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지출 세계 1위 - 미국 의료체계의 허와 실
의료비 지출 세계 1위 - 미국 의료체계의 허와 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2.10.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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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세계 최고다. 세계건강기구(WHO)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미국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7,146 달러(약 780만원)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5.2%를 의료비에 쓴다.

가장 많은 의료비 지출 항목은 정부의 재정으로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공보험이다. 65세 이상의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건강보험을 주는 메디케어(Medicare), 저소득층에게 건강보험을 주는 메디케이드(Medicaid),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기에는 수입이 약간 많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주어린이건강보험(SCHIP), 예비군 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공보험은 미국 전체 의료비 지출의 55%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보험의 혜택을 받는 미국인은8,300만명 가량으로 전체 인구의 약 27.8% 정도다.

미국인 68.2%는 사보험 형태로 의료보험을 갖고 있는데 직장을 통하거나 본인이 직접 의료보험을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나 배우자 혹은 부모가 다니는 직장을 통해 의료보험을 구입하는 미국인들은 59.3%이고 개인적으로 의료보험을 구입하는 사람은 8.9%다.

사보험 형태의 의료보험은 일반보험(Conventional), HMO, PPO, POS, HDHP/SO 등 5가지로 분류되는데 이 가운데 1980년대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것은 일반보험이었다. 1988년 사보험 형태의 의료보험을 가진 미국인들 중 73%가 일반보험을 구입했다.

일반보험은 말그대로 환자가 의사에게 찾아가 진료를 받을 때마다 보험회사가 보험수가를 의사 또는 병원에 대신 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의를 거치지 않고 전문의를 직접 골라 만날 수 있는 조건의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가 인기를 끌고 있다. PPO는 자기부담금 등이 더 높지만 의사 선택의 폭이 넓은 등 여러 장점 때문에 2008년 미국인 58%가 PPO에 가입해 있다.

미국 내 무보험자 5천만명

공보험과 사보험을 합치면 미국인 84.7%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고 나머지 16.3%인 약 5000만명이 의료보험이 없는 무보험자인 것이다.

무보험자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을 받기에는 나이가 적거나 소득이 많고 그렇다고 의료보험을 살 만큼의 재정능력이 되지 않는 애매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무보험자들은 비싼 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해 필요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2009년 기준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해 죽은 미국인이 약 4만5,000명이라고 한다. 이들이 갑자기 병에 걸리면 엄청난 의료비를 순전히 개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파산 등으로 이어져 미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개혁법은 이 무보험자들의 수를 줄여 모든 미국인들이 의료보험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미국에서 의료보험이 강조되는 것은 비싼 의료비 때문이다. 한국에서 무료인 혈압체크가 100달러, 한국에서 2만~3만원인 혈액검사가 500~600달러, 구급차 부르면 500달러, 수술하고 하루만 입원해도 5만 달러 등 엄청나다. 의료보험이 없으면 이 고액의 의료비를 고스란히 자기주머니에서 내야 한다.

비싼 의료비에 맞게 보험료 역시 비싸다. 지난해 미국 직장보험 가입자 가족 기준 의료보험료는 연평균 1만2,680달러(약 1300만원)였다. 한 달에 의료보험금만 100만원을 내야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 의료보험료의 60, 70%을 내주는 직장은 미국인들에게는 생명과 같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의료보험료 지출이 재정적 부담이다.

미국 제2위의 부자인 워런 버핏은 직원들의 의료보험비로 인한 회사들의 과다한 비용으로 미국기업들이 국제사회에 비교열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인 GM이 파산한 결정적 이유는 퇴직 직원들까지 의료보험비를 내주다가 재정이 바닥났기 때문이라는 것은 웃지 못할 실화다.

지금 미국 연방정부는 GM의 전철을 밟고 있다. 메디케어의 재정이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매월 일하는 미국인들의 급여에서 메디케어 세를 원천징수해가고 있지만 늘어나는 노년층과 증가하는 병원비와 약값으로 감당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메디케어가 2012년 미국 대선의 핫이슈 중 하나인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미국의 의료비는 왜 이렇게 비쌀까? 미국에서 지출되는 의료비는 병원(31%), 의사(21%), 제약회사(10%), 치과(4%) 순으로 나눠진다.

천문학적 연구개발비·인건비

병원과 제약회사에 대한 의료비 지출이 많은 이유는 천문학적 액수의 연구개발비 때문이다. 2007년 기준 미국에서 약, 의료기기 등 의료연구개발비로 쓰인 돈은 무려 1,010억 달러다.

이 중 60%는 민간분야에서 나왔다. 미국이 생명공학에 지출하는 연구개발비는 전세계 생명공학 연구지출비의 82%를 차지한다. 한 예로 항암제는 다 미국 제약회사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더 좋은 약과 의료장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싼 의료비가 책정된다는 것이다.

소송의 나라인 미국에서 병원들이 의료소송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가 오면 불필요한 검사를 더 많이 하는 것도 비싼 의료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의료진의 비싼 인건비 역시 높은 의료비의 원인 중 하나다. 미국에서 의사는 고액연봉을 받는다. 2011년 기준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40만달러다. 최고는 척추외과의사로 연봉이 71만달러다. 신경외과의사는 65만6,000달러, 심장외과의사는 54만4,000달러 등이고 최저가 소아과 의사로 19만달러다.

미국 의사들의 급여가 높은 것은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적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연 10만명의 사람들이 의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런 제한은 미국의학협회(AMA) 로비의 결과로 그 결과 의사가 부족하고 기존 의사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이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구분돼 있고 그 가운데 수백개의 보험회사 등 수많은 의료보험 제공자가 있다. 이로 인해 증가하는 행정비 역시 미국에서 의료비가 비싼 이유 중 하나다. 정부가 전국민의료보험을 실시하는 캐나다의 경우 의료보험에 드는 행정비가 미국 보다 두 배 이상 적다. (미래한국)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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