 하면 사람들이 짜증냅니다. 맨날 ‘국가와 민족’ 운운해서 보수 정치인들이 재미 없다는 겁니다. 보수나 진보는 이념이나 가치의 문제가 아닌 성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정당의 가치가 무슨 이념입니까. 지역이지. 영남 사람들은 대부분 새누리당이고 호남은 민통당 하는 거고. 보수냐, 아니냐, 딱 보면 알죠. 법적·철학적 논쟁에도 to see is to, 딱 보면 안다는 논리가 있어요. 음란이냐, 외설이냐를 구분하는 논리도 마찬가지예요.”

강 의원은 ‘보수의 논리’는 <미래한국>에서 세우면 되고, 자신은 ‘전투적 보수주의’역할을 할 거라고 했다. 그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지금 제가 하는 건 다 참여연대 때 배운 겁니다. 자료를 뒤지면 다 나온다는 것, 1인 시위, 현상금 걸기, 토론회 개최… 당시 박원순 씨가 이회창 씨 아들 병역비리 제보하는 사람에게 현상금 1,000만원을 걸었어요. 저는 돈 없어서 500만원 밖에 못 걸었어요.”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 삭발하고 거리시위를 해도 시원찮을 사안을 조용히 넘어가 우파인사들이 답답해했다고 하자 그는 “삭발, 그거 좋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날 오후 ‘강용석, 박원순 아들 병역의혹 해결 위해 삭발도 하겠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강 의원은 자신을 공격하거나, 지난날 행동을 발뺌하는 인사들이 있을 경우 옛날 자료를 뒤져 블로그에 공개한다. 진중권 씨가 공격한 날 트위터에 “진중권처럼 의학, 법학 쥐뿔도 몰라도 깡다구만 있으면 막 지르는 게 가능. 어차피 내용 틀린 거 뽀록나면 나중에 지우면 되니까”라고 쓴 뒤 블로그에 2002년 8월 진중권 씨가 ‘이회창 씨 매장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운운한 글과 ‘나도 국적을 포기하고 싶다’는 제목의 경향신문 칼럼을 올려놓았다.

강용석 의원은 8일 박원순, 곽노현 씨 아들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국민감사청구를 하겠다고 했더니 10시간 만에 1200명 모였어요. 너무 많으면 서류 만들기 힘들어져 거기서 끊었습니다. 감사원에서 문제 있다고 나오면 그때부터 언론이 병역비리를 본격적으로 다루겠죠. 감사원이 30일 내에 감사 여부를 결정하고 60일 내에 결과를 냅니다. 좀 빨리하라고 재촉해야죠. 그렇게 오래 걸릴 게 없거든요.”

모든 일은 시기를 따져서 해야 한다는 게 강 의원의 전략이다.

“적절할 때, 국민적 공감대가 무르익었을 때, 시작해야 합니다. 이걸 강용석이 한 거라는 인식을 줘야죠. 충분히 요리해서 적절한 순간에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빼면 되도록 만들어놔야죠.”

김구라 허경영 벤치마킹, “쎈놈과 붙어 뜨겠다”

2월 5일 밤 강 의원은 트위터에 막말을 섞어 ‘박근혜 김정은’ 이름을 거론하며 ‘제일 중요한 건 부모 잘 만나는 것’이라는 요지의 글을 썼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중에 직접 작성한 거 맞다. 취지가 어쨌든 표현이 지나쳐 삭제했다. 그러나 트위터에 담긴 내용은 전부 진심”이라고 밝혔다.

 
정치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은 정치인과 인터넷에서 공격을 받은 연예인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가 많은데, 도저히 회생 불가능해보였던 강용석 의원이 다시 일어난 비결은 무엇일까. 그에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고 묻자 “왜 죽어요. 그런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되죠”라며 웃었다.

“2010년 7월 아나운서 발언 이후 1년 1개월 동안 유배생활 하듯 지냈어요. ‘어떻게 하면 이 벙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아이디어가 있다는 정치인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어요. 약속이나 한 듯 ‘봉사활동하고 길게 보라’고 했어요. 10년쯤 조용히 벙커에 있으라는 얘기였지요. 극작가, 방송기획자를 만났더니 ‘본인을 놓고 16부작을 쓴다고 생각하라. 지금 4부쯤 왔다고 보자며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드라마적 상상력을 갖고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됐어요.”

