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구는 ‘이민법’논쟁
미국 달구는 ‘이민법’논쟁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2.07.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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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애리조나법 위헌’ 판결로 재점화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25일 그동안 미국사회를 들끓게 했던 ‘애리조나 이민법’의 핵심조항 대부분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2010년 4월 애리조나 주에서 채택된 이민법은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으로 미국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애리조나 주에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과 관련된 마약, 인신매매 등 폭력이 증가했고 2008년부터 미국 경기가 침체되자 애리조나 주에 있는 불법체류자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2010년 4월 기준 애리조나 주에는 약 46만여 명의 불법체류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1990년 때보다 5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애리조나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미국의 주들 가운데 멕시코인들의 불법 월경이 가장 심한 곳으로 1990년대는 불법 월경자들이 가장 많이 체포되기도 했다.애리조나 이민법은 이민서류를 소지하지 않고 다니거나 불법체류자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경찰이 검문, 구류 중 이민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으며 불법체류자로 ‘충분히’ 의심되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한 경우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이 법이 채택되자 미국사회는 양분됐다. 미국 내 약 1,100만 명의 불법체류자를 단속해야 한다는 찬성과 불법체류자에 대한 인권 침해라는 반대의 목소리로 나뉜 것이다.

당시 여론은 이 법을 지지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의 자료에 따르면 찬성은 70%, 반대는 23%였고 갤럽의 여론조사는 찬성 51%, 반대 39%였다. 다른 주들도 비슷한 법들을 제정했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알라바마, 인디아나 등 5개주는 유사한 이민법을 마련했고 다른 24개주는 시도했지만 실제로 제정하지는 못했다. 알라바마에서 마련된 법은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업체를 처벌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조지아에서 채택된 법은 불법체류자인 것을 알면서 차를 태워주거나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는 등 애리조나 법보다 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국 내 불법체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히스패닉 사회는 히스패닉에 대한 편향적인 단속이 이뤄질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미국 내 인권단체들 역시 인권 침해라고 비판하는 등 미국 내 70여개 주요 도시에서 수만 명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애리조나 이민법은 주정부가 아닌 연방정부 관할이라며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대법원은 이날 오바마 행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민법과 이민정책은 국가 간 관계의 일환으로 연방정부 고유의 권한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경찰이 검문 등을 하다 어떤 사람이 불법체류자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을 경우 이민자 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위헌판결을 하지 않았다.이번 판결은 미국 정치의 묘미인 ‘힘의 균형’을 잘 보여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판결 후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종합적인 이민개혁을 하지 못한 것을 공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민정책은 연방정부의 고유 권한인데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제대로 못하니까 각 주가 월권하며 이민법을 채택하는 불상사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미트 롬니는 “이번 판결은 중요한 이슈를 주도하며 초당적으로 일할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오바마는 이민에 있어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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