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지혜와 경험이 우리 사회의 미래”
“노년의 지혜와 경험이 우리 사회의 미래”
  • 미래한국
  • 승인 2012.03.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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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혜 한국고령사회교육원 원장

 
3대 전략 9대 목표
1. 고령사회정책연구
   - 건강한 고령사회 실현
   - 활기찬 노년, 행복한 노인문화 실현
   - 1~3세대, 다문화사회 갈등 해소
2. 노인상담 및 교육전문가 양성
   - 노인문제 해결과 예방
   - 시니어 평생교육 활성화
   - 전국 시군구 ‘노인상담센터’구축
3. 자격취득프로그램 개발
   - 퇴직자 및 고령자 취업능력 개발
   - 시니어 여가문화 개발
   - 노년기 행복설계


전통가족 제도가 해체되면서 청소년 문제와 함께 노인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자녀를 위해 모든 걸 내어 준 노령의 부모들이 갈 곳도 없고 기댈 곳도 없는 사회가 돼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이런 시니어들을 모두 돌 볼   수도 없다. 그렇기에 시니어들에 대한 재교육과 재사회화는 우리 사회에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 화두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한국고령사회교육원’의 박종혜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먼저 한국고령사회교육원의 설립 목적과 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저희 한국고령사회교육원은 어르신 전문교육기관으로 교육을 통해 전문 지도자로 양성하는 기관입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노인을 전문가로 지도하는 전문교육기관이 없어요. 그래서 저희들이 시작하게 됐어요.전국에 있는 경로당은 대략 6만개이고, 노인대학은 수천 곳에 달합니다. 이외에도 복지시설, 노인 요양시설 등 수많은 기관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많이 생겨나는 이유는 어르신들의 외로움 때문이에요. 정서적인 케어가 굉장히 필요한 분들이죠. 그래서 저희는 노인상담사라는 제도를 만들어 어르신들을 교육한 후 어르신들이 직접 경로당, 복지관 등으로 파견해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저희는 3대 전략 9대 목표를 가지고 정책의 연구, 교육전문가 양성, 자격프로그램 개발 등을 합니다. 요즘 세대를 두고 ‘100세 시대’라고도 부르는데요. 기대수명이 많이 연장돼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만큼 또 살아가야 하는 생각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 어르신들의 사회에도 젊은이들이 알 수 없는 위계질서가 있는 것 같아요.
네. 우리가 보기에는 같은 노인이라도 경로당 안에서는 아버지뻘 어머니뻘이 있어요. 전에 강화도에 갔는데 경로당 앞에 70~80대 되는 어르신들이 밖에서 쪼그려 앉아 놀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왜 안들어 가고 밖에 나와 계시냐고 물었더니 들어가면 심부름 시켜서 안들어 간다는 거에요. 어르신을 누가 심부름 시키느냐고 물었더니 경로당 선배들이 시킨다고 하더군요. 분명히 젊은 층은 알지 못하는 노인만의 문화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 시니어들에 대해 어떤 교육을 하고 계신지요?
   어르신들도 전자기기나 디지털 생활방식에 있어서 배우지 않고는 살아갈 방법이 없죠. 때문에 고용노동부나 교육과학부에서도 교육을 하지만 저희 또한 이런     분야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기기, 스마트기기를 작동하는 방법들도 교육할 뿐 아니라 노후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과 아름답고 행복하게 돌아가실 수 있도록 교육하는 웰다잉(Well Dying)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노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총 9가지 분야의 전문가과정을 통해 어르신들을 교육하고 전문화하는 일들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특히 세미나 중에 재정과 소비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하곤 하는데요. 어르신들에게 의료 혜택이 너무 많아서 비용을 치르지 않고 병원을 다니며 약을 타가는데 이런 저런 많은 약을 먹으니 생기는 병이 바로 치매입니다. 약을 내주는 것도 재정이고, 그 약을 너무 많이 복용해서 생기는 치매로 인해 정부에서 들어가는 재정이 또 추가되는 거에요. 현재 노인치료비로 들어가는 재정이 15조3천억이라고 하는데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지요.

