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선주자의 ‘생각’이 시사하는 것
한 대선주자의 ‘생각’이 시사하는 것
  • 미래한국
  • 승인 2012.08.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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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우 기자

어느 순간 한국의 2040 사이에서는 남북통일에 대한 고민이 실종됐다. 인터넷을 보라. 표현법은 다양하지만 통일에 대한 네티즌의 담론은 일관된 주제의식을 관통하고 있다.

통일은 실질적으로 어려우며 우리 먹고 살기도 힘든데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줄 돈은 없으니 북한은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기 바란다는 골자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얘기를 익명의 세계에서 함부로 했다간 순진한 이상주의자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이것은 비단 사이버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얘기일까? 물리적 실체를 기반으로 대화를 나누는 오프라인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말이 상대적으로 환영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에서 온라인보다 나을 것은 없다는 점이 금세 드러난다. 점잖은 체면을 지키기 위한 허례허식에 불과한 것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전교조 20년으로 대표되는 친북통일교육의 흐름을 감안한다면 흐릿하던 실루엣이 뚜렷한 실선으로 변해간다. 통일에 무관심한 2040이 많아진 이유? 그것은 인권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참상에 대해서 한 마디도 비판하지 않았던 통일교육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생각하도록 유도했고, 그것이 2040 특유의 개인주의(이기주의)와 결합했기 때문이다.

2040이 통일에 무관심한 이유

‘우리에게 우리만의 인생이 있듯이 북한에게는 그들만의 운명이 있다. 북한도 유엔가입국인데 왜 우리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간섭한단 말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논리적인 반론을 개진할 수 있는 2040은 의외로 적다.

이들에게 ‘북한은 노동당 규약에서부터 대남 적화통일노선을 체제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불관용 세력이므로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확실한 부정의 의사를 표출하는 게 오히려 자유주의적’이라는 점부터 설명해야 한다는 것은 커다란 비극이다.

이러한 총체적 난관 속에서 어떻게든 2040의 눈에 들어야 하는 정치인들이 북한 문제를 왜곡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안철수 교수를 보자. 최근 발간된 <안철수의 생각>은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2012년 한국의 포퓰리즘 현황 보고서’로 역사에 기록될 확률이 높다.

쉽게 말해 지금 한국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달콤한 얘기들을 Ctrl+C/Ctrl+V 해 놓은 책이다. 북한에 대한 그의 관점 역시 터무니없다. 북한의 붕괴를 상정하고 정책을 짜서는 안 된다는 둥, MB정부는 소통에 실패했다는 둥 정반대의 오타가 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내용들뿐이다.

누구를 탓할까. 안철수를 이렇게 만든 것은 유권자다. 국민은 제각기 그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가질 뿐이다. 단, 우리가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고 해서 그게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똥’에게 ‘꽃’이란 이름을 붙인다고 악취가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현실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들은 원래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불확실한 집단이었지만 권력의 바통이 김정은에게 넘어간 순간 위태로움은 휴전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 ‘원수’의 칭호를 얻었다고 해서 김정은의 리더십에 무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촌스러운 헤어스타일과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손동작으로 연명하는 역할극은 과연 2017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대통령을 해 보겠다며 난립한 후보들이 과연 이 질문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18대 대선의 쟁점은 아직까지 경제 민주화이지만 정치에서 5개월은 긴 시간이므로 그때까지 새로운 논점이 파생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상으로는 분배나 복지 문제에 대해서 대중을 능숙하게 현혹하는 쪽, 혹은 사생활에 가십의 요소가 덜한 쪽이 당선되기가 쉬워 보인다.

이 흐름은 바뀌어야 한다. 당선은 국내 문제로 됐을지 모르지만 막상 집권을 하고 나면 국제 문제 때문에 고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18대 대통령에 대한 후대의 평가 역시 그 사람이 얼마나 날카로운 국제 감각을 가지고 있었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개연성이 높다.

원인은 물론 북한 때문이다. 이것은 과도한 걱정이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 눈을 가리고 있을 뿐 북한의 미래는 우려해 마땅한 것이다.

중국·흡수통일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적어도 두 가지 국제 문제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첫 번째, 중국에 대한 입장이다.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편 북한의 응석을 번번이 받아주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당장 내일 붕괴된다고 가정할 때 중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와 그 각각의 대처법에 대해서 유권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두 번째, 흡수통일에 대한 입장이다. 북한 붕괴 이후 소통과 설득에 중독된 한국인들은 천천히 대화해 가며 평화적인 통일을 해 나가자는 이상주의를 고수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장마당’을 경험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도 그럴까?

우리가 말하는 평화통일은 그들 입장에선 ‘단절’과 ‘차별’의 메시지가 되기 쉬우며 독일 방식의 흡수통일은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굳어갈 가능성이 낮지 않다. 이 과정에서 삽시간에 한반도를 에워쌀 분열과 갈등, 반목과 질시에 어떤 원칙으로 대응할 것인지, 또한 국민들은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각오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언제나 그랬지만 한국은 여전히 냉엄한 국제정치의 한복판에 서 있다.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는 현실의 살벌한 싸움터다. 바로 이 국제정치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북한 붕괴와 통일은 비록 지금 강 건너 불처럼 보일지라도 한 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질 것이다.

사소한 판단으로 시대의 흐름이 바뀌는 격변의 시점에 한국은 어떤 리더를 가지고 있을 것인가? 18대 대선에 임하는 유권자가 후보들에게 요구해야 할 첫 번째 덕목은 ‘국제 감각’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그렇다.(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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