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어떻게 감지하나?
北 핵실험 어떻게 감지하나?
  • 미래한국
  • 승인 2012.05.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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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WC-135 특수정찰기, 日 T-4 개조한 정찰기 등 동원

북한은 지난 4월 23일 ‘대남특별행동소조’라는 조직을 내세워 우리나라를 협박했다. 이에 서방 국가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 실패 이후 내부 조직 결속을 위해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스홉킨스대의 한미연구소도 상업용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을 위한 갱도를 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실험을 언제, 어디서, 어떤 핵폭탄으로 할 것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北이 미국을 두려워하는 이유

북한 정권이 죽자사자 미국에게 시비를 거는 이유가 뭘까. 바로 자신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웬만하면 다 알아내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 또한 마찬가지다. 핵폭발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별해 내는 기술은 미국이 세계 최고다. 미국이 북한 핵실험을 추적하고 진위를 판단하는 수단으로는 특수정찰기 WC-135와 KH 시리즈 첩보위성이 있다.

지난 4월 16일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북한 핵실험을 감시할 정찰기를 오키나와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 정찰기가 바로 WC-135 특수정찰기다.

WC-135 정찰기는 미 네브라스카주 오풋(Offutt) 공군기지에 있는 45정찰비행단 소속이지만 플로리다주 패트릭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다 북한의 ‘핵공갈’ 이후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로 이동, 배치됐다. 이 특수정찰기는 미 공군에도 단 2대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대기 관측기’라고 알려져 있는 WC-135 정찰기는 미 공군이 보유한 RC-135 정찰기와 비슷하게 보인다(RC-135 정찰기는 우리나라 오산 공군기지에도 자주 나타난다). 다만 동체 옆에 대기 중의 미립자를 채취해 분석하는 장비가 장착돼 있는 점만 다르다.

이 특수정찰기는 1963년 제한적 핵실험 금지조약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당시 C-135 수송기를 개조해 만든 것이다. 30여 명의 승무원과 전문분석요원이 탑승하며 이들을 방사능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특수여과장치가 설치돼 있다. WC-135는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방사능 유출을 추적, 감시하기도 했다.

WC-135 특수정찰기는 이미 한반도 주변에 여러 차례 온 적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의 2차 핵실험 때다. 2009년 10월 북한은 2차 핵실험 준비에 들어갔다. 이때 일본 언론들은 WC-135 특수정찰기가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05년부터 이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WC-135와 RC-135 정찰기를 배치해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당시 미군이 WC-135를 배치한 명분은 ‘북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 추적’이었다. 일반적으로 ‘대기 관측기’라고 알려져 있기에 별 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미군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하겠다고 밝힌 2009년 10월 3일부터 매일 동해 앞 공해상으로 WC-135를 출동시켜 북한에서 핵실험을 하는지 유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10월 14일 WC-135가 동해 상공에서 채집한 대기 표본에서 크세논과 크립톤 등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을 잡아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북한이 풍계리 일대에서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WC-135 정찰기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WC-135가 미국의 ‘코’라면 ‘눈’은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일명 ‘키홀(Key Hole)’이라고 부르는 KH시리즈 첩보위성이다.

지상 500km 상공 첩보위성이 사진 촬영

KH시리즈 첩보위성은 KH-12까지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은 현재 KH-14가 활동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이전까지 사용하던 KH-12의 경우 광학장비의 해상도가 15cm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무게 19.6톤, 길이 10미터 이상, 지름 3미터 가량의 원통형으로 ‘허블 망원경’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원통 속에는 지름 3미터 가량의 정밀 반사망원경이 있어 이를 통해 지상의 차량 종류 등까지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미국이 사용하고 있는 KH-14 위성의 경우에는 광학장비 해상도가 2.54cm급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즉 지상 500km 거리에 떠 있는 첩보위성에서 찍은 사진으로 자동차의 번호판까지 어느 정도 판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위성사진으로 지상 시설의 높이를 파악할 때 여러 장의 사진이 필요한 데 반해 미국은 한 장의 사진만 있으면 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지상에서의 움직임이나 새로 지어진 시설 등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때는 이 KH-14가 활약하지만 해당 지역에 구름이 끼었을 때는 상황을 알 수 없다. 이때는 강력한 레이더를 장착한 ‘라크로스’ 위성을 활용한다.

합성개구레이더(SAR)를 장착한 라크로스 위성은 1990년대 쏘아 올렸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2008년에야 그 존재가 알려진 첩보위성이다. 라크로스 위성의 해상도 또한 1미터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제 성능은 베일에 싸여 있다.

미국은 이 외에도 적외선 감지센서를 장착한 위성, 지진 관측소, 각종 정찰기와 한미연합사의 정보자산 등을 이용해 북한이 실험한 핵폭탄의 폭발력 등을 구분할 수 있다.

일본, 북한의 핵 위협 예의 주시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일본 또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감지 수단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자체 생산한 고등훈련기 T-4를 개조한 대기정찰기다. 2명이 타는 T-4 고등훈련기는 길이 13미터, 폭 9.94미터, 높이 4.6미터의 소형 비행기로 최대 이륙 중량 7.5톤, 최고 속도 1,038km/h, 항속거리 1,668km 가량이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이 T-4에 대기 중 방사능 물질 탐지포드(Pod)를 달아 크세논이나 크립톤 등 핵실험 후 대기 중으로 흘러나온 방사능 물질을 탐지한다.

