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솔로대첩"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솔로대첩"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1.27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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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7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7위 -

- 현재의 2030을 수식하는 말 중에 ’삼포세대’가 있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했다는 뜻인데 그 원인은 다름 아닌 ‘경제‧사회적 압박’이다. 치솟는 물가, 등록금, 취업난, 집값 걱정 때문에 스스로를 돌볼 겨를조차 없다는 것이다.

- 백 보 양보해서 결혼과 출산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연애를 포기했다는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새삼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를 톺아보자.

-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 이 시가 나왔을 때에 비해 현재의 살림살이가 훨씬 나아졌다는 점을 부인할 한국인은 없을 것 같다. 경제‧사회적 압박 역시 <가난한 사랑 노래> 쪽이 압도적이었을 것이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사랑(연애)을 놓지 않는 연인들의 심상 앞에서 삼포세대의 시대적 함의는 설득력을 잃고 만다. 그저 뭔가를 시작할 용기를 내지 못한 사람들의 핑계로 들리고 마는 것이다.

- 오늘 오후 2시 한국인들의 관심을 받은 ‘솔로대첩’은 “시대 때문에 연애를 못 한다”는 2030의 건조한 감성을 훌륭하게 자극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눈치 빠른 연예인과 기업들이 참여의사를 밝혔을 정도지만 시작은 의외로 단순했다. 평범한 네티즌 한 사람이 페이스북 웹페이지 ‘님이 연애를 시작했습니다(일명 님연시)’를 만들어 게릴라 미팅을 기획했던 게 모든 것의 출발이었다.

- 참가의사를 밝힌 사람들은 오는 12월 24일 3시에 서울 여의도 공원, 대전 엑스포 남문광장, 부산역 등에 모이게 된다. 남자는 하얀색, 여자는 빨간색 옷을 입어야 하며 성별에 따라서 따로 대기한다. 출발신호가 떨어지면 서로를 향해 달려가 마음에 든 이성의 손을 잡는다.

- 여기에서 포인트는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는 데 있다. 이것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준다. 1일 커플로 결정된 두 사람이 손을 잡은 ‘인증샷’을 찍어 올리면 경품을 받을 가능성이 생기며 이벤트는 종료된다.

- 하지만 경품은 그저 명목일 뿐 솔로대첩의 본질은 새 연애에 대한 기대감에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트리에 묶어둔 양말 속을 상상하는 것처럼 설레고 흥분되는 것이다.

- 허나 막상 솔로대첩의 현장으로 나서기 위해 옷장에서 하얀(혹은 빨간) 옷을 입을 때의 심정은 어떨까. 출발신호가 울리기 전엔 또 얼마나 미묘한 기분일까. 누군지도 모르는 ‘그 사람’을 향해 달려갈 때의 기분은 또 어떨까.

- 아무리 많은 군중 속에 있다 해도 제 몫의 뻘쭘함은 오롯이 자기 혼자 감당해야 한다. 누구보다 먼저 그 사람의 손을 잡았다 해도 그 사람의 마음까지 쉽게 가져올 수는 없을 것이다. 일련의 과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솔로대첩은 연애의 다양한 국면을 단기속성으로 체험하는 이벤트인 셈이다.

- 연애란 어차피 누군지도 모르는 ‘그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혼자서는 할 수 없어 삼포세대라는 거짓말까지 끌어와야 했던 2030에게 솔로대첩은 “같이 해 보자”며 말을 건네 온다. 이색적인 이 제안이 ‘꿈속의 연애’를 현실로 끌어내리는 촉매가 된다면 삼포세대라는 허망한 말의 기세가 조금은 덜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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