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여성 상위 시대
미국은 지금 여성 상위 시대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2.12.0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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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직에 진출한 여성들, 美 역사상 최고 수준

미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지난 11월 6일 선거 후 뉴햄프셔 주에서는 미 역사상 최초로 주지사, 연방 상원의원 및 하원의원 모두가 여성이 되는 사건이 있었다. 인구 130만의 작은 주인 뉴햄프셔에는 이날 주지사와 2명의 연방하원의원을 선출했는데 모두 여성 후보가 당선됐다. 이미 뉴햄프셔 연방상원의원으로 재임 중인 2명의 여성과 함께 이들은 뉴햄프셔를 대표하는 공인이 됐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을 이번 선거로 여성 연방상원의원이 역사상 최대인 20명이 된 것과 함께 정계에서 여성들의 입지가 확대되고 있는 상징으로 보고 있다. 이미 많은 미국 여성들은 입법·사법·행정부 고위직에 두루 포진하고 있다.

내년에 출범할 제113기 연방 의회에서는 전체 100명의 연방상원의원 중 20명이 여성이고 연방하원의원에서는 전체 435명 중 81명이 여성이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원은 2008년 미 역사상 최초로 여성 연방하원의장을 역임했다.

연방 대법원에서는 종신직인 9명의 연방대법관 중 3명이 여성이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 역사상 세 번째 여성 국무장관인데 첫 번째 여성 국무장관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매들린 올브라이트였고 두 번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곧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후임으로 역시 여성인 수잔 라이스 UN 주재 미대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9·11 테러로 신설된 후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연방 부처 중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국토안보부의 수장 역시 여성인 자넷 나폴리타노 전 애리조나 주지사다.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 이행을 담당하는 건강인적자원부 장관은 캐서린 세벨리우라는 여성이며 미국 경제의 1/4을 차지하는 식품과 제약 분야를 관할하는 식품의약청(FDA) 대표도 여성인 마가렛 햄버그다. 올해 2조5000억 달러의 미국 금융시장 개선을 주도한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은 매리 스카피로라는 여성이다.

미국 각계에서 활약 중인 여성 지도자들

미국에서는 그동안 35명의 여성 주지사가 나왔는데 현재는 7명의 여성 주지사가 활동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도 많은 미국 여성들은 회사 최고위 경영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드라 누이 펩시콜라 회장,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 메그 화이트맨 휴렛 패커드 회장, 마리사 마이어 야후 회장, 앤 스위니 디즈니 미디어 회장, 샤프라 카즈 오라클 회장, 엘렌 쿨만 듀퐁 사장, 잰 필드 맥도날드 사장, 수잔 와즈시스키 구글 수석부사장, 매리 바라 GM 수석부사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언론계에서도 최고위직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질 아브람손은 지난해 6월 1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 최초의 여성 편집장이 됐다. 이밖에 로라 랑 타임지 회장, 네이글 타임워너 HBO 사장, 티나 브라운 뉴스위크 편집장 등이 있다.

CNN 선임 국제부장인 크리스천 아만포어, 폭스뉴스의 그레타 벤 서스테렌, ABC의 다이안 소이어 등은 각 방송사의 간판 여성 언론인으로 중량 있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여성 대학총장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비리그인 하버드, 프린스턴, 브라운, 펜실베니아대 총장도 여성이다. 브라운대의 경우 지난 11년 간 흑인 여성인 루스 시몬스가 총장으로 활동하다 지난 6월 후임으로 역시 여성인 크리스티나 팍슨이 제19대 총장이 됐다. 아이비리그를 포함, 미국 전체 대학의 총장 중 23%가 여성이다.

미국에서 여성들이 이처럼 각 분야 최고위직에서 활약하게 된 것은 여성이기 때문에 고위직을 맡지 못한다는 이른바 ‘유리천장’을 부숴온 노력의 산물이다.

미국에서 여성들은 1920년 수정헌법 19조가 통과되기 전까지는 투표권이 없었다. 남북전쟁 후 1869년 수정헌법 15조로 흑인 남성들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졌지만 백인 여성을 비롯, 미국의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기까지는 그 뒤 50년이라는 반세기가 걸렸다.

어렵게 투표권은 얻었지만 여전히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들로만 인식되던 여성들이 집 밖에서도 한 몫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미국사회가 갖게 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로지 리베타(The Rosie Riveter) 캠페인이다. 로지는 한 여성의 이름이고 리베타는 리벳(대못)을 박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대못을 박는 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당시 남성들이 전쟁터에서 싸우느라 후방인 미국 군수공장에서는 노동력이 부족했다. 이에 여성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군수공장으로 가 남성들이 해왔던 용접, 대못 박기를 했다. 이것이 여성들의 사회참여 운동의 계기가 돼 1944년까지 약 200만명의 여성들이 군수공장에서 일했다.

머리를 수건으로 묶고 소매를 걷어붙인 한 여성이 오른 팔을 굽히며 ‘우리도 할 수 있다(We Can do it!)’고 말하는 당시 포스터는 로지 리베타 캠페인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 운동은 1960년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해 달라는 운동(feminism)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 여성들이 각 분야에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인식이 크다. 전체 연방의원 중 여성의원은 18%, 여성 주지사는 14%, 포춘 500대 기업에서 여성 CEO와 이사가 각각 3%, 16%인 것을 볼 때 더 많은 여성들이 각 분야에서 지도자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美 여성 대통령 나올 때

여성인 커스튼 질리브랜드 연방상원의원(뉴욕)은 “의회 경험을 볼 때 여성이 위원회와 청문회에 참여하면 더 나은 결정이 이뤄졌다”며 “많은 여성들이 정치, 경제 분야 등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리브랜드 의원은 “여성들은 특성상 합의를 잘해 정치권에서는 초당적인 활동이 유리하다”며 “여성들이 참여하면 남성들의 시각을 보완해 정부와 회사에 하는 결정들이 더 좋은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독려하는 ‘주변에서 벗어나기’(off the sideline)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그녀는 “여성들은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다 잘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엄마들이 일할 수 있도록 양질의 어린이 케어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하고 여성들은 투표, 의견개진 등 쉬운 것부터 하며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력한 리더십 연구소인 젠거 포크맨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은 리더의 16가지 능력 중 12가지에서 남성보다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7280명의 미국 각분야 리더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은 아무도 하지 않은 일 먼저 시작하기, 자기개발, 높은 성실과 정직, 결과를 내는 추진력, 다른 사람을 발전시키는 것, 다른 사람의 동기부여를 하는 것, 좋은 관계 수립, 협력과 팀워크, 문제를 풀고 이슈 분석하기 등에서 남성보다 우월했다.

보통 남성의 특징으로 알려진 아무도 하지 않은 일 먼저 시작하기, 결과를 내는 추진력 등에서 여성은 큰 차이를 내며 우월함을 보였다.

2007년 오바마 상원의원과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두고 접전을 벌였던 클린턴 국무장관은 벌써부터 2016년 민주당의 강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흑인 대통령도 나왔으니 이제는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라는 인식이 미국사회에서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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