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선거전략가가 보는 대선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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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2.11.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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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작 박사 "박근혜, 흐름 탔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영작 박사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통계학박사학위를 받은 여론조사 전문가이며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선거전략가들 중 한명이다.

지난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준비된 대통령’ 구호도 이영작 박사의 아이디어이다. <미래한국>은 지난 11월 23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이 박사의 사무실에서 이번 대선과 관련해 그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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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초미의 관심사인 이번 대선과 관련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박사님은 여론조사 및 통계 전문가이고 선거전략가로서도 유명하신데요. 이번 대선을 전망할 때 가장 깊게 고려하는 부분은 어떤 게 있으신지요?

: 저는 민심이라는 게 시계추와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계추는 끊임없이 좌우로 흔들립니다. 시계추가 중간에 가만히 멈춰 있는 상황은 시계가 고장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것이죠.

우리말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얘기가 있죠? 그런데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강산은 변하지 않습니다. 민심이 변할 뿐이죠. 미국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현대적으로 정착된 것이 2차 세계대전 이후였습니다. 이때부터 대통령 중임제도 시작됐죠. 여기서 역사를 보면, 거의 8년 주기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권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루먼이 재선에 성공한 후 아이젠하워-케네디-존슨-닉슨-포드-카터-레이건-부시-클린턴-부시-오바마를 거치는 동안 예외는 몇 번 있었으나 대부분 8년 단위로 시계추가 좌우로 왕복하면서 좌파와 우파가 상호 견제를 하고, 미국도 더 개혁적인 나라가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인종/지역/종교의 편견이 해소됐습니다. 이제 성별의 타파만 남았습니다. 한국도 비슷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게 제 분석입니다.

 

흐름 탄 박근혜, 당선 유력할 듯

- 그렇다면 이번 한국 대선에서도 여당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생각이시겠군요.

: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사를 보면,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이 5년씩 10년을 집권했습니다. 이후 정권교체가 된 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10년 집권했죠.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5년간 집권했는데, 여기서 우파가 한번 더 집권하는 게 자연의 흐름 아닐까요?

따라서 저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 ‘흐름’을 탔다고 보고 있습니다. 막판에 치명적인 실수만 범하지 않는다면 당선이 유력할 겁니다.

-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단일화 이전의 질문)

: 지금 여론조사에서는 3자대결일 경우 박근혜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또는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양자대결할 경우 박근혜 후보가 유리한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3자대결일 경우 안철수 후보가 유리하고 양자대결일 경우 박근혜가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후보가 좌우를 아우르는 국민통합, 정치혁신을 내세우자 삐딱한 우파들이 안철수를 지지한 거죠. 그러다가 재벌을 비판하며 좌로 돌아선 것이 패착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안철수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었어요. 그러나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안철수 지지자 중 ‘삐딱한 우파’들은 투표를 안할지언정 문재인 후보를 찍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론조사는 ‘응답률’에 유의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최근 발표되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특히 ARS 조사들의 경우에는 응답률이 10% 미만입니다. 즉 1천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기 위해 총 1만명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의미죠.

이렇게 되면 적극적인 지지자, 또는 정치에 관심이 아주 많은 유권자들만 응답을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 과정에서 응답 편향(bias)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시중의 여론조사들은 크게 신뢰하지 않는 편입니다.

- 그렇다면 대선후보들 입장에서는 기존 여론조사 결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각 후보 진영에서도 지금은 무슨 얘기를 하고, 어떻게 표를 얻을지를 생각해야지 경마식 여론조사 보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박근혜의 최대 자산은 故 박정희 전 대통령

-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 우선 박근혜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은 故 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메시지 차원에서 볼 때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후보에게 자산이 되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고인을 지지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끌어들이면 이길 수 있는 선거입니다. 좌파의 공세가 있더라도 단기간에 극복해 내면 됩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를 보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정과 각종 비리로 인해 크게 손해를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유권자들이 두 분을 분리시켜서 생각한다는 게 강점이라고 할 수 있죠. 다만 그분은 NLL, FTA, 해군기지 등 국가 중대사에 대해 말이 너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오락가락 한다는 인상을 자주 줍니다. 그 부분을 극복해야 할 겁니다.