시간이 없어 벼르고만 있던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해 책을 많이 읽었다.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나라가 3개여서 국회의원이 참고하기에 적절치가 않아요. 일본 전국시대에는 봉건영주라는 큰 세력, 정치권 계파 수장들, 수많은 의원들, 보좌진 등이 등장합니다. 영감을 많이 받았지요.”
지난해 8월 31일 국회의원 제명안이 부결되자 그는 활동을 재개하기로 결심했다.

“11개 일간신문 1면에 부결 기사가 다 나왔어요. 수백억을 내도 힘든 일이죠. ‘국회가 국민을 성희롱했다’는 제목을 뽑은 신문도 있었어요. ‘인지도가 높아졌으니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꾼 김구라 스타일로 가야겠다, 김구라처럼 쎈놈이랑 붙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떠오른 인물이 안철수와 박원순이었습니다. 9월 27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네이버에 뜬 제 기사가 5500개나 됩니다.”

- 노이즈 마케팅에다 허경영 스타일이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노컷뉴스에 ‘힘들게 자라 비열한 공격을 한다’고 쓴 칼럼도 실렸더군요.

“노이즈 마케팅, 허경영 스타일 맞아요. 그게 뭐 나쁜가요. 팩트도 있고 성과도 있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하는 게 더 인간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노컷뉴스는 원래 그렇게 쓰는 덴데 신경 쓸 필요 있나요.”
- 맷집이 강한 것 같군요.

“아나운서 발언 이후 사흘 만에 저를 비판한 기사가 2500개 나왔어요. 연예인들은 댓글보고 자살했다는데 저는 기사 제목만 보고도 자살해야 할 것 같았어요. 전부 ‘넌 빨리 죽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어지간한 맷집이 아니면 견디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사석에서 한 말 때문에 곤욕을 치렀으나 요즘 젊은이들과 자주 만난다고 했다.
“젊은 친구들을 좌파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시위할 때 나오시는 분들은 대개 젊은 분들, 대학생들입니다. 이슈가 중요합니다. 그동안 끌어주지 못했던 거죠.”

안철수 공격거리 많다

총선까지 두 달 남짓 남은 기간을 그는 결코 짧지 않다고 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일을 했고, 지금 분위기면 한 달 안에 충분히 성과가 나올 것 같다는 것이다. 강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은 현재 16명이 도전장을 낸 상태다.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선거전략입니다. 지난 시장 선거 때 저희 지역에서 박원순 60.5% 나경원 39.5%가 나왔어요. 어차피 자력 당선은 불가능해요. 천지인 조화가 잘 돼야 당선되겠죠.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격수 역할이 보수나 국가적 가치를 지키기 위함인지, 당선을 위함인지 묻자 “알아서 판단하세요”라며 크게 웃었다. 

“단기적 목표는 3월 초까지 박원순을 넘어뜨리는 것이고, 19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고, 그 다음은 보수세력이 재집권하는 데 힘을 보태는 거죠.”

안철수 씨에 대한 공격은 그동안 많이 했고, 앞으로도 공격할 거리가 많다고 했다. 보수세력의 재집권 전략에 대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보면 연합하는 세력이 승리했습니다. 분열되는 세력이 패배했죠. 승부의 기본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선진당, 친박, 친이 다 끌어안아야죠. ‘극우’로 불리는 세력은 요즘 박근혜 위원장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그분의 제일 큰 장점은 30%의 지지를 공고히 받고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든 확장시켜 저쪽이 단일화했을 때 1:1 대결에서 51%를 획득해야죠.”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강 의원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그 사이에 많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박원순 시장 아들의 세 번째 동영상 공개를 비롯해 강용석 의원 뉴스가 인터넷에 계속 링크되는 중이다. 그는 생물이라는 정치 현장에서 스스로 화제를 만들어 전진하고 있다. (미래한국)

글 /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 김동수 기자 dskim@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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