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에게 보내는 ‘보수주의 거장’의 러브레터
2030세대에게 보내는 ‘보수주의 거장’의 러브레터
  • 이원우
  • 승인 2012.09.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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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교수 신간 <자유, 뭥미?>
 

<닥치고 정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안철수의 생각>, <스님의 주례사>, <사랑하지 말자>….

이 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을 뜨겁게 수놓았던 베스트셀러? 맞다. 하지만 좀 더 디테일한 유사점도 있다.

이 책들은 모두 ‘구어체’로 서술됐다. 김어준, 김용옥, 안철수는 맞은편에 질문자를 둔 상태로 내용을 서술했다. 법륜과 혜민은 독백을 하지만 경어를 사용함으로써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느낌을 자아낸다.

'말하듯 서술하는 책’의 범람은 책을 너무 안 읽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직결돼 있다. 한국인들이 한 달에 책을 사기 위해 지불하는 돈은 평균 2만683원이다(2012년 상반기). 이것은 한 가구당 수치이며 2만683원 안에는 참고서와 문제집 가격이 포함돼 있다. 교양서적은 실질적으로 거의 안 읽는다고 봐도 될 정도의 참혹한 기록이다.

그나마 화제가 되고 있는 책들은 2012년 대선을 포석에 깔아둔 정치서적들이 많다. 그게 아니면 위로와 치유, 휴식과 성찰을 유도하는 ‘힐링 서적’들이 주목을 받았을 뿐이다. 진지하고 냉철하게 세계에 대해 고찰하는 ‘책 같은 책’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어떻게든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대화체 아니라 3D 기술이라도 구현해야 할 판이다.

박효종 교수의 신작 <자유, 뭥미?>는 이러한 현실에 맞서는 보수주의 거장들의 ‘진화’를 대변하고 있는 작품이다. 김정호 前 자유기업원 원장은 모자를 눌러쓰고 마이크를 들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정규재TV’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한 걸음을 더 나아가, 어떻게든 젊은 세대들에게 보수주의의 참맛을 알게 해 주고 싶었던 박효종 교수는 급기야 폰트 적용 서체에서 표기조차 되지 않는 “뭥미?”라는 신조어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책 역시 구어체로 서술됐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공백들이 페이지 곳곳에 활용됐다. 시류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는 일련의 노력 위에 대한민국의 역사, 자유의 원론적 의미, 국가, 북한, 복지 등에 대한 고찰이 얹어지며 훌륭한 보수주의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자임한다. 어떤 면에선 ‘자유’라는 연구주제에 천착하며 살아온 학자가 2030세대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의 진심이 가장 잘 묻어나는 것은 책의 머리말이다. 자유는 곧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영혼’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직접적으로 ‘젊은 세대 여러분’을 호명하며 ‘더 맑고 깨끗한 영혼’을 불어넣어 주기를 요청한다.

한국에서 보수주의자로 살아가기가 힘든 이유는 ‘자유’라는 말이 너무 많이 더럽혀졌기 때문이다. 악플을 달 자유, 자살을 할 자유, 왕따를 할 자유가 진짜 자유인 양 활개 치는 틈에 개인적 자유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책임의식은 실종돼 버리고 말았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여자어린이를 납치한 파렴치한조차도 “나는 운이 없었다”고 말하면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는 현실 속에서, 개인의 존엄을 중시하고 대중의 독재를 경계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설 곳은 점점 더 좁아만 지는 형국이다.

그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여론의 판세를 뒤집으려면 혁신적인 사고 전환이 요청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웅변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관념의 지평을 넓힐 기회가, 기성세대들에게는 현재의 활동 패턴을 돌아보는 계기가 됨직한 책이다. (미래한국)

* 평점:★★★★☆
* 20자평: “교수님 지금 뭥미?”했다가 점차 수긍을 하게 되는 책.
* 함께 읽어볼 책: ①이영훈 <대한민국 이야기> ②토드 부크홀츠 <러쉬> ③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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