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왜 저러나? 일본 우익에게 묻다
일본 왜 저러나? 일본 우익에게 묻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9.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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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라키 가츠히로 日 타쿠쇼쿠대학 해외연구소 교수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연이은 일왕 사과요구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서신을 소지한 외교관을 문전박대하고 과거 우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유감표명까지 번복하는 등 유례없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의원 선거를 앞둔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일본 정부 및 여야의 국내용 선거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나, 사정이 그리 단순한 것 같지는 않다. 일본 지도층과 일반 국민들, 특히 우익진영의 역사인식을 들여다보면 동아시아에 몰려오는 폭풍의 조짐을 느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어김없이 반복되는 전쟁의 전운(戰雲) 말이다.

지난 8월 말, 국내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본지 <미래한국> 사무실을 방문한 아라키 가츠히로 일본 타쿠쇼쿠대학 교수로부터 최근 양국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한국을 자주 방문하고 대학에서 한국문제를 연구하는 등 지한파(知韓派)로 인식되던 그가 “강요된 위안부는 없었다”, “머지않아 일본은 미국과 다시 (군사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 등의 솔직한(?) 생각을 밝힌 것은 일본인들의 뒤틀린 역사인식과 결코 쉽게 봉합될 수 없는 한·일 관계의 현실을 생생히 드러냈다.

다음은 아라키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천황은 인간과 다른 존재”

- 현재 일본 내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한국에서는 일본 정부의 최근의 일련의 강력한 조치가 선거용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만.

   
 

문제는 일반 국민들 뿐 아니라 평소에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져온 사람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당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에 호의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그러한 실망과 분노를 가져다 준 측면도 있습니다.

아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똑같이 행동했다면 같은 반응을 불러오진 않았을 겁니다. 특히 천황을 거론한 것은 크게 잘못됐다고 봅니다. 천황은 일본인들에게 ‘다른 존재’로 인식됩니다.

- 과거사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이 민주주의체제이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갈 파트너라는 인식이 한국에서는 있어 왔는데, 최근 일왕 언급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히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이 나라가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 국가가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게 사실입니다. 일왕이 상징적 존재를 넘어 일반인들과는 다른, ‘신적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게 국제적 관점에서 볼 때 정상적 현상이라고 보십니까.

일본에서 천황은 불가침한 존재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일본 사람들도 오히려 천황이라는 존재에 대해 재인식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평소에 천황의 존재에 대해서 크게 의식하지 않았었는데, 이러한 일을 계기로 특별한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 거죠.

물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지만, 존재로서는 우리와는 다른 존재이고, 그런 존재가 있기 때문에 우리도 안심해서 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일본 안에는 권력과 권위가 분리돼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지 왕실이나 황실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니까, 국제적으로도 천황의 존재 자체가 별로 이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과거 상황을 비춰봤을 때 최근 한일문제가 예외적이라고 보십니까.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곤 했죠.

80년대에 일본 교과서 문제가 있었을 때도 일본에서는 한국에 가면 매일 데모하고 일본 사람이 택시도 탈 수 없다 등의 보도가 있었는데 실제로 와보면 그렇지 않았죠.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일본하고 한국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도 연결돼 있고. 앞으로 언젠가 중국과 싸워야 하는 관계에 있으니까...

또한 미국과의 관계도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에게 가장 큰 동맹국이지만 70년 전에는 적국이었죠. 지금까지도 그 관계가 정상화되지 못한 채로 계속돼 왔습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에 대해서는 최소한 중국에 비해서는 호감도가 높습니다.

“위안부 강제동원은 없었다”?! 

- 최근 노다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두고 “강제동원은 없었다”며 과거 ‘고노 사죄 담화’를 뒤집었죠.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애초에 위안부의 강제동원이라는 것은 조사해봤는데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강제성을 인정해달라, 그렇게 하면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는 요청을 해 그런 점을 인정해서 나온 게 고노 담화였습니다. 일본에서는 당시 왜 그런 담화를 하느냐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한국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표현은 잘못됐고, 성노예(sex slaves)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작심 발언했죠. 그게 국제적인 보편적 인식인데 강제성이 없었다는 생각이 과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보시나요.

슬픈 상황이 있었던 것은 인정하는데 강제성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도 매춘 자체가 공인된 것이고, 중개업자가 여자분들을 돈 주고 데리고 간 것이죠.

일러전쟁을 했을 때 성병으로 전력이 많이 소모됐습니다. 이에 점령지역에서 강간 등을 하면 분위기가 나빠지고 전쟁을 하는 데도 좋지 않기 때문에 여성을 데리고 가서 관리를 잘해서 성욕을 처리하는 것이 보건적으로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한 제도가 생긴 겁니다. 그때 일본 여성도 갔고, 조선 사람도 갔죠. 비참함은 이해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군대에 대해 부정하다든가 하는 생각은 할 수 없습니다.

-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인식이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것이 불행한 시대적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잘못된 일이었다’ 정도의 최소한의 솔직한 고백이 과연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요. 한국인 입장에서는 법적보상이 아니라 순수한 잘못의 시인, 그것이 새로운 출발, 다음 단계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일본이 몇 번이나 사과를 했는데, 왜 계속 그러는가 하고 느끼게 됩니다.

-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조건부로 이야기하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을 일본에서 하기는 참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과는 언젠가 전쟁, 혹은 같은 편에서 전쟁 치룰 것”

- 아까 미국과의 관계를 언급했는데, 향후 미일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미국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일본이 미국의 관리 하에 있는 부분이 있고, 그 관계는 특수하죠. 조금씩 청산해가야 하는 것이고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본이 미국의 점령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미국과 다시 전쟁을 하는 것이고 아니면 미국과 함께 전쟁을 하는 것입니다.

- 한일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바다를 사이에 두고 1년에 500만명이 왔다갔다 하는 관계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관계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이웃 나라니까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하면 오히려 더 복잡해지지 않나 싶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에 대해 너무 기대감을 가지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서 협력한다면 오히려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인터뷰/ 김범수 편집위원
사진·정리 / 전해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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