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청담동 좌파들’
내가 만난 ‘청담동 좌파들’
  • 미래한국
  • 승인 2012.06.27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본주의 최대 수혜자들이 종북-반미로 살아가는 이유

정치권 인사들의 종북문제가 통합진보당을 넘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486세대건 2030 젊은이들이건 6070 노년층이건 모두 종북세력들의 실체를 보며 충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강남 좌파’ 혹은 ‘청담동 좌파’들이다.

강남 좌파들의 특징

본 기자는 지난 10년간 개인적으로 여러 분야의 일에 종사하면서 이른바 ‘청담동 좌파’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흔히 생각하는 ‘귀가 얇은 사람들’이라거나 유행에 민감한 ‘패션좌파’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新기득권 세력’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교육을 잘 받았다. 명문고와 명문대 또는 해외유학을 거쳐 석·박사 학위까지 받은 이들이 많았다. 자기 나름대로의 ‘소신’이랄까 고집도 강한 편이다. 이런 이들을 가만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이들 대부분은 부모가 산업화 시대에 상당한 기여를 한 고위 관료, 대기업 오너,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었다. 가족들의 자산 규모도 50억~100억 원에 달하고, 본인들도 대다수 강남 일대나 분당, 용인, 일산 등에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의 직업도 방송이나 언론, 의사, 변호사, 전문 금융직 등 우리 사회에서 선망하는 직업들을 갖고 있거나 소규모지만 꽤 많은 수입을 올리는 무역업, 부동산 임대업 등에 종사하고 있었다. 일부는 90년대 후반 초창기 IT기업을 창업하거나 투자해 거부가 된 이들이었다.

이들과 만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연봉이 3억~4억원에 달하던 한 금융직 종사자는 룸살롱에서 ‘우리 같은 노동자를 위한 세상의 건설을 위해’라고 건배사를 제의했고(물론 반농담이었지만 진실이 담겨 있었다), 또 어떤 이는 한 끼에 10만 원이 넘는 횟집에서 식사를 하며 ‘우리 사회의 봉건적 사회질서’를 규탄하기도 했다.
한편 현실에서는 이들은 철저히 자본주의의 화신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자본주의 중에서도 제국주의를 만들어 낸 ‘맨체스터 캐피탈리즘’(천민자본주의라고도 부르는 교조적 자본주의)의 수혜자들이었다. 거래를 할 때는 인정사정없었다.

직업상 한때 이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느낀 것은 또한 그들이 부모 세대에 대해 상당한 증오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증오심을 까보면 ‘왜 내게 부모님과 같은 부와 권력, 명예를 주지 않는가’하는 것이 있었다. ‘당신이 직접 이룬 일이 없지 않는가’라고 물으면 ‘우리에게는 기회 자체가 없다. 부모 세대들이 늙었으면 물러나야지 지금도 모든 열쇠를 쥐고 있다’는 식이었다.

일부 종북세력 우리사회 주류 되기까지

성장기에 보통 사람들보다 유복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곱게 자란 이들이 從北, 反美, 親中의 성향을 갖고 부모 세대를 증오하는 것은 왜 일까. 그들을 이렇게 만든 배경에는 여러 가지 환경적 요소와 더불어 ‘진짜 종북세력’들이 벌인 ‘학생운동’과 ‘언론운동’이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언론은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다. 1980년대 초 전두환 정권은 당시 문공부를 통해 언론통폐합 조치를 실시했다. 이 조치의 명분은 ‘사이비 언론 척결’이었지만 언론과 다수의 국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로도 일부 양심적인 언론인을 무고하게 처벌한 바 있다.

이 조치와 더불어 대학가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는 ‘카더라 통신’과 ‘외신(外信) 숭배풍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정부 활동 또한 대학가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이런 빈 틈을 김일성과 김정일이 놓칠 리가 없었다.

김일성은 80년대 초 교시를 통해 대남사업에서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고시나 언론사 입사시험을 준비하면 적극 지원해 주라”고 지시했다. 남한 사회의 여론 주도층을 장악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와 함께 반미 활동과 미국, 일본, 유럽 등으로 이민 간 사람들에 대한 포섭 공작도 적극 지원했다.

이런 북한의 공작은 큰 성과를 거뒀다. 각종 고시에 합격한 이들 중 종북반미 성향을 띠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고, 미국으로 뒤늦게 공부하러 간 이들은 교민사회를 통해 포섭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유학생들은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교수가 됐다. 하지만 80년대까지는 이렇게 종북반미에 물든 이들이 별 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한편 포섭 대상이 아닌 학생들은 ‘카더라 통신’과 ‘외신 숭배풍조’를 적극 활용한 학생 운동권들에게 휘둘렸다. 학생 운동권들은 시위나 반정부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향해 온갖 비난을 해대며 ‘죄인’ 취급을 했다. 요즘의 청소년 왕따 수준이었다. 이런 ‘고통’을 겪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운동권 학생들에게 죄책감을 갖게 됐다. 이것이 ‘부채 의식’의 시작이다.

