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이 친구가 된 세상
간첩이 친구가 된 세상
  • 미래한국
  • 승인 2012.07.2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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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개봉 영화들, 친구 같은 간첩들 대거 등장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가 지난 7월 3일 64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연예기획사 사업가 강기태(안재욱 분)와 정치권 실력자 장철환(전광렬 분)의 갈등을 중심축으로 1960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현대사를 관통했다.

과거 대통령의 실명만 거론되지 않았을 뿐 박정희 정권 시절 궁정동의 비화, 경호실과 비서실의 대립, 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 등 우리에게 익숙하고 악명 높은 사건들을 등장시켜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장철환은 2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권력의 ‘그림자’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의 공화당 국회의원으로 시작해서 경호실장을 거친 뒤 5공화국에선 정치자금을 담당하는 실세 등을 두루 섭렵하며 각종 악행을 저지른 인물로 그려진다. 대통령에게 유명 여배우들을 상납하는 채홍사 역할부터 수천억 원대의 어음사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작위적이다.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는 현대사의 굴곡과 함께 성장해가는 젊은 사업가 강기태를 통해 쇼비즈니스 업계의 ‘명암’을 그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사적 이익을 위해 갖은 음모와 술수로 인권을 억압하는 ‘악마적’ 집단일 뿐이다. 물론 드라마에서 정치문제는 훑고 지나가는 배경인데다, 갈등 구조의 악역을 담당하는 쪽이어서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 하지만 이런 이분법 구도는 금세 식상해질 뿐이다.

더욱이 장철환이 강기태를 압박하는 수단은 너무 ‘구시대’적이어서 아쉬운 대목이다. 강기태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그를 옭아매는 것은 간첩 혐의 조작이다.

그런데 현실은 용공 조작이 아니라 종북이 문제다. 예컨대 19대 국회의원 중에 전향하지 않은 종북 주사파 의원이 포함돼 있고,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사면 복권된 간첩단 연루 인사 중 일부는 실제로 종북 세력임이 입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화계는 더 심각하다. 올 하반기 극장가에 간첩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이 영화들이 간첩을 친근한 옆집 아저씨나 ‘꽃미남’ 고등학생 정도로 미화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영화 <간첩>은 김명민이 남한 사회에 동화돼 살다 겪는 해프닝을 코미디 식으로 풀었고,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간첩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신세대 미남 스타로 떠오른 김수현이다.

물론 영화의 평가는 관객의 몫. 그러나 아직 영화들이 개봉되진 않았지만 ‘간첩’의 입장과 시각에서 영화가 진행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관객들이 김명민이나 김수현이 연기하는 ‘간첩’에 친근감을 느끼고 환호할 것은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가뜩이나 종북세력이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해서 여론을 왜곡·주도하는 게 현실인 지금이다. 과연 영화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간첩이나 종북세력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룰지 주목되는 게 그런 이유다.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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