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북한, 개혁개방 외에는 탈출구가 없다
격변의 북한, 개혁개방 외에는 탈출구가 없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7.3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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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 내부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 군부의 최고 실세로 꼽히던 리영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군총참모장이 지난 7월 15일 모든 직무에서 전격 해임됐다. 17일엔 8군단장 출신 현영철이 차수로 승진된 뒤 리영호의 자리(인민군 총참모장)를 차지했다.

18일엔 김정은이 ‘원수’ 칭호를 받았다. 리영호를 모든 직무에서 해임시킨 것과 맞물려 이뤄진 ‘원수’ 칭호 부여는 김정은이 일단 군부 장악을 마무리한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그로 인해 향후 북한에서는 몇 가지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된다.

급변하는 북한 핵심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리영호의 해임 사유를 “신병 관계”로 밝혔다. 그러나 그보다는 최근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징후들로 볼 때 리영호의 실각은 김정은의 개혁파와 군부 강경파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개혁개방 반대세력들에 대한 김정은의 엄중경고라는 해석이 더 그럴싸해 보인다.이와 관련해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북한전문가 프랑크 박사는 지난 7월 1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리영호는 북한 지도부의 경제개혁과 관련해 숙청됐다”며 앞으로 북한의 경제개혁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리용호의 해임을 권력 투쟁과 노선 대립 끝에 이뤄진 실각으로 해석하면서도 피폐한 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질로 진단했다. 신문은 “김정은 체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 재건밖에 없다”며 “리영호 해임은 이에 저항하는 군부에 대한 본보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이 사실이라면 강경 군부의 대표 인물이 권력무대에서 사라짐으로써 북한의 개혁개방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002년 기업의 자율권 확대와 인센티브제 도입 등 시장경제 요소를 담은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추진했으나 군부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던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전망이 가능하다.

김정은이 군부 강경세력의 상징적 존재인 리영호를 해임함으로써 그동안 개혁개방을 반대했거나 소극적이었던 군부를 견제할 수 있게 돼 김정은 체제의 개혁개방 운신 폭이 넓어질 개연성은 충분하다.

김정은 개혁·개방의 신호들

김정은 정권이 공식 출범한 지 3개월을 맞으면서 개혁개방 낌새가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그런 흔적은 경제와 문화 부문에서 현저하다. 그 중에서도 문화개혁 낌새가 두드러진다.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최근 선보인 시범공연에서 자본주의 미국의 상징인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모습이 단적인 사례다.

북한의 경제개혁을 암시하는 당국의 언행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발표한 담화에서 “경제사업의 모든 문제를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의 통일적 지휘에 따라 풀어나가는 규율과 질서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며 내각에 힘을 실어줬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월 17일 조선중앙통신과 가진 문답에서 “김정은은 인민을 잘 살게 할 수 있는 우리식의 발전목표와 전략전술을 세워놓고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인민의 총진군을 현명하게 이끌어주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김정은이 개혁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을 낳게 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양형섭 부위원장은 김정일이 사망한 지 한 달도 안 된 지난 1월 16일 미국 AP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김정은이 외국 개혁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직전 김정은과 상의해 중국식 경제개혁 정책을 준비하고 있었고, 김정은이 ‘농업의 제한적인 탈집단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북한은 지난달 말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란 제목의 소위 ‘6·28방침’을 내놓고 오는 10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당정치의 함의

리영호의 해임으로 선군정치의 변화를 점치는 전망도 그럴싸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7월 17일 리영호의 해임이 북한 선군정치 변화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날 중국외교학원의 안보 전문가 말을 인용해 리영호 해임으로 북한은 ‘변화’의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으며, 변화의 동력은 선군정치가 아닌 경제 개혁 개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리용호의 축출이 북한 체제의 실세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당의 민간 엘리트들이 군부 권력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으로 뒷받침된다.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군을 중시한 것과 달리 김정은은 전통적인 사회주의 방식인 ‘당우선주의’를 채택해 장성택과 최룡해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선군정치의 상징이었던 리영호의 실각으로 향후 북한은 민간 당료가 힘을 쓰는 ‘선당(先黨)정치’로 가면서 선군정치가 차츰 뒤로 밀릴 전망이다.

그렇게 놓고 볼 때 이명박 정부가 선택한 대북정책은 옳았다. 야당과 종북주의자들은 오늘날 남북관계 경색 원인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있다고 북한의 주장을 되뇌며 이를 실패작으로 폄훼하지만, 결과론적일지 모르나 현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마침내 북한의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초기 ‘비핵·개방 3000 구상’을 대북정책으로 내놓았다.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 조치가 있어야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든 무조건 지원하던 햇볕정책과는 달리 ‘합의 준수에는 지원하고 잘못된 행동에는 제재’를 가한다는 ‘대북정책 원칙주의’를 택했다. ‘5·24조치’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반기라도 들 듯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를 총으로 쏴 죽임으로써 ‘이명박 정부 길들이기’에 나섰다. 그로 인해 10여 년간 이어져오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북한은 돈줄이 끊겼다.

대북 원칙주의의 결과

2007년 기준 북한이 관광 대가로 챙긴 돈은 총 2,038만 달러였다. 북한 내 시장환율로 계산하면 군수분야를 제외한 북한 내각의 1년 예산을 초과한 수입이었다. 그런 수입이 중단되면서 북한은 체제 유지가 크게 힘들어졌다.다급해진 북한이 끝내 개혁개방에서 살길을 찾으려 하고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 ‘비핵화 개방 3000 구상’이 일정 부분 실효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김정은은 겉으론 이명박 정부를 ‘상종 못할 정권’이라고 욕해대면서도 속으론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남북 긴장 조성과 도발의 총책인 리영호를 해임함으로써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 개선과 화해의 명분을 찾았다. 따라서 향후 남북관계에서 부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제 김정은 정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백해졌다.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남정책과 핵문제에 대해서 결단에 가까운 전향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상백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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