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문제, 선거 이슈로 급부상
탈북민 문제, 선거 이슈로 급부상
  • 미래한국
  • 승인 2012.03.0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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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인권 문제에 보수·진보 없지만 여야 입장차 뚜렷

중국 정부가 최근 체포된 탈북민들의 강제 북송을 당분간 보류하는 듯했으나 결국 탈북민 30여 명 중 일부의 북송을 강행하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NK지식인연대는 중국공안이 옌지에서 창춘으로 가는 열차에서 탈북민 3명을 체포해 17일 투먼으로 이송한 뒤 20일 북송했다고 밝혔다. 도명학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아무 증상(징후)도 없었는데 열차를 타고 가는데 (공안이) 바로 와서 족집게처럼 증명서 보자고 하면서 단속해서 잡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투먼 이송 사흘만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강제북송을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차인표, 이성미, 리키김 등 연예인 동참

 
이런 가운데 일부 뜻있는 연예인들과 시민들이 탈북민들의 북송을 저지하기 위해 나서 눈길을 끈다. 배우 차인표는 지난 2월 21일 오후 4시 50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 옥인교회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탈북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와 함께 벌였다. 이 자리에는 이성미, 리키김, 이희경, 심태윤 등 동료 연예인들도 동참, 강제 북송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차인표는 “우리는 그 어떤 정치적, 외교적 단체나 이념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저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지금 중국에 잡혀 있는 탈북자 31명은 대부분 굶주림을 피해 온 노약자, 여성, 청소년들이며 반항할 힘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탈북했다는 이유 때문에 북송된다면 죽음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중국 정부에 호소했다.

이어 “북한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 기간에 탈북하면 3족을 멸한다고 공언했다고 한다. 지금 중국이 탈북자들을 북송시킨다는 것은 북송된 탈북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이라며 “친애하는 중국 국민 여러분, 탈북자들의 북송을 막아달라. 그래서 그분들의 생명을 보존해 달라”고 말했다. 최대한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간곡한 어조로 탈북민들의 북송 저지를 호소한 것이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이성미 씨도 “탈북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자 가족”이라며 “그들과 이 땅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현장에는 탈북민들을 비롯해 시민 50여명이 참석해 ‘세이브 마이 프렌드’란 구호를 외치며 탈북송환 반대를 호소했다. 또 참석자들은 탈북 관련 영화 ‘크로싱’의 주제곡 ‘크라이 위드 어스’와 ‘유 레이즈 미 업’을 합창하기도 했다.

또 최근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를 제기한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상황이다.

한·중 갈등으로 확산될 경우 反中감정 점화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에도 중국이 탈북민들의 북송을 강행했고, 남은 탈북민들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한국과 중국 간 외교갈등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2월 19일 중국 측에 난민협약·고문방지협약 준수에 따른 탈북민 강제 북송 금지를 촉구한 데 이어 2월 27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2월 21일 브리핑에서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북자 문제를 제기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유엔총회와 유엔 인권 관련 여러 협의에서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지켜줄 것을 촉구했었고, 이번 인권이사회 본회의에서 거론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월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사람들이 중국 국경을 넘어오는 것은 경제 문제에 따른 불법 입경이지 (정치 박해로 인해 탈북한) 난민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어 “한국이 이 문제를 유엔 시스템으로 가져가 논의하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중국이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온당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한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탈북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도 ‘한국이 침묵외교를 버리고 중국의 탈북자 북송을 비판하며 국제분쟁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로 우리 정부를 맹비난했다.

총선을 앞두고 탈북민 북송 문제로 인해 한국과 중국간 갈등이 심화되는 건 좌파진영에 그다지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종북반미 성향의 국내 좌파 정치세력 및 유권자들은 미국에 대해 뿌리 깊은 적개심을 품고 있으며 이것이 한미 FTA 반대 및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이들은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대립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친근감을 갖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필수적인 한미군사동맹의 해체를 주장하는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따라서 중국과의 외교분쟁이 악화되고 반중감정이 확산될 경우 친중성향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은 4월 총선에서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좌파성향 폴리테이너들은 끝내 침묵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탈북민들의 송환 보류를 요청한 상황이어서 탈북민 문제를 둘러싼 좌우 대립 구도가 명확해질 여지도 충분하다.

한편, 한국의 우방인 미국은 유엔인권이사회 등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2월 21일에 한국 정부가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를 이달 말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를 포함한 국제기구,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함께 북한 난민들을 보호하고 지속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 국무부는 “북한의 인권 상황과 더불어 현재 고초를 겪고 있는 북한 난민들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 주변국들이 탈북민들에 대해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첫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로, 2월 초에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바 있다.

반면 김여진·김제동 등 그간 각종 좌익 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던 폴리테이너들은 이번 탈북민 문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제주 해군기지 반대 집회와 한진중공업 불법 파업 현장 등에 나타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참고로 김여진은 지난 2월 11일에도 ‘평택 쌍용자동차 농성장으로 향합니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바 있으나 탈북민 문제와 관련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제동의 트위터에서도 역시 강제 송환 위기에 놓인 탈북민들에 대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자유주의진보연합은 2월 22일 성명을 내고 “차인표 씨와 동료 연예인들의 진실 되고 고귀한 마음에 박수를 표한다. 특히 김제동·김여진 등 일부 좌파성향 폴리테이너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라며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자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중국대사관 앞에 당당히 선 차인표 등 영웅들의 모습 앞에서, 대한민국의 국방을 좀먹는 좌익 폴리테이너들의 모습은 더욱 초라하게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마 김여진과 김제동을 추종하는 친중좌파들은 차인표 씨 일행의 오늘 집회가 별로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박, 중국 정부 겨냥 진정서 발표

 
이런 가운데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30·한국명 박동훈) 선교사가 ‘중국 내 북한 피난민들을 위해 대한민국이 외교적 보호를 실행할 것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발표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 씨는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그들이 지닌 외교적 보호에 대한 권한을 중국에 있는 수십만 명의 북한 피난민들의 삶을 구하기 위해 당장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며 “수십만 명의 북한 동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중국으로 탈출해야만 한다. 이 북한 동포들의 100%는 국제법에 따라 난민으로 정의된다. 북한은 자국을 탈출하는 것을 범죄화하며 잔인하게 처벌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난민들이 발각되어 북한으로 강제로 송환될 경우 이들은 비인간적인 고문의 대상이 되며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된 후 처형된다. 강제 송환된 북한 피난민 임신부들의 아기들은 중국인 혼혈이라는 이유로 잔인한 낙태와 영아 살해로 죽게 된다. 이는 UN 제노사이드 (집단 학살) 조약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UN 난민 헌장과 그에 따른 1967년 조약과 UN 고문 금지 협약에 대한 그들의 의무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며 UN 난민 고등판무관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북한 피난민들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를 시스템적으로 거부하고 있으며 매년 5000명 이상의 북한 피난민들이 중국에 의해 강제로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지고 있다”고 중국을 재차 비판했다.

박 씨는 “좌파와 우파 정치인 모두에게, 당장 중국에 개입하여 이 33명의 북한 피난민들이 북한에 강제 송환되는 것을 막을 것을, 그들을 집으로 데려와 남한에 있는 그들의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게 할 것을 요구한다”며 “대한민국이 당장 중국에 개입하여 극도로 흉포하고 야만적이며 비인간적인 학대와 착취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수십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들을 집으로 데려올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내 인권 신장 촉구를 위해 지난 2009년 말 북한에 들어간 뒤 억류됐다가 43일 만에 풀려났으며, 현재 북한 정권을 상대로 억류 당시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한국)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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