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겨울은 다르다
평양의 겨울은 다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12.0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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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일의 북한이야기] 북한의 겨울은 '시련의 계절'

며칠 전부터 갑자기 기온이 떨어졌다. 오늘은 비까지 오고 있다. 출근길에 거리의 서울시민들의 움츠린 모습에서 ‘아, 이제는 진짜 겨울이 왔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사무실이 위치한 빌딩에 들어서는 순간 ‘언제 겨울이었던가?’라며 포근함을 느꼈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더 포근하다.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여기저기 보이는 예쁜 소형전열기, 난방기에서 새어나오는 따뜻한 열기가 있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도 마찬가지이다. 밖의 추위를 순간에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아늑하다. 내 삶의 터전인 사무실과 집을 대할 때면 늘 서울과 평양의 겨울이 떠오른다.

나는 지난 1990년부터 1995년까지 평양의 김형직사범대학에 다녔다. 평양에서 5년 동안 대학생활을 하면서 가장 깊은 추억이라면 평양의 겨울이다. 그만큼 평양의 겨울날씨는 매서울 정도로 춥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대학 강의실이나 기숙사나 그 어디에 가도 춥다는 사실이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은 언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공부했다. 실내인데도 입김이 날 정도로 추운데도 동복도 입지 못하고 온몸을 움츠린다.

그래서 학생들은 휴식시간에 밖에 뛰어나가 햇빛쪼이기를 기다린다. 비록 1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햇빛이 비치는 곳에 모여들어 잠시 얼어붙은 몸을 녹이던 모습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웃지 못할 대학생활의 추억 중 하나이다.

기숙사도 마찬가지였다. 난방을 하지 않아 기숙사에 들어가서는 동복을 입은 채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어야만 했다. 평양의 겨울은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시련의 계절 그 자체였다.

세면장에는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 찬 물로 세수하고 언 손을 겨드랑이 사이에 넣고 있는 힘껏 움츠렸다 폈다 하며 빨래해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구나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아 기숙사생들 대다수는 굶기 일쑤였다. 그래서 더 힘든 나날이었다. 배고픔과 추위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마치면 평양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을 일생의 소원으로 여긴다. 평양 실정이 이러하니 다른 북한지역은 더 나쁜 생활환경인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그들은 ‘혁명의 수도’인 평양에서 살 수 있다는 것과 그곳에서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문의 무한한 영광이고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슬픈 북한의 현실이다.

전기가 없어 밤이면 암흑 속에 난방이 들어오지 않아 떨며 굶주린 배를 맹물로 채우면서 오늘도 행복 아닌 행복에 도취돼 있다. 요즘 인터넷에 평양 대학생들의 모습이라는 사진이 올라 있는 것을 봤다.

하지만 그 사진이 정말 평양 대학생들의 참모습일까? 나는 내가 겪었던 평양생활을 생각하며 사진 속 그들의 환한 웃음 뒤에 감춰져 있는 또 다른 처절한 모습을 그려본다. (미래한국)

박광일 세이브엔케이 사무국장 (북한 김형직사범대학 졸업, 2001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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