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해 못할 침묵
탈북민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해 못할 침묵
  • 도널드 커크
  • 승인 2012.04.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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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중국에 붙잡힌 탈북민들의 운명에 한국인들이 침묵하는 것은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 중의 하나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생전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운 것에 대해서는 거의 영웅적인 숭배를 하고 있지만 그가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외국인들은 없다.

나는 2001년 1월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다. 김 대통령이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직후로 나는 왜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지 질문했다. 나는 그때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김 대통령의 대북 화해정책인 햇볕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 이유 때문인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편집장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가 한국에 와서 김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으면 김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나는 이그나티우스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들어가는 영문판 중앙데일리 당시 편집장인 샘 압트와 함께 김대중 대통령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북한인권 외면에 대한 DJ의 답변

김대중 대통령은 내 질문에 북한의 지독한 인권 침해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동일하게 사용하는 대답을 했다. 한국은 (북한인권) 이슈를 말하기 전에 북한과 좋은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 이유로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났을 때 전향하지 않은 63명의 북한 죄수를 북한에 넘겨주고 그에 상응하는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회담에서 북한에 오랫동안 억류돼 있는 한국인들과 교환하자고 쉽게 말할 수 있었다. 북한에 억류된 수천명의 한국인들 중에는 한국전쟁 포로, 북한 영해나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다 붙잡힌 한국 어부들, 한국 동해안에서 서울로 가다 공중납치된 비행기 승무원 등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들과 맞바꾸자고 제안하지 않고 김정일의 요구에 즉시 동의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북한과 좋게 지내기 위한 것이라는 동일한 대답을 했다.

중국 내 탈북민들을 한국으로 보내라고 중국에 압박하는 한국인들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 김대중과 그의 후임자, 노무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추진할 때는 중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의 없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뿐 아니라 햇볕정책을 위해 이런 시위를 못하게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그룹을 중심으로 중국에 항의하는 시위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중국대사관 밖에서 중국 내 탈북민의 북한 송환에 반대하는 시위는 규모는 작지만 중국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한국인들은 전반적으로 탈북민들의 운명에 별로 분노하지 않고 있다. 탈북민들은 한국인들에게는 자신과 거의 상관없는 사람들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정치적으로 현 한국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들도 탈북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야당 지도자들은 중국 내 탈북민들이 한국이나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에 요구하지 않고 있고 비평가들은 중국이 탈북민들을 도외시하고 북한정권과 협력한다고 비판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김대중의 지시를 받은 것 같다.

분노를 모르는 한국 국민들

중국이 탈북민들에게 안전한 탈출구를 제시하도록 설득하는 확실한 방법은 외교적인 시위를 강력하게 벌이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에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들에 대한 보상금 지급, 역사교과서 개정, 독도 영유권 등에 관해 강력하게 시위를 벌이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열의를 갖고 시위를 한 적이 없다. 일본과 관련된 이슈들에는 한국인들의 감정이 크게 고조되고, 빨리 증폭하지만 중국 내 탈북민을 포함한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미국 역시 중국 정부에 탈북민들을 북한으로 송환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오는 수많은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난민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지금까지 겨우 100여명의 탈북민들에게만 미국에 영주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했다. 미국은 탈북민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및 남북한 간의 문제라며 이 이슈를 두고 중국에 항의하지 않고 있다.
탈북민들에게 안전한 통행권을 보장하는 것 못지않게 문제를 삼아야 할 중국의 정책이 있다. 중국은 탈북민들이 중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탈북민들은 ‘경제적 이주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약 20만명의 탈북민들은 중국에서 공포 가운데 숨어서 매우 낮은 급여를 받으며 노예처럼 일하고 있고 강제결혼 혹은 매춘을 강요받으며 살고 있다. 한국, 미국 및 다른 국가의 사람들은 인기 있는 지원이 부족하더라도 탈북민에 대한 중국의 정책에 항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중국이 지금의 완고한 입장에서 물러설 것이다. (미래한국)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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