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고희정"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고희정"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0.09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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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9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3위 -

- 한글날의 오후 두 시, 한글을 사용한 한국인들의 논쟁에는 멈춤이 없다.

- 고희정이라는 검색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싸이-김장훈 사건을 먼저 체크해야 한다. 싸이의 시청공연이 뜨거운 화제 속에 종료되었던 10월 5일 새벽, 김장훈의 SNS 계정은 절망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9월 초부터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내용으로 반복적인 메시지를 남겼던 그는 평소와 달리 맞춤법이 무너진 상태로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던 것이다.

- 이후 소속사는 자살 시도설을 부정했으나 그 해명은 김장훈 본인에 의해서 다시 부정되었다. 이후 싸이가 김장훈의 병실을 방문했지만 사태는 도리어 악화되었고, 김장훈과 친분이 있던 이상호 기자의 팟캐스트 방송에 의해 싸이-김장훈 불화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대중들은 싸이가 김장훈의 공연을 얼마나 참고했는지(혹은 베꼈는지), 김장훈의 공연 스태프들을 빼 간 정황이 있는지 등을 궁금해 하고 있다.

- 고희정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패션 디자이너다. 그녀는 어제(8일) “서울시가 최근 싸이 공연을 위해 무명 예술인들의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서울중앙지검과 국가인권위원회에 9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씨는 싸이가 김장훈의 공연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하며 싸이와 그의 소속사인 YG 엔터테인먼트 등도 함께 고발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인터넷은 전쟁터로 변했다.

- 하지만 정작 9일이 되자 고희정이 꺼내든 카드는 의외의 것이었다. 하루 만에 고소 의사를 ‘진심어린 사과’로 대체한 것이다. 그녀는 블로그를 통해 “모두가 같이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는데 반응이 너무 크게 왔다. 오히려 제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른 부족한 점을 진심으로 깊이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 스스로를 조선시대 충신의 후손이며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의 양손녀라고 밝힌 고희정의 그간 행보를 보면 이번 사건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뮤직비디오에 욱일승천기를 등장시켰다는 이유로 미국의 팝스타 비욘세와 레이디가가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한 적이 있고, 지난 8월에는 말뚝테러를 감행한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를 출입국관리소에 대해서 입국금지 신청을 요청하고 국제형사재판까지 준비했던 인물이다.

- 그녀는 사과문에서 “한국인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준 사람이 돈은 다 가져가도 창작만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외쳤을 때, 그것에 대해 귀기울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본래 의도를 밝혔다. 여기에서 ‘돈은 다 가져가도 창작만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던 것은 김장훈이다. 즉, 역사 인식문제 등 평소 김장훈과 뜻을 같이 하던 고희정은 그의 자살 암시 메시지에 자극을 받아 김장훈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가 빗발치는 여론에 입장을 바꿨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 이 짧은 해프닝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표상한다. 고소‧고발이 하나의 ‘의사표현’이 되어버린 세태, 극단적으로 흔들리는 인터넷 여론, 가장 개인적인 공간처럼 보이는 SNS가 자살 암시를 ‘공론화’하는 장(場)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 등이다.

- 정작 사건의 진원이었던 싸이-김장훈의 불화는 당사자들의 침묵과 무성한 추측 속에서 본질을 숨기고 있다. ‘깃털’에 불과한 예술가 고희정은 사과문에서 “평생을 조용히 개인적인 일만 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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