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테이너분들, '자해 공갈'은 그만하시죠
소셜테이너분들, '자해 공갈'은 그만하시죠
  • 미래한국
  • 승인 2013.01.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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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의 미디어워치

새해 벽두부터 한 연예인의 트위터 멘션이 화제다. 사회활동이나 정치활동을 하는 연예인을 지칭하는, 이른바 소셜테이너 또는 폴리테이너로 불리는 김여진 씨가 주인공이다.

그녀의 주장을 요약하면 한 방송사의 요청으로 출연하기로 했지만 윗선의 압력 때문에 무산됐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 사람들 출연금지’ ‘밥줄이 끊길 상황’이라는 식으로 네티즌의 감성을 자극하는 센스도 잊지 않고 발휘했다.

물론 방송이나 문화계에서 대선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 한 쪽이 일방적으로 활동에 지장을 받아선 안 될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문재인 캠프에 있었다는 이유로 출연이 어려웠던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아마도 문제가 된 것은 그녀가 누구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캠프 소속으로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여진은 대선 직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TV 찬조연설까지 했던, 비중 있는 선거운동원이었다.

실제로 다른 당의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씨의 유세차에 등장해 선거운동을 했던 은지원도 김여진과 마찬가지로 최근 방송에서 사라졌고, 김흥국도 2011년 정치 활동이 문제가 돼 MBC 라디오 프로그램 MC 자리를 내놔야 했다.

그러니 딴지를 걸려면 ‘정치활동과 방송출연이 무슨 관계냐’라는 식이 맞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녀 말대로 밥줄이 끊겨질 상황이라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데 방송 출연은 철저히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의 연장선이 아닐까. 이때 ‘과연 김여진을 본 시청자들이 방송의 스토리나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을지’ ‘제작진은 그런 그녀를 순진하게 출연시킬 수 있을지’ 등이 고려 대상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방송사 입장에선 김여진의 밥줄 뿐만 아니라, 그 방송의 시청률 1~2%에 목숨을 거는 모든 제작진의 생계도 소중하게 다뤄질 일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 그녀가 (조연이든 단역이든) 출연한 방송이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김여진의 밥줄이 과연 연예활동인지 정치활동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그녀에게 어떤 식으로 섭외가 이뤄졌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통상적으론 방송 섭외는 소위 막내 작가와 조연출의 몫이다. 이 단계에서 일단 스케줄과 의사 타진을 한 후 출연 여부는 연출, 국장, 본부장 선으로 차례로 올라가면서 결정된다. 그러니 여러 단계를 거치며 후보가 좁혀지고 출연자가 결정되거나 번복되는 일은 다반사다.

그런데 방송을 밥줄로 여기는 김여진이 과연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그렇진 않겠지만 그녀는 어쩌면 애써 피해자가 되고 싶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언제부턴가 방송계에선 때만 되면 특정 연예인들의 ‘퇴출’ ‘블랙리스트’ ‘출연금지’ 등의 단어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방송 장악이니 사찰이라는 여론몰이가 뒤따른다. 물론 선거에서 득표 효과도 있었다. 2009년 국회의원 재보선 전에도 그랬고, 2010년 지방자치체장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정이 이러니 김여진의 트윗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자해 공갈단’ 식의 여론정치가 언제나 들어맞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 이미 후보 단일화 이벤트의 재생이 찻잔 속 폭풍에 지나지 않았듯이, 이런 종류의 여론몰이도 이미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미래한국)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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