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중학생들은 국사 교과서에서 이승만과 박정희 정부를 ‘독재체제’라고 배우게 된다. 논란이 됐던 ‘자유민주주의’란 표현 중 일부도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로 수정됐다.

독재라는 말은 Dictatorship을 번역한 단어다. 그러므로 이승만과 박정희는 역사 속에서 dictator가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단 한번도 이승만, 박정희가 독재자였는지 아닌지 공식적으로 토론해 본 적이 없다. 대개 정치학에서 이 두 정권은 ‘권위주의 정부’로 표현된다. 독재라는 말이 정치학에서 사용되기에 부정확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승만, 박정희는 히틀러, 스탈린같은 존재?

우려스러운 것은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독재자의 전형으로 히틀러, 스탈린을 제시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학교에서 이승만, 박정희를 ‘독재자’로 배운 학생들은 세계사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이승만, 박정희를 히틀러나 스탈린과 같은 인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웃어 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백지와 같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자연 유추될 수 밖에 없는 논리다.

실제로 한 역사 토론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1972년 박정희 정부의 10월유신이 국민투표도 거치지 않은 채 국회해산과 계엄령을 통해 박 대통령 마음대로 헌법을 뜯어고친 것으로 알고 있는 대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 학생들은 72년 10월유신 헌법이 국민투표에서 97% 투표율에 91.5%라는 찬성률로 통과됐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더구나 1975년 2월 12일 실시된 유신헌법에 대한 재신임 국민투표도 투표율 79.8%에 찬성률 73.1%로 재신임된 사실을 모른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처음 접하는 대학생들의 반응은 당시 투표가 강압적이고 불공정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유엔 산하 한국 전담기구인 언커크(UNCURK:유엔한국부흥단)가 서울 부산 및 7개도와 서울, 부산에서 10월 유신헌법 국민투.개표에 관찰단을 조직해 감시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다. 당시 투표마감 후에 언커크는 23일 관찰 결과를 종합해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관찰인들은 법령에 정해진 투개표 절차에서 별다른 이탈이 없었음을 주목했으며 이번 국민투표가 평화적 분위기 속에서 질서정연한 방법으로 높은 투표율로 실시됐음을 확인했다."

당시 언커크가 채택한 11.21국민투표에 대한 보고서는 투표에 대한 유엔기구의 첫 반응이어서 외신들의 주목을 받았다. 언커크의 이러한 보고서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고됐고 10월유신에 대해 유엔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는 계기로 작동했다.

당시 어느 나라 외신도 10월유신 투표를 부정이나 불공정, 억압투표였다고 보도하지 않았다.

이렇듯 국민들의 높은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유신체제를 ‘독재체제’라고 국사 교과서가 간단하게 단 한줄로 표현하는 것은 정당할까.

그렇다면 왜 당시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러한 ‘독재체제’를 열렬히 지지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국사 교과서가 이러한 배경에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을 위한 바른 역사교육 시작해야

10월유신체제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69년 닉슨정부가 발표한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의 손에’라는 닉슨 독트린과 이에 따른 주한미군철수, 그리고 미.중 해빙무드를 이용한 북한 김일성 정권의 집요한 통일전선전술에 의한 대남적화 활동이 자리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국사 교과서에는 그러한 배경이 생략된 채 박정희의 장기집권 야욕만이 서술된다. 72년, 10월유신을 위한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때 당시 포터 주한 미대사는 본국에 다음과 같이 보고한 바 있다.

“우리가 얼마 전부터 알고 있었던 바와 같이 (박정희) 정부는 자신의 권위를 증대시키고 권력을 연장하며 또한 대국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고려해 왔다. (중략) 그것(장기집권)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수 있겠지만 단순한 장기집권욕 이상의 심층적인 이유가 있다.

박정희는 과거 10년 동안 따라야 했던 정치 절차와 같은 것들에 구애받지 않아도 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국가통제권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국제환경 속에서 북한을 다뤄야만 하는 미래에 직면하면서, 그리고 강대국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고 한국의 이익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믿음 하에서 그는 권위주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telegram5870 from seoul, October 15.1972)

아울러 10월유신 국민투표가 종료됐을 때 진보적인 영국의 가디언지는 보도를 통해 ‘한국적 민주주의는 한국인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훈육주의(disciplinarianism)’라고 표현했다. 당시 일본의 산케이, 아사히, 마이니치 신문들의 보도도 10월유신에 대해 필요한 조치임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10월유신에 대한 배경과 평가는 모두 생략된 채 이를 독재체제라고 국사 교과서가 기술한다면 대한민국 역사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현대에서 독재체제로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이 부유해진 나라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0월유신은 국민들이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수용했던 시대정신이었다는 평가가 오히려 정확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국가의 안보가 민주주의 질서보다 우선이었던 당시 남북 대치의 상황을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로는 야당의 무질서한 당리당략적인 행태와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자생적 공산주의 혁명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생존’과 ‘번영’이 ‘민주’와 ‘자유’보다 먼저 요구됐던 시대였다는 이야기다.

최근 좌파성향의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100년 전쟁’ 동영상 조회수가 200만이 넘었다고 한다. 이 동영상은 이승만, 박정희에 대한 철저한 왜곡과 날조로 점철돼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바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역사 지식에 다름이 아니다. 그 인식의 결과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대한민국’과 함께 ‘독재에 순응한 어리석은 국민’이라는 자괴감뿐이다. (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