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상상 초월하는 속도로 올 수 있다”
“통일은 상상 초월하는 속도로 올 수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5.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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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김현욱 수석부의장을 만나 “민주평통이 오래된 조직이어서 오히려 사람들이 활동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다소 껄끄러운 질문부터 했다. 4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외무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현욱 국제외교안보포럼 이사장은 유려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30년 역사 속에서 민주평통은 지속적으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헌법기관으로 통일정책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고, 통일정책을 입안해서 시행하고, 통일운동을 전국민과 전세계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시대와 환경, 인적구성에 따라서 자문회의가 활동성이 있을 때는 많이, 활동력이 적을 때는 덜 알려졌지요.”

지난해 7월에 출범한 15기 민주평통의 주요 이슈를 묻자 김 수석부의장은 “언제나 통일”이라고 답했다.

“통일은 항상 가슴 설레는 이슈입니다. 지금 어느 때보다 통일의 시기가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긴장과 설렘이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북한의 변화가 소프트랜딩이냐, 하드랜딩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요. 만에 하나 하드랜딩이 될 때를 대비해 역사적 기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준비해야지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에 이은 김정일 사망으로 15기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통일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전문적 식견을 가진 분들의 자문을 종합해서 국가정책과 보조를 맞추며 의견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민주평통은 2만여 명의 자문위원이 국내지역회의와 해외지역회의, 청년위원커뮤니티 등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해외지역회의 소속 자문위원은 105개국 3700여명으로 그 가운데 3분의 1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해외 자문위원들은 세 개 권역으로 나눠 정기적으로 모국을 방문해 강연과 세미나, 탐방 등의 행사를 갖는다. 15기 출범 이후 유럽과 중동지역 자문위원들이 귀국행사를 가진 데 이어 지난 5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15개 지역의 자문위원 800여명이 입국했다. 앞으로 아시아지역 자문위원들의 방문이 있을 예정이다. 미국 자문위원 귀국행사에 워싱턴주 상원부의장 폴 신(한국명 신호범) 의원과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박동우 정책위원, 방송인 자니윤 씨 등이 참석했다. 폴 신 상원의원은 재미동포들이 통일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저는 미국에 58년 살았지만 하루 빨리 통일되기를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이번에 온 800명의 자문위원들도 똑 같은 마음입니다. 지난달에 워싱턴에서 미국 국회의원들을 모시고 세미나를 했는데 ‘통일은 반드시 필요하고 곧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한인동포들은 핏줄이 있으니 빨리 통일돼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얼마 전 독일 의원을 만나 독일이 많은 비용을 들여 통일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을 때 ‘같은 민족이니까’라고 답변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2만여 자문위원 활동, 최근 미주지역 위원 800여명 입국 행사

지난 5월 7일 김현욱 수석부의장이 초대한 만찬장에서 재미 자문위원 800명은 “통일!”을 외치며 건배했다. 다음날 자문위원들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터 통일과 외교에 관한 보고를 듣고 여러 강사로부터 북한 체제 전망, FTA 시대의 개막과 한국경제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청와대 녹지원에서 민주평통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는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 날은 평택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북한의 잠수정 공격으로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행사를 가졌다. 김현욱 수석부의장은 “백문이 불여일견, 한반도 상황이 상당히 긴급하다는 걸 깨닫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미주 자문위원들은 도시 밀집지역에 거주하는 데다 숫자도 많아 활동이 활발합니다. 한국과 미국 간의 군사동맹과 FTA 비준 동의 등 유대관계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통일시대를 맞아 자문위원들이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보람과 긍지와 자부심을 느낍니다.”

- 자문위원들은 통일에 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습니까.

“통일은 자유 민주 평화라는 이념과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공동목표입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의견의 차이가 없어요. 2400만 북한 동포들이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인권, 인간존엄과 평화를 속히 누리게 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자문위원들은 어떤 활동을 합니까.

“각 지역 단위로 전문가 토론회를 비롯해 자문위원들을 위한 통일공감강연회와 평화통일포럼, 청년들과 여성들을 위한 워크숍 등 통일을 위한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 공감토론회 때 연방 차원의 상원의원과 하원의원들을 만나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긴박성과 필요성, 정당성을 전파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인사들을 만나 한국 국민들의 통일 열정과 의지를 알리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요.”

우리의 통일을 껄끄러워하거나 두렵게 여기는 주변국에 홍보하는 일도 맡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통일외교를 전개해 ‘통일된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 러시아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상대국의 이해에 피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습니다. 평화와 민주, 인권을 사랑하는 강대한 통일 대한민국을 지향한다는 걸 홍보합니다.”

-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북한 상황이 많이 바뀌었는데, 어떻게 관측하십니까.

“북한 현장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얘기하기 힘들지만 북한을 투시하는 외교 전문가들이 여러 형태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지난 3월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방한해 ‘한반도가 하나 돼 판문점의 감시초소가 텅텅 비게 되고 한국민이 인간의 존엄을 느끼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한 점입니다. 그날이 가깝다고 볼 수는 없고, 희생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필코 올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서 미국과 한국은 어떤 시련이 오든 협력할 것입니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 가서 ‘나는 베를린 시민’이라고 했고 1987년에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의 고르바초프에게 ‘소련과 동구를 번영된 나라로 만들려면 베를린 장벽을 허무시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미국 대통령도 오바마만큼 강렬하고 명쾌하게 말한 적은 없습니다. 이번 한국에서의 오바마 발언은 역사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이끄는 분수령이 될 겁니다.”

