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를 사이버 세상에 연착륙 시키자
실버세대를 사이버 세상에 연착륙 시키자
  • 미래한국
  • 승인 2012.03.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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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편집위원
전 교육부 장관

이 세상에서 가장 바쁜 일터는 어디일까? 사이버 공간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억명이 동시에 이 공간에 드나들며 일하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한때는 영화관이나 디즈니랜드 등 대형 놀이공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이버 세상 즉 인터넷 세계가 가장 재미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만해도 매일 저녁 수백만명(아니 그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이 사이버 세상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

그럼 이 세상에서 지식과 정보와 기술이 가장 많이 집적돼 있는 곳은 어디일까? 얼마 전까지는 대학이었고, 도서관이었고, 백과사전이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사이버 공간이다. 그 속에는 무궁무진한 정보가 쌓여 있고, 또 새롭게 추가되고 있다. 누구든 그 사이버 세계에만 접근하면 모든 종류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그 다음에 이 세상에서 값싸고 빠르면서, 동시에 수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있는 통신수단이 어디에 있는가? 그동안은 전화였고, 무선통신이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사이버 세상에선 광속으로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졌고, 그림도 그래프도 동영상도 오간다. 수백명과의 동시소통조차도 가능하다. 사이버 세상에서는 언제 어느 때나 필요한 사람과의 소통이 아주 싼 값으로 가능하다.

그래서 사이버 세상은 인류가 그간 지속해온 수천년의 삶의 행태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서 해결하던 아날로그 시대의 대다수의 문제가 이제는 사이버 공간이라는 컴퓨터 속의 가상공간에서 실제로 해결되고 있다. 그게 디지털 시대의 특징인 것이다.

분명히 사이버 세상은 축복이다. 하지만, 그 세상에 출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 한해서이다. 그 세상에 출입할 능력이 결여된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림의 떡이다.

그림의 떡은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디지털 문화의 확산이 보편화되면서 모든 이가 먹어야 할 떡이 사이버 세상 안에만 놓이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세상 출입이 어려운 사람은 이제 먹어야 할 떡을 포기하는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사이버 세상 밖에서 서성대고만 있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은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화려한 쇼가 상연 중인 극장 입구에서 서성대는 사람들과 같다. 사이버 극장 안과 그 극장 밖의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가장 심각한 양극화 모습이다. 극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사이버 세계의 장점 즉, 오락과 정보와 통신의 특권을 맘껏 누리며 살고 있는데 극장 밖의 사람들은 그런 특혜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지금 누가 사이버 세상 밖에서 서성대고 있는가? 노인세대 즉 이른바 실버세대로 불리는 노년층이다. 그들의 대다수는 사이버 세상의 밖에서 서성대는 대표적 집단이다.

그들은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많은 지식과 지혜, 정보와 기술 그리고 문화를 자신의 머리와 가슴과 손에 담고 있지만, 그들은 사이버 세상에 들어가고 나올 컴퓨터 작동지식이 없고,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과 의견과 주장을 적어 넣고, 전달하고, 토론하고, 리플을 달 수 있는 인터넷과 SNS를 다룰 디지털 기술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사이버 세상 안에서 전개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사회적 주류에 동참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전 세계가 거의 마찬가지 이지만)의 사이버 세계는 50대 이하의 젊은 세대들이 독점하고 있는 세상이나 마찬가지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노년층은 이 사이버 세계의 밖에서 서성대고 있다. 나꼼수가 얼마나 세상을 흔드는가? 그러나 노년층에서 나꼼수의 생생한 토크를 실제로 읽고 리플을 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극장 밖에서 함성이나 듣는 형국으로 노인층은 우리나라의 주류로부터 이렇게 소외돼 있다. 60년대 젊은이들의 소외가 이젠 노인들의 소외로 바뀐 것이다. 이 모두가 사이버 세상에 진입하지 못하는 실버세대 즉, 노인층의 디지털 문맹(digital illiteracy) 때문이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의 해다. 이른바 선거의 해다. 이 중대한 국가적 이벤트도 결국 우리나라의 특성상 사이버 세계를 주무대로 해서 펼쳐질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 세상이라는 극장에는 디지털 문맹자는 출입이 금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 보통선거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그래서 실버세대를 사이버 세상에 연착륙 시키는 일은 헌법상의 참정권 보장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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