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박선숙"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박선숙"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1.23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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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3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6위 -

- “내 자네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영화 <대부> 中)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 그리고 지난 9월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단어는 ‘국민.’

- 그러나 이 두 후보의 단일화 과정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어느덧 ‘국민’도 ‘사람’도 실종돼 버렸다. 남은 것은 권력에 대한 욕망, 그리고 그것을 교묘하게 감추는 레토릭의 향연뿐이다.

- 22일 밤 11시경 안철수 진심캠프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 박선숙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후보 단일화에 대한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했다.

-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가 버렸다. 어제의 기자회견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하겠다”고 선언했던 안철수의 이상(理想)이 현실과 얼마나 큰 괴리를 보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브리핑에 다름 아니었다.

- 그녀는 지나치게 비장한 표정으로 ‘마지막 제안’이라며 지지도와 가상대결을 절반씩 반영해 여론조사를 하자는 역(逆)제안을 했다. 재미있는 것은 기자회견 이후 12시간이 넘게 지났는데도 안철수의 제안보다는 ‘박선숙’이 한국인들의 관심대상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국민들이 그녀가 말한 내용(text)이 아니라 맥락(context)에 주목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 안철수 후보가 틈만 나면 들먹이는 ‘국민’은 지지도가 어떻고 가상대결이 어떻고 하는 내용에 대해 그렇게까지 큰 관심은 없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눈에 야권 단일화는 그저 ‘야합’에 불과하고,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에게조차도 현재의 단일화는 지나치게 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대선을 정상이라고 여길 문명국가의 국민은 없다.

- 상황이 이러한데 박선숙은 ‘그들만의 언어’인 지지도며 가상대결 등의 어휘를 마지막 제안이라는 표현과 함께 한밤의 TV에서 비장하게 살포한 것이다. 영화 <대부>에서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사실상 제안이 아닌 협박이다. 박선숙의 마지막 제안은 이에 상응하는, 유권자에 대한 협박에 다름 아니었다.

- 그동안 정치인 안철수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었을까. 기존 정치에 대해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을 시원하게 해소해 줄 거라는 기대감을 자극한다는 점이었다. 허나 올 여름까지만 해도 정치경험을 한낱 ‘나쁜 경험’으로 치부하던 안철수의 기세등등함은 <안철수의 생각>의 새 책 냄새가 가시기도 전에 색이 바래가는 중이다.

- 안철수는 제안을 했지만 유권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과 이별했고, 국민에게 남은 것은 욕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단일화라는 이름의 드라마가 끝나기를 지루하게 기다리는 일뿐이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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