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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닷없이 고교필수 영단어가 인기 검색어로 올라왔을 땐 통상 그 뒤에 별도의 사정이 있다.
- ‘성실한’, ‘진지한’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단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경우처럼 남자이름으로 쓰이기도 한다. 오늘 오후 2시 한국인들이 검색한 ‘earnest’ 역시 한 인물의 이름과 관련이 있었다.
- 네이버 웹툰 작가 한(恨)에 의해 지난 6월 20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업로드 되고 있는 만화 <킬러분식>에는 주인공 ‘추’의 후원자적 존재로 ‘어니(Ernie)’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 오늘 업로드된 18화 “심리전”은 그의 풀네임인 earnest라는 단어의 등장과 함께 끝이 났다. 이는 전개상의 반전을 암시하는 뉘앙스였기 때문에 더 많은 궁금증을 유발했다.
- 한때 1급 킬러로 살던 ‘추’가 모든 과거를 뒤로 하고 분식집을 차린다는 엉뚱한 설정을 깔고 있는 <킬러분식>은 ‘액션 느와르 복수극’을 표방하고 있다.
- 복수를 테마로 한다는 점에서는 영화 <킬 빌>과 <달콤한 인생>, <아저씨>를 연상시킨다. 어린 시절부터 '절대악'으로 길러진 ‘잭’의 모습은 우라사와 나오키(浦沢直樹)의 만화 <몬스터>에 등장하는 요한, 그리고 <배트맨>의 악당 조커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심각한 내용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코믹한 그림체로 웃음을 유발하는 작가의 위트에서는 다케히코 이노우에(井上雄彦)의 명작 <슬램덩크>가 겹쳐 지나간다.
- 명작들의 궤적을 영리하게 흡수하면서 작가는 ‘킬러분식’이라는 하나의 독립된 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네티즌들은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만화가 영화화되었을 경우를 상상하며 ‘가상 캐스팅작업’에까지 돌입한 상황이다.
- 일련의 현실은 달라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을 충실하게 표상한다. 한때 만화방에서 하루를 꼬박 보냈던 일부 마니아들의 취미로 치부되었던 만화는 무가지 신문으로, 인터넷으로, 급기야 스마트폰으로 세를 확장하면서 온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보편적 매체로 거듭난 것이다.
- 인기 웹툰 작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강풀의 작품들은 이미 숱하게 영화화‧연극화되어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뿐만 아니라 <마음의 소리>의 조석, <이말년씨리즈>의 이말년 등은 이미 한 세대의 정서를 표상하는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글에 비해 가볍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영상보다 제작과 감상에 부담이 덜한 만화는 그렇게 한국인들의 삶 속으로 이미 깊숙이 파고들어와 있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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