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삼성전자"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삼성전자"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08.27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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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7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12위 -

-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전도서)

- 주가에는 모든 것이 반영된다. 해당 기업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전망은 물론이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까지 나름대로의 판단을 거쳐 가격으로 수렴된다. 가격이야말로 가장 심플하면서도 근본적인 ‘집단지성’인 것이다.

- 오늘 하루 삼성전자의 주가가 7.5%나 급락한 것은 미국에서 24일(현지시간) 내려진 삼성-애플간 배심원 평결이 ‘의외’의 결과였음을 말해준다. 이렇게 간단히 평결이 나올 줄도 몰랐거니와 애플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것도 예상 밖이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평결은 한국 주식시장에도 묵직한 의미를 던졌다.

- 미국 배심원들이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건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라는 개념이었다. 색채·크기·모양 등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 역시 특허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디자인이 제품의 명운을 결정짓는 현대의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하면 그 취지를 공감할 수 있는 면은 충분히 있다. 특허, 나아가 재산권이 자본주의의 근간에 깔린 본질적 권리라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 허나 특허법이 과도하게 적용될 경우 도리어 혁신이 저해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모든 창조는 기본적으로 모방에서 비롯되는데 트레이드 드레스와 같은 적극적 개념은 그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술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화가인 피카소조차도 “베끼고 베낀다. 그러다 어느 날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1994년 맥킨토시에 대한 인터뷰에서 이 말을 인용했다.)

- 트레이드 드레스 개념을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똑같은 사건인데도 판결이 나라마다 다르게 나온다는 문제, 애플의 특허권은 인정하면서도 삼성 측의 통신특허가 미국에서 전부 부정되었다는 문제는 이번 소송에 개입된 국가주의(國家主義)의 존재감을 강하게 부각시킨다. 삼성을 ‘한국’으로, 애플을 ‘미국’으로 바꿔 인식하는 순간 특허법은 정해진 결론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 삼성과 애플은 모두 세계를 무대로 비즈니스하는 기업이다. 그들이 내놓은 제품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력은 국경과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뻗어나간다.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이뤄진 이건 평결이 세계경제의 전반적 침체를 국가주의/보호주의로 타개하려는 허망한 시도를 은유하는 것 같아 못내 씁쓸하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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