 

3년 이내에 통일 가능성 점쳐

- ‘통일을 원해도 희생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이라는 부분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60% 정도의 국민이 점진적으로 왔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통일의 시기는 ‘재창조, 출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10개월 만에 아기가 태어나는 것처럼, 같은 민족이 하나가 되는 건 우주와 자연의 순리와 같은 것입니다. 통일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세계사의 흐름이고 민족사의 흐름이며 역사의 흐름입니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00만 인파가 쏟아져 넘어올 때 소련 군대 50만 명이 총 한 방 쏘지 못했습니다. 통일 역사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래야 막을 수 없습니다.”

- 북한이 핵무기 갖고 있는 데다 호전적이라는 점 때문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통해 구축한 신뢰가 있습니다. 북의 급변사태가 와서 어려움이 왔을 때 한미동맹이 발동하면 잘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거기에 군사적인 문제가 많이 개입돼 있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국민들은 국가지도자와 정부, 국방부 장관의 말을 믿으면 됩니다.”

- 못 믿게 하는 세력도 있지만 안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때 정부 대응이 미숙했던 점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분들이 믿도록 국민 모두 협력해야지요. 국가지도자들이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사건이 처음이고 마지막이다.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응징하겠다’는 국방부 장관의 얘기를 믿으면 됩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9·11 테러를 일으키자 미국이 10년 동안 추적해서 제거했습니다. 한반도도 그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똑 같은 일이 벌어질 겁니다.”

-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공한 새로운 정보가 있나요.

“대통령이 다 아는 정보입니다.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뤄낸 합의와 정책 선별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제안합니다.”

- 최근에 대통령에게 어떤 내용을 자문했습니까?

“공개적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통일운동을 위한 북한인권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중국에서 탈북동포들이 강제북송 되지 않도록 외교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지켜달라는 당부도 드렸습니다.”

- 우파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대북정책만큼은 칭찬하는 분위기입니다.

“원칙 있는 대북정책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북의 시장경제를 열게 된 동기가 됐습니다. 북한주민들이 먹을 것을 자유시장에 유통시켜 스스로 공급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배급을 못하니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는 거지요. 북한 휴대폰이 100만대가 넘었다는 소식인데 휴대폰이 자유 시장경제를 확산시키는 큰 도구가 될 거라고 봅니다.”

- 통일은 과연 언제 올까요.

“상당히 민감한 문제여서 쉽게 얘기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 독일 대사를 만났는데 우리나라 통일이 빠르면 1년, 길면 2~3년 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며 ‘베리 순(very soon)’이라고 하더군요. 북한의 붕괴가 시작되면 통일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올 수 있습니다. 독일 통일이 이루어질 당시 동독은 동유럽에서 제일 부자였습니다. 하지만 무너지기 시작하니 막을 길이 없었죠.”

통일 위해 국가와 국민이 하나 돼야

김현욱 수석부의장은 통일을 앞서 이룬 독일이 겪은 시행착오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독일은 통일 이후 15년 동안 시행착오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통일 이후 동독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서독과 동독의 화폐단위를 1대1로 맞교환했고, 서독의 사회보장과 사회적 안전장치를 동독국민에게 똑같이 적용했습니다. 통일비용의 약 70%가 소비성 비용으로 지출된 거죠. 산업기지건설에 투자할 돈이 떨어진 겁니다. 15년 이후 정책을 바꿔 인프라 구축에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독일경제는 지난 7년 동안 번창하고 있습니다. 통일이 국력입니다.”

독일 관계자들이 우리나라가 통일 이후 크게 번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일러줬다.

“독일 대사는 ‘한국 사람은 훨씬 빠르고 다이나믹한 데다 경제성장 모델을 가진 민족이니 통일 이후 5-6년이면 어려운 고비를 넘길 것이다, 독일보다 더 훌륭한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다, 북쪽의 노동력과 남쪽의 자본과 기술이 합쳐지면 대동강의 기적, 금강산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는 얘기를 거침없이 했습니다.”

- 독일 대사의 예측대로 2-3년 사이에 통일된다면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혼란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민이 돼야 합니다. 통일 대한민국을 강대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갈 집념의 정치 지도자, 국민을 이끌어가는 정치가들이 혼란을 감당할 용기를 가지면 우리 국력으로 봐서 힘들 게 없습니다. 허허벌판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 세계 10대 강국이 됐는데 두려울 게 뭐 있습니까. 세계 지식인들이 우리에게 ‘할 수 있다’며 권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위해 국민 합의를 강조하는 김현욱 수석부의장에서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사항을 물어봤다.

“통일은 원한다고 빨리 오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오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내버려둔다고 그냥 지나갈 일이 아니라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십자가로 피할 길과 멀리할 길이 없습니다. 숙명에 순응하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각각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진력해야 합니다. 국가통일이라는 지상목표를 원대하게 세우고 하나가 돼야 합니다.”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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