- 박사님이 민심 파악을 위해 주로 사용하시는 조사 기법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개별심층면접(IDI)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IDI는 In-Depth-Interview의 약자로, 설문서를 만들어서 직접 만나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질문의 내용과 형태가 단순 지지도 조사와는 다르죠. 가치중립적이고 재미 있는 내용의 설문지를 만들면, 응답률도 높아지면서 좀 더 상세한 민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하는 여론조사는 개념이 다릅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선거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 메시지를 설정해 놓고 이를 검증하는 것이죠.

-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그리 좋지는 않은데요, 이 부분이 박근혜 후보에게 얼마나 장애물이 될 수 있을까요?

: 현재까지는 이 대통령이 박근혜 후보에게 큰 감표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같은 여당 소속이기는 해도 국민들이 이 대통령과 박 후보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듯합니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겠죠. 이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정이 문재인 후보에게 크게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현상과도 유사하다고 하겠습니다.

- 박사님이 이번 선거에서 40대의 불안을 없애는 데 성공하는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취지인가요? 2030에 좌우되지는 않을까요?

: 우리나라는 40대가 가정적 부담이 크고 직장에서도 은퇴하는 경우가 많아 불안해하는 세대입니다. 미국에서는 40대가 한창 일하며 안정적인 것에 비해 다릅니다.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대는 의외로 보수적입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사회가 안정적이기를 원하는 면이 있어요.

네거티브 캠페인 목적은 ‘부동층 견제’

-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사용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의 효과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십니까?

: 전 대한민국 유권자의 비율을 넓게 봤을 때 우파 40%, 좌파 40%, 부동층 20%로 봅니다. 이 비율이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선거전략적으로 처음에는 지지층을 끌어안는 포지티브 캠페인을 하다가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투표하지 않게 하거나 부동층을 흡수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공식선거운동 시작 이후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후보들도 그런 식으로 선거운동을 하구요.

- 예전에 많은 선거에 참여하시고 승리로 이끄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선거를 손꼽아 주신다면?

: 2000년 4월 총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민주당 배기선, 송영길, 김성호, 이종걸 후보의 지역구 선거를 조언했는데요, “김대중 대통령을 도와서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는 구호로 선거에 임하라고 조언을 했는데 그것이 성과를 거뒀습니다. 당시 여론조사 판세를 보니 네 후보 모두 당선이 어렵다는 여론조사가 우세했는데 역전승을 거둬냈기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 이번 선거에서 따로 조언을 해주시거나 지원하는 후보 진영이 있으신지요?

: 없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정 진영과 함께 일하지 않고 그냥 관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 문제는 일관성이 더 중요

-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서울시교육감 선거도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도 한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앞서 저는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정권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 문제는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교육정책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정권이 바뀌고 교육 관련 주무장관이 바뀌고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급변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 교육감 선거 얘기가 나왔으니 교육문제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질문하겠습니다. 저희 미래한국은 전교조가 교육 병폐의 큰 요인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사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 전교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저는 전교조가 이렇게 강력해진 건 보수우파 진영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보수진영에서 올바른 교육 모델을 만들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80년대 후반에 전교조가 출범했고, 현재까지 온 게 아닐까요.

- 지금 운영하시는 LSK Global PS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약품의 임상실험을 하는 곳입니다. 저는 미국에 있을 때부터 의료통계로 임상실험을 해왔습니다. 제 전공분야죠.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되면 약효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합니다.

제가 이 분야를 한국에 소개할 당시에는 제약회사의 인식이 낮아 필요성을 홍보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제약회사 회장들을 일일이 다 만나고 다니며 임상실험의 중요성을 얘기했습니다. (미래한국)

인터뷰 / 강시영 기자  김주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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