이렇게 왕따를 당하던 학생들이든 그렇지 않든 대학만 나오면 80년대 당시의 호경기 덕분에 대기업과 공기업에 쉽게 입사할 수 있었다. 안보기관조차 교수 추천서만 받으면 들어갈 수 있었다.이렇게 잠복해 있던 종북 풍조는 90년대 초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공산권이 해체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1997년 외환위기,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집권, 1999년 중국의 WTO 가입, 2000년 6·15공동선언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의 ‘주류 여론’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갖 향락문화 이끄는 486세대

시작은 외환위기였다. 당시 486세대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5년 남짓인 경우가 많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호경기가 끝나면서 대기업, 공기업을 시작으로 거대한 정리해고 바람이 불었다. 평생 차장, 부장, 이사 자리를 지킬 것 같던 윗세대들은 모두 물러났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486세대들, 그 중에서도 청담동 좌파는 IT기업 열풍과 새로운 경영기법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월급쟁이 연봉 1억 원 시대’를 연 것도, ‘자수성가형 갑부’의 마지막 세대도 강남좌파였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빚’을 ‘지렛대’ 삼아 부동산을 사들이기도 했고, 인수합병, 주가조작, 파생상품 투자 등으로 상당한 돈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이렇게 번 돈은 대부분 사치와 향락 등에 사용됐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사회를 주도하면서 다양한 문제도 나타났다. 외환위기 10년이 지난 후 우리 사회는 ‘강남좌파가 486세대를 선동해 그보다 어린 세대의 성장은 억압하면서 산업화 세대가 벌어놓은 과실(果實)을 소모하는’ 형국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룸살롱, 풀살롱, 안마방 등은 물론 변종 성매매, 여대생 스폰서 등 온갖 퇴폐적 향락 문화가 주택가까지 파고들어와 있다. 그 고객 대부분이 40~50대다. 사치품을 명품이라는 말로 포장한 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과시적 소비풍조가 팽배했다. 실제 한 대에 3억~5억 원 씩 하는 초호화 스포츠카 구매자, 한 개에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가방, 한 켤레에 300만 원을 넘는 구두 구매자 다수가 40~50대다.

반면 2030세대들은 건국 이래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취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일부 여성들은 ‘성산업’의 소모품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한편 486세대의 부모들은 모든 힘을 잃고 자식 눈치만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그럼에도 이른바 강남좌파는 죄책감이 없다.

그럴 수 있는 것이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종북 운동권 출신 친구들 때문이다. 종북 운동권, 그 중에서도 ‘강남 종북’은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거나 유학파들이 많다. 지금은 대학교수, 전문직, 또는 언론인, 정치인으로 활동 중이다. 대학 시절 공부는 못했지만 운 좋게 돈은 많이 번 청담동 좌파들에게 종북 운동권 출신은 ‘멘토’인 것이다.

종북 운동권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부모 세대, 이른바 ‘기득권 세력’에게 돌리거나 유교적 문화 등과 같은 사회 구조적 모순 탓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필요할 때는 의리, 민족, 충성과 같은 전통적 가치를 내세워 종북 운동권인 자신들에게게 ‘심리적 면죄부’를 준다.

강남좌파들은 이런 식으로 종북 운동권에게 ‘머리’와 ‘가슴’을 맡겼다. 대신 자신의 ‘이익’에는 철두철미하다 보니 ‘몸’은 자신들이 경험했던 미국이나 일본, 유럽을 따르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약점은 물욕, 권력욕

이들이 가진 ‘가용자원’은 애국우파 진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인기 연예인, 방송인, 음악인만 해도 수백 명 단위다. 그들을 따르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다. 그러면 종북세력과의 싸움을 포기해야 할까.

그들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끊임없는 물욕과 권력욕이다. 이런 욕구와 종북주의자들에게 배운 공산주의 또는 주체사상 탓에 시장질서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다.그들은 보통 사람에 비해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항상 가장 잘 버는 사람과 비교하기 때문에 늘 배고프고 조급하다. 그러니 범법과 편법의 유혹에 흔들린다. 자신들이 잘못 판단해 결정한 문제도 ‘기득권 세대가 만든 구질서’ 탓으로 미루며 현실에서 도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른바 청담동 좌파들도 종북주의자처럼 선민의식이 강해 남들을 배려하거나 사회질서를 존중하는 개념이 약하다. 최근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내뱉은 ‘종북주의적 발언’과 관련, 사회가 들썩이고 있음에도 정작 당사자들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정도(正道)를 걷는 경우는 드물다. 기업을 경영할 때도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등의 가능성이 무척 높다. 실제 오너의 친북진보성향이 문제로 지목된 한 재벌기업 주변에서는 ‘비자금 수천억 원을 만들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자신의 육체적 욕구를 자제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다양한 구설수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다. 최근 주목받는 한 IT 재벌도 이런 구설수가 흘러나오고 있다.종북 주사파는 하나의 ‘사이비 종교 집단’이다. 이런 ‘사이비 종교 집단’과 싸울 때 ‘교리’를 내세워서는 답이 없다. 대신 이들이 내세우는 ‘교리’ 뒤에 어떤 약점을 숨기고 있는지 파악한 뒤 그곳을 공략해야 이긴다.

종북주의자도, ‘패션좌파’도 모두 우리 사회의 신기득권 ‘청담동 좌파’가 가진 돈과 영향력에 기대고 있다. 이들이 가진 ‘가용자원’의 약점을 공격하면 수많은 ‘패션좌파’가 떨어져 나간다.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나온다. 절대 잊지 말자. “적장을 잡으려면 먼저 적장의 말을 쳐라.”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