기족해체가 노인문제의 근본 원인

 
-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고령화사회는 어떤 사회이고 이에 따라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요?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노인의 평균수명 연장으로 2000년 고령화사회(7.2%)에 접어들었고, 2018년 고령사회(14.3%) 진입, 2026년 초고령사회(20.8%)로의 도래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는 노인의 4고(苦)라는 현실적인 노인문제와 더불어 노인의 범죄, 노년기 이혼과 재혼, 고독사, 노인자살이 증가되는 있는 상황 변화에 따라 노인문제해결 및 예방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시기라는 거죠.많은 사람들이 고령화사회는 저출산 문제와 노인의 생명 연장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은 다르게 접근해서 그 원인을 가족의 해체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령화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노인 학대와 폭력 및 우울증 등이 가족 해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거죠. 더 나아가 가족 해체의 원인을 부부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부 갈등은 노인 문제뿐 아니라 청소년문제와 아동문제까지 넓게 영향을 끼쳐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 부부 갈등이 노인문제의 원인이라는 말씀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보통 남편이 아내에게 잘해주는 집안에 가보면 아내가 자녀와 시부모에게도 잘하기 마련이죠. 반대로 남편이 아내를 잘 챙기지 못하면 아내는 자녀와 시부모를 신경 쓰지 않죠. 그러다 보니 어르신과 아이들을 방치하는 현상이 생기고 여러 가지 갈등이 생겨요. 요즘 새벽 6시쯤 거리를 나가보면 어르신들이 길가에서 방황하는 경우를 참 많이 보게 되는데 어르신들이 이른 아침에 식사도 못하고 길거리로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대부분 며느리 눈치를 보느라 나오신 분들이 많으세요. 가정의 붕괴와 함께 세상에 수많은 복지관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복지관의 수는 가정의 붕괴와 비례한다고 보면 됩니다.

- 그렇다면 리더십을 가진 시니어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시니어 리더십은 어르신 스스로가 어르신 본연의 모습을 갖추는 거에요. 그래서 어르신이라는 이미지가 수혜적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고령화사회의 당사자로서 사회의 주체자가 돼 국가와 지역사회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이 잃었던 자존감을 회복하고,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 지역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런 모습들이 시니어 리더의 모습이죠.

새로운 은퇴세대 자기 목소리 낼 것

- 시니어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만
사실 필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이죠. 대개 어르신들은 현재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참는 거죠.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치질서 아래서 침묵하는 것이 미덕인 것으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뜻이 맞는 분들끼리 모이면 아주 목소리가 커집니다. 이러한 목소리를 대변해 줄 매체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민주주의란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정치체제 아니겠습니까.
 - 세대와 세대 간에 소통이 안 되는 부분이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윗세대와 다음 세대간의 소통이 필요한 이유를 어떻게 보십니까?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세계는 점점 하나가 돼 가는데 한국에는 한국만의 고유의 것이 없어지고 있어요. 이런 시대에 고유의 것을 보존해줄 사람은 현재 노인세대입니다. 전통문화를 전승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녀세대에게 아버지세대의 전통을 넘겨줘야 하는데 지금이 그 시기인 것이죠. 하지만 지금의 자녀세대는 어른들의 지혜와 경험보다는 새로운 문화를 더 좋아합니다.이런 분위기 때문에 저희가 기획하고 있는 공개강좌가 있는데, 젊은 세대들에게 인의예지에 대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강좌를 인도하는 어르신을 통해 청소년과 젊은 세대들이 인성과 윤리를 배워요. 이런 교육을 통해서 후손들에게 정서와 정신적인 부분을 잘 가르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는 거죠. 자녀들에게 인품과 인내를 가르쳐서 이 사회의 문화 및 역사가 바르게 전승돼야 합니다.

 - 지금의 어르신 세대와 곧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세대의 고령화 진입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현재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어르신들 대부분은 표현을 잘 안하세요. 성장 과정과 중년을 거쳐 오면서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6·25 시절부터 보릿고개를 거쳐 오늘에 오기까지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데 급급했어요. 생존의 문제를 위해서 살아온 분들이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다 보니 가족 간의 대화도 많이 없었고, 사회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했죠. 아마 그들이 표현을 못하고 참아왔기 때문에 사회나 정치에 불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표현을 못하는 거에요. 무조건 참자! 생각하며 스스로를 억눌렀죠. 하지만 지금 새롭게 노인세대로 진입하게 될 베이비붐 세대들은 표현을 많이 할 거에요. 이 세대들은 민주화를 이끌어 온 세대이고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자유롭게 꺼내놓은 분들이 많아서 정치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생각들을 잘 표현하고 반영시킬 거에요. 그렇게 되면 고령화시대가 새롭게 도약할 것이고, 영향력도 세질 거에요.

-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의 경우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 것 같습니다.
그렇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참 커요. 은퇴자의 재정 상태의 실태 조사를 해보았더니 큰 기업의 대표도 돈이 얼마 없는 거에요. 왜그런가 했더니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쏟았기 때문이더라구요. 어르신들은 자신의 입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도 절제하면서 많은 것들을 자녀 세대에게 쏟은 세대이죠.

- 끝으로 고령화사회에 대해 해주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고령화사회의 가족해체만큼 국가재정의 손실이 큰 일은 없습니다. 거기다가 고령화사회는 재난 재해가 많아요. 특히 요즘 걱정되는 것은 근친상간이에요. 호주제 폐지로 성씨(姓氏)의 분열이 초래됐기 때문이에요. 미국에서도 호주제를 통과 시키지 않았는데 모친의 성으로 바꿀 수 있어서 무지로 인한 근친상간의 위험이 도래한 거죠. 저는 이 문제를 많은 어르신들과 더불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래한국)
인터뷰/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정리·사진/곽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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