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로 드러난 북한 미사일 커넥션
사실로 드러난 북한 미사일 커넥션
  • 미래한국
  • 승인 2013.01.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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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1단 추진체’ 분석결과, 중국 등 5개국에서 구입한 상용제품 포함


2012년 12월 12일, 제18대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했다.

한.미.일은 이 미사일의 발사 시점부터 추진체 분리, 위성체의 궤도진입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군을 동원, 북한 미사일의 추진체 등을 인양하는 데 주력했다.

해군은 인양한 로켓 추진체와 부품 등을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로 보내 국군정보사령부, 정보본부,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원 등 유관기관 전문가, 미국 과학자 등 50여 명의 조사단에게 분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 수 년 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되던 ‘북한 미사일 커넥션’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UN제재가 제대로 안 먹힌 이유, 북한 미사일의 위험성이 그래도 드러난 것이다.

지난 1월 21일 국방부는 북한 장거리 미사일 잔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은하 3호’는 대륙간 탄도탄(ICBM)으로 길이 30미터, 폭 2.4미터, 무게 91톤 규모로 파악됐다.

구조를 보면 출력 27톤인 노동미사일 엔진 4개와 출력 3톤급 보조엔진 4개를 결합한 형태로 총 출력은 120톤 가량이었다고 한다. 이는 ‘나로호’의 출력 170톤에는 크게 못 미친다.

북한 미사일은 케로신(Kerosene. 등유의 일종)에 탄화수소계열 화합물을 첨가한 연료를 사용했고, 산화제로는 적연질산을 썼다고 알려졌다.

북한이 산화제로 적연질산이라는 맹독성 물질을 사용한 것을 놓고 ‘군사적 용도’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는 북한이 자신들이 제조할 수 있는 스커드 미사일을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군용 기술을 대거 접목했다는 것이다.

외부 형태는 조잡한 용접기술 등이 특징이었다. 내부 부품들도 대량생산품이 아니라 하나하나 수제작하거나 수작업한 모습이 독특했다는 소감도 밝혔다.

연료통은 알루미늄 94%와 마그네슘 6%의 합금을 사용했고, 각 단의 분리에는 ‘폭압형 외피 파단방식(MDF. Mild Detonation Fuse) 방식을 썼다. 이 방식은 최근 선진국들이 활용하는 방식과 달리 각 단을 분리할 때 이전의 추진체는 로켓을 점화해 감속시키고 다음 추진체는 가속하는 방식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공개했다. 온도감지기와 일부 전자기기 센서 종류, 전선 등 10여 종류의 부품이 중국, 이란 등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품목이라는 것이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미사일 잔해에서 발견된 부품 중 중국, 이란 등 5개 나라에서 만든 상용품이 활용됐다고 했다. 이 품목들은 다른 산업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들이어서 UN제재품목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그동안 UN 속였나?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에 사용된 ‘수입 부품’에 대해 가급적 말을 아꼈지만 중국산 부품이 상당량 사용됐다는 게 여러 정부 관계자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이야기다.

중국은 2012년 4월 15일 북한이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벌인 열병식에 등장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도 수출한 적이 있다.

북한이 ‘민수품’으로 위장해 밀수하는 각종 군수물자들 또한 중국을 통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2011년 5월 부산항에 정박했다가 탄도 미사일 관련 부품을 탑재한 사실이 드러난 중국 국적 ‘신옌타이 호’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수출할 때 중국 내륙의 열차를 활용했다는 주장은 해외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됐다.

이란, 시리아 등도 북한 미사일 개발에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과 이란 미사일의 형태, 산화제통 등 사용된 부품들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밝혔다.

2008년 이란이 시험 발사한 탄도 미사일의 고체연료가 북한이 만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란이 유럽과 이스라엘을 겨냥해 배치한다는 BM-25 미사일은 북한제라는 게 서방 정보기관의 공통된 평가다.

