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나쁜피"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나쁜피"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1.16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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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6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6위 -

- “난 범죄의 결과다.”

- 강효진 감독의 영화 <나쁜 피>가 흐릿한 하늘의 오후 2시 한국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영화감독 레오 까락스의 작품과 같은 제목을 달고 있는 <나쁜 피>는 올여름 부천 판타스틱 국제 영화제에서 공개되어 호평을 받았고 11월 1일 전국 16개관에서 개봉되었다.

- 영화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성범죄를 직접적으로 거론한다. 주인공 ‘인선’은 폐암 말기의 어머니로부터 자신이 성폭행에 의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극심한 충격을 받은 그녀는 아버지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그의 집으로 잠입한다. 그러나 예상 외로 다정하고 세심한 그의 모습에 인선은 복수를 유보하게 되고, 영화는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로 접어든다.

-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1973년생 강효진 감독은 이종격투기 챔피언 출신 남편과 공개결투를 벌인다는 내용의 2007년 영화 <펀치레이디>로 데뷔했다. 2010년에는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 등의 친숙한 여배우들이 강도로 변신한다는 <육혈포 강도단>을 내놓았다. 2012년의 <나쁜 피>에는 전작들의 코미디 요소가 배제되었지만 여성이 줄거리를 이끌어간다는 점은 일관된다.

- 천 만 영화를 둘이나 배출된 2012년 한국의 영화판은 배급사 간의 피 말리는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격전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명 배우 없이 열흘 만에 촬영된 <나쁜 피>가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펀치레이디>, <육혈포 강도단>에 비해서 훨씬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나쁜 피>는 어려운 상황을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타개해 나가고 있다.

- 오늘 오후 2시 인기검색어로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포털사이트에서 이 영화에 대한 동영상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수의 상영관이지만 아직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가 VOD서비스를 시작한 것에 대해서 관계자로서는 충분히 서운함을 느낄 만하다. 강효진 감독의 블로그에는 그 미묘한 심리가 조금이나마 드러나 있다.

- 하지만 적어도 <나쁜 피>라는 작품이 관객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있다는 상황만큼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름을 불러주어야만 꽃이 될 수 있다고 김춘수 시인은 말했지만, 영화가 어디에 있는 줄을 알아야 관객들은 평가를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인들은 <나쁜 피>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았으니, 남은 것은 관객들과의 호흡을 다음 기회로 연결시키는 일이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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