2006년 5월 24일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에도 일본은 T-4 고등 훈련기 3대를 동해 상공에 투입한 바 있다. 하지만 WC-135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중평(衆評)이다. 일본은 여기에 EP-3 정찰기를 투입해 북한 동향을 감시한다. P-3C 대잠초계기를 기초로 개조한 EP-3는 각종 감청장비를 싣고 주변 지역의 통신을 대부분 감청할 수 있다.

일본은 이와 함께 전자광학(EO) 장비를 장착한 위성 2기와 라크로스 위성과 같은 합성개구레이더(SAR) 장착 위성을 1기 운영 중이다.일본이 가진 첩보위성들의 해상도는 미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1미터 급으로 일반적인 상업위성 수준이지만 북한 상황을 감시하는 데는 꽤나 쓸모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북한 핵실험을 감지하는 장치를 제대로 갖춰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지 확실한 증거를 잡을 수 있는 방사능 물질 탐지 항공기는 단 한 대도 없다.

대신 북한과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을 활용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37곳의 무인환경방사선감지기를 운용하고 있다. 때문에 2006년 5월 24일 오전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 우리 정부는 이틀 뒤에야 스웨덴에서 ‘크세논 탐지기’를 빌려와 휴전선에 배치, 1주일 후에 핵실험 증거를 찾아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왜 그런 것도 제대로 탐지하지 못하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2007년 4월 방사성 물질(크립톤-85) 탐지 장비인 ‘BfS-ISR’을 20만 유로를 주고 독일에서 수입하고, 2007년 12월 방사성 물질(제논-135) 탐지 장비인 ‘SAUNA II’를 스웨덴에서 72만 유로를 주고 도입해 휴전선에 배치했다.

韓, 2016년까지 탐지 장치 갖춘다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작 북한 핵실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민하던 정부는 결국 2011년 12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있는 신형 백두 정찰기 2대를 2016년까지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새로 도입할 백두 정찰기는 국내 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며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나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면 그 신호를 포착하는 기능도 넣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신형 백두 정찰기에 계기정보(FISINT) 수집기능을 넣기 때문에 가능하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군이 수집하는 북한의 주파수 대역은 500MHZ이내지만 신형 백두 정찰기는 감시 주파수 대역을 2~3GHZ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평양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영변 핵시설 등의 교신 전파를 잡아내겠다는 것이다.

군은 이와 함께 신형 백두 정찰기의 체공 시간을 6시간 이상으로 늘리고, 운용 고도도 1만2,000미터까지 높여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 사거리를 벗어나게 한다는 계획이다.

‘701 사업’으로 명명된 이 사업에는 3,100억 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다소의 팰콘2000 비행기 2대를 1,400억 원에 사와 LIG넥스원과 삼성탈레스가 주도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대량살상무기 기술 확산’이라는 점 때문에 한반도와 주변국 뿐만 아니라 서방국가 대부분이 관심을 갖는 문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기구 준비위원회(본부 오스트리아 빈)도 나선다.

지난 4월 19일 교도통신은 “CTBT 준비위원회가 세계 280여 곳에 설치한 지진파 감지시설 등 각종 관측소를 통해 북한 핵실험이 일어나면 즉시 탐지할 수 있다”는 인터뷰를 보도했다.

왜 모두가 북한 핵실험을 막으려 할까

당시 교도통신과 인터뷰한 토트 사무총장은 북한이 강행한 지난 두 번의 핵실험을 “잘못된 방향으로 한걸음 나섰다”고 비판하며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북극부터 남극까지 설치된 관측소에서 핵실험 장소와 규모를 탐지하고 각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자신 있다”고 밝혔다.

토드 사무총장은 이어 “핵실험 이후 대기 중에 유출되는 방사성 가스의 탐지시설은 현재 29곳으로 북한이 처음으로 핵실험을 실시한 2006년 당시보다 3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 당시 캐나다 관측소에서 방사능 가스가 검출된 바 있다. CTBT 기구 준비위에 따르면 이후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 동부와 중국에도 방사능 가스 탐지시설을 갖췄다고 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북한 핵실험을 탐지하고 감시할 준비는 돼 있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어떻게 북한 핵실험을 멈추게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CTBT 기구 준비위원회 토드 사무총장도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해야 북한이 핵실험을 멈출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는 미국,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은 어떠한 경우에도 핵실험과 핵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핵무기 개발은 북한 정권 50년 숙원이자 체제를 지탱하는 ‘수단’이기에 김정은 정권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결코 핵실험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북한 핵실험의 위험성은 핵무기 기술 확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 등을 대상으로 장거리 미사일과 함께 핵개발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관련 기술이 이들 국가로 퍼지는 것을 막고자 미국과 EU, 이스라엘 등이 나서고 있지만 마약밀매조직을 능가하는 은밀한 거래방식 때문에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방세계는 유엔 안보리 이름으로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를 하고 있지만 중국과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들, 남한과 미국 내 종북세력들의 보호 때문에 특별한 효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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