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 도올 김용옥 <사랑하지 말자>
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 도올 김용옥 <사랑하지 말자>
  • 이원우
  • 승인 2012.09.14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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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지식, 증발된 지혜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는 매주 한 권의 베스트셀러를 분석하는 Podcast 방송 ‘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완성된 음성파일은 Podcast에 접속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 다루려고 하는 책은 도올 김용옥 선생의 <사랑하지 말자>입니다. 제목이 좀 독특하죠? 다들 사랑하지 못해서 난리인데 왜 사랑하지 말자고 하는 것인지. 호기심이 물씬 유발되는 제목의 책인데요.

이 말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정말로 ‘사랑을 하지 말자’는 뜻이었어요. 사랑이란 개념은 우리말에는 애초에 없다는 표현이라는 거죠.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생각’해주고 ‘배려’해주고 아껴주면 그만이다. 그걸로 됐다. 사랑할 필요는 없다는 얘깁니다. 사랑의 열정은 인생에 있어서 매우 협소한 부분에 국한되는 것인데 왜 그 부분이 전체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우선순위를 흐트러뜨리고 에너지를 낭비하느냐는 거죠.

“부부는 사랑할 필요가 없다. 부부의 테마가 애초부터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서로가 훨씬 더 위대한 삶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들은 발상의 전환처럼 보입니다. 그 밖에도 청춘, 역사, 조국, 대선, 우주, 천지, 종교, 사랑, 음식 등 아홉 가지 주제에 대해 방대한 지식에 기초한 서술을 구어체 대담형식으로 읽기 쉽게 서술하고 있는 책입니다.

지식의 양이 지혜를 담보하지 않는다

그런데 민감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은, 어떤 사람의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정확한 판단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이 책은 도올 선생이 함양하고 있는 지식이 많기는 해도 고르지는 못하다는 혐의점을 제공합니다. 북한에 대한 관점이 바로 그러한데요.

이른바 보수세력들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서 MB정권이 금강산 박왕자 살해사건 이후에 대북교류에 강경노선을 취한 것 같은 걸 예로 들 수 있는데요. 거기에 대해 자유주의자나 보수주의자들은 아주 당연한 대응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국민이 군인에게 살해를 당했는데 그냥 넘어갈 순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이 강경책에 도올 김용옥 선생은 아주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한다는 말이 북한 주민들을 놓아버리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북한주민들한테는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죠. 우리는 1945년에 일제로부터 해방돼 자유국가에서 살고 있지만 북한주민들은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해방’이라는 걸 경험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아직까지 왕정국가 사고방식에 머물러 왕이 그저 김일성으로 김정일로 김정은으로 바뀐 것뿐이지 아직까지 말도 안 되는 대접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거죠. 이번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북한의 이재민이 2만 명인데 조선중앙방송에선 “수령님 초상화 관리 잘 하라”고 방송이나 하고…. 아직도 그런 상황이란 말이죠.

그런데 도올 김용옥 선생은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동일시하는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래서 마치 북한정권에 대한 강경정책이 북한주민에 대한 무(無)배려인 것처럼 호도하는 거죠. 309페이지를 보면 “북한동포는 다 빨갱이들이래서 박멸의 대상이라고 믿는 아이러니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누가요? 누가 이런 얘기를 합니까? 요즘 북한인권 운동 하는 교회며 사회단체랑 말씀이라도 한 번 나눠보시고 하는 얘긴가요?

지금 그런 단체들에 가보면 소위 2030세대들도 진짜 많은데 그 사람들 중에 누가 북한동포를 빨갱이라고 생각하죠? 50-60년대에 반공정책이 지나치게 위세를 부릴 때에야 북한에 사는 사람들이 도깨비고, 머리에 뿔이 달리고 그런 식으로 왜곡을 했다지만 요즘 누가 그런 생각을 하죠?

도리어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북한에 대한 비판을 하는 사람들을 전부 다 ‘파랭이’로 취급하면서 북한인권법 하나 통과를 못 시키고 있는 게 소위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는 작태라고 볼 수 있죠. 안 그런가요?

우직하게 지켜왔으니 인정하자?

심지어 이 책의 40페이지를 보면 이런 얘기까지 나옵니다.

“그토록 우직하게 주체사상을 고집하고 미국이나 일본에는 물론, 소련이나 중국에 대해서도 비굴종적 태도를 고수해온 그들(북한)의 삶의 방식이 비록 인민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할지라도 반드시 세계질서의 보편성으로 편입되어야만 한다는 획일적 사고를 강요할 수는 없다. 터무니없는 이념이상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지켜온 주체적 삶의 방식을 우선 시인하는 것으로부터 진정한 교류의 시작을 삼아야 한다.”

우직하게 지켜왔다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는 말은 논리가 있는 얘기일까요? 이 논리로 성범죄자들 처벌 논리는 어떻게 정당화하죠? 남들이 뭐라 하건 계속 해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런 것도 우직하니까 봐 줄 수 있는 건가요? 획일적 삶의 방식을 강요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주체사상이 뭐나 되는 양 얘기해선 안 된다는 거죠. 결국엔 김씨 부자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됐을 뿐이고, 북한주민들 탄압하는 데 이용된 비겁한 사상 체계일 뿐인데 이게 뭐라고 “우직하게 지켜왔으니까 존중”하자는 건지 이해불가입니다. 북한 정권이 폭력적이고 반이성적이고 반인륜적이라고 하는 것조차도 짚어주지 못하면서 지식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지식의 양이 지혜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이런 식으로 확인시켜 준다는 것. 북한주민들에 대해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사람의 하나로서 굉장히 불쾌하고요. MB정권이 ‘단군 이래 최악의 정권’이란 얘길 도올 선생이 계속 하는데, 묻고 싶네요. MB가 아무리 실패한 대통령인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보다 더할까요?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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