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탈북민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 미래한국
  • 승인 2012.03.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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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지연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인턴

탈북민 30여 명이 중국에 억류돼 있고 북송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 2월 14일 미국 버지니아에 정착하고 있는 탈북민 친구로부터 처음 전해 들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잠을 잘 수 없다는 그녀의 편지를 읽으며 필자 역시 안타까움을 느꼈다.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갖은 고문과 노동 그리고 끝내 사형에 처해지는 것까지 모두가 공공연하게 알고 있음에도 중국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인도적 차원에서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과 전혀 다른 발표를 해왔지만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이를 사실상 묵과해왔다.

북송을 막기 위한 작은 몸부림

필자는 현재 유엔에서 인권문제를 다루는 조직인 UN OHCHR(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주 친구의 편지를 받았을 때 ‘한낱 인턴에 불과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무기력함에 빠져 한동안은 아무런 행동을 취할 생각을 못했다. 다만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기사를 퍼나르는 일을 할 수 있었을 뿐이다.

며칠 후 페이스북 친구가 “제네바에서 이 문제를 확산시켜 주세요”란 얘기를 던졌을 때, 그때서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머리와 발로 찾기 시작했다. 당일에 만난 갓 UN OHCHR에 합류한 친구에게 이 일을 말했고,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그녀는 그곳에 있는 자신의 상사를 이메일을 통해 소개해줬다. 그 상사는 이어 ‘긴급조치’ 담당자에게 나를 소개해 줬고, 나는 겨우 이 담당자에게서 “UNHCR은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최선의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답변을 받은 다음날, UNHCR이 중국정부에 탈북민 강제북송을 중지하라는 권고를 했다는 사실을 국내외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나는 18일 만난 UN OHCHR의 한국인 선배에게도 이 사실을 보고했고, 그 분께서 UN OHCHR의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좌관의 연락처를 전해줬다. 나는 직접 그 보좌관 사무실로 찾아갔고 그가 21일까지 출장 중임을 확인했을 때는 순간 다시 절망했다. 20일에 북송이 확정됐다는 상황에서 21일에 돌아오다니! 물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강제북송을 중지시킬 수 있는 강력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만큼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다.

21일 오전 7시경, 그의 짤막한 답변 이메일을 받았다. “이 상황을 몇몇 곳을 통해서 들었고,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23일 UN OHCHR 조직 전체에 배포되는 뉴스 모음에 드디어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한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입장’에 관한 기사가 포함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했다는 작은 만족감을 느낌과 동시에, 여전히 죽음이 기다리는 북송을 앞두고 있는 30여 명의 탈북민들의 끔찍한 상황에 대해 다시금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국제법상 중국은 탈북민을 강제송환해서는 안 된다. 그 근거가 되는 국제법은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난민지위협약)이다. ‘난민지위협약’ 제33조에 따르면,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난민에 대한 ‘강제송환금지원칙’을 규정한 것이다.

탈북민의 경우 비록 북한을 이탈할 때는 ‘난민’이 아닌 중국에서 규정하는 대로 ‘불법 경제적 이주민’(illegal economic migrants)이라 할지라도, 북한으로 돌아가면 ‘생명 또는 자유’를 위협받을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현지 체제중 난민’ (refugee sur place)에 해당한다. 따라서 ‘난민지위협약’ 제33조에 근거, 탈북민을 강제송환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1982년 9월 24일 ‘난민지위협약’에 가입해 당사국이 된 중국이 명백하게 이 조항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연대해 중국에 대응해야

이런 중국에 대해 우리 정부는 시민단체와 탈북민 학생들, 연예인들의 절실한 호소에 반응해 이번에 처음으로 외교통상부에서 중국을 겨냥해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탈북민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19회 유엔인권이사회는 제네바에서 다음 주 27일부터 시작해서 3월 23일까지 진행된다.

우리 정부는 27일 오후에 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발표를 한다. 그때 대한민국 정부는 중국정부의 계속적인 탈북민 강제송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국제사회에 알려야 할 것이다. 사상,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 그것에 동조하는 중국에 대해 더 이상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이 좌시해서는 안 된다.

늦었다 할 때가 제일 빠른 때이다. 지금이야말로 탈북민 강제북송을 지켜만봐왔던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무력함에서 벗어나 함께 연대해 중지될 때까지 중국과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 할 때이다. (미래한국)

인지연 제네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 OHCHR)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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