시리아 또한 북한과의 커넥션을 의심을 받고 있다. 북한이 1996년 시리아로부터 러시아제 단거리 탄도탄 SS-21을 제공받아 이를 복제한 것,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그리스가 대량살상무기용 ‘이중용도 품목’을 실었다고 화물을 압류한 북한 선박 3척의 목적지도 시리아였다.

이밖에도 러시아, 파키스탄 등도 북한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미사일 커넥션이 초래한 문제들

하지만 국방부는 인양한 북한 미사일 잔해 분석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제부터는 외교부에서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며 부품 생산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국방부가 이런 태도를 보이게 된 이유는 북한 미사일 커넥션을 단정할 경우 UN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공조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방 정보기관들이 파악한 북한의 미사일 커넥션은 대략 이렇다.

중동지역 패권과 반미진영의 선봉을 꿈꾸는 이란과 시리아는 막대한 자금과 냉전 시절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은 각종 무기를 북한에 제공한다. 북한은 이를 받아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한다.

북한은 무기를 개발한 뒤 이를 다시 분해, 이란과 시리아 등으로 보낸다. 이란과 시리아는 이 무기를 재조립해 시험발사한다. 북한에서 바로 핵실험이나 무기시험을 할 경우 제재가 더욱 강력해지는데다 이란, 시리아에서 시험을 하면 자신들이 직접 개발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개발한 무기라고 선전하는 것 대부분이 북한제다). 이렇게 복제무기나 신무기 개발에 성공하면 개발을 의뢰한 국가는 북한에 잔금을 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기는 이란, 시리아를 통해 다시 이스라엘과 접하고 있는 헤즈볼라나 하마스로 제공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전투, 2012년 말 하마스의 이스라엘 로켓 공격이다.

소총이나 수류탄, RPG-7, 지뢰 등 북한제 소형 무기는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전역에 퍼져 있는 알 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게 공급된다.

북한이 새로 개발했거나 복제한 무기들은 부품 형태로 컨테이너에 실려 선박이나 중국 내륙을 거치는 화물열차로 운송됐다. 종종 밀수업자들의 항공기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2009년 북한에서 출발해 미얀마로 향하던 동유럽 수송기 한 대가 미국 공군에 적발돼 태국에 강제 착륙한 사건 이후로는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이런 무기 거래의 중간 루트로 지목된 나라는 미얀마였다. 중국이나 러시아, 시리아, 파키스탄 연루 의혹은 제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북한 미사일 잔해 분석 결과로 중국과 러시아, 파키스탄이 중간 루트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 서방국가들이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을 북한 미사일 커넥션에서 제외시킨 건 ‘테러와의 전쟁’ 때문이었다.

2001년 11월부터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파키스탄과 중국, 러시아의 협조는 필수적이었다. 이들을 ‘테러국가의 동맹’으로 돌리게 되면 서방국가들의 ‘테러와의 전쟁’은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중국과 파키스탄, 시리아 또한 지역 내 패권 경쟁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의 지원이 있어야만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 UN 안보리에서 대북제재나 대이란제재를 할 때 지지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한과 이란 등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하는 데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을 포함해,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라는 파키스탄 등이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이들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이나 한국 정부, ‘북한포비아’를 가진 일본 등이 강력하게 반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는 ‘봉쇄’로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동북아와 중동 평화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는 계산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대응책, 어떤 게 나올까?

아무튼 이번 북한 미사일 잔해 분석 결과는 비공개로 미국과 서방국가, UN 안보리 회원국들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북한 미사일 제조에 쓰인 부품을 생산한 나라에 중국, 시리아는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까지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서방 국가들이 이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정절벽’에 직면한 미국은 물론 경제위기로 고단한 유럽 국가들에게는 북한문제보다는 중동 안정이 더 절실하다.

따라서 이번 북한 미사일 추진체 분석 결과를 내세워 북한이 “자력으로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뒤 UN 안보리를 중심으로 한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MTCR과 PSI를 통한 대북제재 품목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커넥션에 중국, 시리아, 파키스탄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영원히 숨길 수는 없다는 게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과 서방 국가들의 대응전략이 어떻게 전개될는지 궁금하다.

전경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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