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버스 패륜남"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버스 패륜남"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09.11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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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1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1위 -

- 피해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여론은 극명하게 갈린다.

- 9월 4일 ‘지하철 문신남’이 검색어에 랭크됐을 때 한국인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것이었다. 그간 워낙 ‘00남녀’들이 난립한 탓도 있었겠지만 문신남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 뿐 타인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버스 패륜남’은 형법상의 처벌을 받을 만한 수준의 폭행을 저질렀다. 문제가 ‘도덕’에서 ‘법’의 영역으로 넘어오자 대중들의 ‘분노 방아쇠’도 2배로 거칠게 격발되었다.

- 분노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 번째, 노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이었다는 점. 사건은 경남 창원의 한 시내버스 안에서 일어났다. 목격자의 증언과 사진자료에 의하면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패륜남’은 우산 등의 도구까지 사용하면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행동이다. 설령 노인 쪽에서 먼저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해도 20대 청년이 폭행을 한다는 일은 상식 밖이다. 그런데 심지어 폭행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반말’은 대중들의 분노를 두 번째 포인트로 이행시킨다.

- 목격자의 증언에 의하면 버스기사의 만류로 폭행을 멈춘 후 자리에 앉은 패륜남은 “반말을 하잖아. 반말을. 자기가 나를 언제 봤다고.”라고 욕설을 섞어 말하는 등 분노를 이기지 못했다고 한다. 이로써 이 사건은 대중들의 관용을 유발할 어떤 요소도 갖지 못하게 됐다.

- ‘버스 패륜남’이 한국인들의 전형일 수는 없다. “요즘 어린 것들은…”이라고 말하며 혀를 차기에도 이르다. 대다수의 20대는 이 사건을 보며 누구보다 뜨겁게 분노하고 있다.

- 하지만 이 사건이 노인에 대한 경시(輕視) 풍조의 한 메타포는 아닐지를 고찰해 볼 순 있다. 한국의 노인층은 장년층 이하의 세대와 ‘갈등조차도 빚지 않는’ 사이가 된지 오래다. 현재 한국에서는 1일 평균 42.6명이 자살을 한다. 청춘들의 취업걱정에 온 사회가 동참하는 통에 사태의 본질이 호도되고 있지만 자살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노인이다.

- 코넬대학교 인간생태학 교수 칼 필레머는 5년에 걸쳐 70세 이상 노인들 1,000여 명과 인터뷰한 뒤 베스트셀러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을 써냈다. 그의 결론은 ‘겉으로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노인일지라도 긴 시간에 걸쳐 쌓아온 그들의 지혜에는 경청할 가치가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혹시 한 사람 한 사람의 ‘지혜창고’를 존중하기는커녕 푸대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노인과의 대화가 시시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노인의 지식을 이끌어낼 능력이 없는 것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中)

- 대선정국을 맞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얼마나 훌륭한 지도자였는지를 두고 사람들은 논쟁을 거듭한다. 하지만 지도자의 역할만큼이나 가난을 종식시키기 위한 국민들 개개인의 노력이 결정적이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모든 역사는 결국 ‘개인의 역사’다.

-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그저 자식들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려 했던 것이 오늘의 노인층이고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세대다. 오늘의 ‘버스 패륜남’은 바로 그 어려웠던 시절의 산증인이자 지혜의 보고(寶庫)를 폭행하는 자의식 과잉의 배은망덕(背恩忘德)을 연상시켜 더욱 침통한 검색어로 남을 듯하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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