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여왕을 만나다
봉사의 여왕을 만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11.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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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원 방송작가 인터뷰
 

연말이 다가오고 구세군 종소리가 들려올 때면 사람들은 잊고 있던 이웃사랑을 되살려낸다. 1년에 한 달, 아니 한두 번이라도 남을 돕는 게 쉽지 않은 세상에서 1년 내내 남을 돕느라 분주한 이가 있다.

24년차 방송작가인 신혜원 씨는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웃사랑을 시작해 점점 봉사활동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그녀가 하는 일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돈과 시간, 인맥 세 가지 면에서 불가사의하다고 말한다. 1990년부터 시각장애인들에게 글쓰기와 방송 연출 가르치는 봉사를 간간이 했던 그녀는 2002년 이웃사랑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년 365일 봉사 활동

11년째 시각장애인을 위한 낭독봉사모임 ‘소리샘’을 이끌고 있는 그녀는 눈 뜨자마자 봉사자들이 녹음해놓은 내용을 업데이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2002년에 장애인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시각장애인 낭독사서함에 알게 되었어요. 그때 출연자께서 저한테 사서함 채널을 하나 드릴 테니 책을 읽어달라고 하셨어요. 혼자 할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봉사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금희 아나운서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고 김재원 아나운서도 유학을 다녀온 이후 봉사하고 있다. 연극인 채국희 씨를 비롯해 26명이 현재 시각장애인 4000여명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서울말을 정확히 구사하는 사람은 누구나 지원가능하다고 한다.

2004년, 소외 계층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여성노숙인들의 참담한 현장을 눈으로 목격한 후 신혜원 씨의 봉사영역이 넓어졌다.

“좁고 냄새나는 방에서 여성 노숙인 수십명이 합숙을 하다가 밖으로 떠돌곤 했는데 밖에서 자는 여성이 그렇게 많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여성노숙인 전용쉼터 마련이 시급하다는 말을 듣고 ‘노숙여성을 위한 사랑의 작은 음악회’를 기획했어요. 클래식 연주자, 대중 가수, 배우, 성우 등 많은 분들을 섭외해서 매달 음악회를 열었어요.”

4년여 동안 1억 원을 모아 서울 홍은동에 5층짜리 여성노숙인 전용쉼터를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

“쉼터가 마련된 뒤 음악회를 중단했어요. 1년 뒤에 여성노숙인들이 더 늘어나서 또 다른 곳에 쉼터를 개설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사람은 많은데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2009년부터 작은 음악회를 재개했어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랑의 쉼터’ 카페에서 매달 열리는 음악회에 출연자도 관객도 끊인 적이 없다고 한다.

“출연을 부탁하면 남을 돕는 일에 불러줘서 고맙다며 다음 출연자를 추천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안면이 없는 연예인에게 메일을 보내 음악회 취지를 말씀드리면 흔쾌히 출연에 응합니다. 저희들이 떡과 커피 밖에 못 드리는 데도 관객들이 황송해하며 도울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하세요.”

그녀는 공연 때마다 직접 커피를 끓여 대접하고 그녀의 일에 감동한 선배가 매번 떡을 해온다.

2007년에 방송인들의 문화나눔단체 ‘초콜릿상자’가 출범하면서부터 더욱 바빠졌다. 초콜릿상자 멤버 15명은 대개 성우와 방송작가들이다.

“암으로 가장이 세상을 떠난 사별가정들의 생활이 너무 어려워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 시설에서 생활하는 분들, 장애인들이 문화생활을 접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분들을 위로하는 공연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배우로도 활동하는 재능 있는 성우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그룹 브이앰플(V.ample)을 결성해 로맨틱 코미디 연극 <향단이 날다> 가족 뮤지컬 <방귀 뀌는 며느리>를 선보였다. 내년부터 가족 연극 <당신이 그립습니다>를 공연하게 된다.

무료공연을 위해 준비하고 지원받는 일로 동분서주하다보면 시간이 부족해 4시간도 못잔지가 오래 됐다. 아직 미혼인 신혜원 씨는 하나님이 주신 강철체력으로 견딘다며 웃었다.

“출연자들이 몇 달씩 연습하고도 거의 교통비만 받고 공연하러 가요. 조명, 음향 전문가들도 다른 공연의 반도 안 받고 몇 년 째 같이 일하고 있어요. 기업이나 단체, 정부에서 도와주시면 더 열심히 해야죠.”

외부 지원만으로는 부족해 초콜릿상자에서 웨딩사업을 하고 있다. 아이웨딩의 협력업체로 주로 이벤트성 웨딩을 진행한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신혜원 씨가 개인적으로 행사 진행도 하고 강의 요청에도 응해 자금을 마련한다.

신앙의 힘으로 계속한다

1988년 리포터로 방송에 입문해 방송작가로 영역을 확대한 그녀는 청아한 목소리와 깔끔한 말솜씨로 각종 행사 진행을 맡고 있다. 아나운서와 리포터, 쇼호스트 지망생의 보이스 트레이닝과 발음교정 등의 개인레슨도 한다.

바쁜 가운데서도 이태석 신부 추모콘서트 사회, 조하문 목사 힐링콘서트 연출, 밀알재단 행사 사회 등 무료로 진행하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자신의 달란트를 활용한 사역은 어떤 일이 있어도 중단할 수 없다고 했다. 온누리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신혜원 씨는 주일에는 청소년 멘토로 바쁘게 뛰고 있다.

요즘 신혜원 씨는 ‘사별가족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 마련 음악회’ 준비로 분주하다.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아트홀 ‘봄’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가수 최백호‧최성수, 개그우먼 이영자, 개그콘서트의 김기리‧서태훈, 스타 붕어빵의 이정용‧이믿음 부자, 성우 유강진 씨 등 많은 연예인이 출연한다.(공연관람 및 후원문의 02-332-5038)

신혜원 씨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지경이 넓어지고, 힘든 상황에서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채워지는 걸 많이 경험했다고 한다. 그녀를 돕는 사람의 80%는 크리스천이다. 20%의 불신자들은 그녀의 사랑 실천에 감동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할 수 있을 때 안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신혜원 씨의 진짜 목표는 ‘추억할 일이 많은 예쁜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글/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 고부일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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