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맞은 CJ
역풍맞은 CJ
  • 이원우
  • 승인 2013.02.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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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권력' 지목되며 연일 난타 … 그늘에 가려진 업적 조명도 필요


2012년 CJ 그룹의 슬로건은 ‘문화를 만듭니다’였다.

이재현 회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 슬로건은 CJ의 각종 광고에 삽입되며 문화 사업에 임하는 그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CJ는 작년 12월 이 슬로건을 내세워 이재현 회장 취임 이후 10년 간 지속된 ‘문화 창조 사례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문화(文化)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돼 있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CJ가 문화를 ‘창조’한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행동양식과 생활양식을 만들겠다는 말과도 같다. 이미 만들어진 문화 속에서 힌트를 얻어 그에 부합하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기존 회사들의 전략이라면, CJ는 아예 문화 자체를 창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견 전체주의적으로까지 보이는 이와 같은 자세는 CJ에 대한 숱하게 많은 비판과도 연계된다.

꼼수, 또 꼼수…

문화기업 CJ의 히트상품 중 하나로 <슈퍼스타 K>가 있다. 2009년 시작돼 2012년 11월 성공리에 4탄까지 마친 ‘슈스케’는 대한민국에 오디션 열풍을 불러 일으킨 아이콘이다.

가장 커다란 화제가 됐던 2011년 3탄의 경우 무려 14%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해 케이블 채널(Mnet)이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압하는 사상 초유의 장면을 연출했다.

MBC <위대한 탄생>과 SBS <K팝 스타>가 부랴부랴 유사한 성격을 지닌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대한민국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여전히 CJ의 슈스케다.

물론 CJ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문화를 ‘창조’한 것은 아니다. 슈스케 역시 미국과 영국에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포맷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CJ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어마어마한 물량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모든 불확실성을 감내했을 뿐이다.

그런데 커다란 성공이 이어지자 당초 “슈스케 출연자들에 대해 일절 손을 대지 않고 프로그램 제작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던 CJ의 입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즌2의 우승자인 허각의 첫 미니앨범을 CJ에서 내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그를 CJ가 배급한 영화 <글러브>의 OST에 참여시킨 것이다.

덧붙여 슈스케 시즌3에서부터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란 것을 만들어 좋은 성적을 거둔 출연자들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꼼수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시즌3 우승자들은 프로그램 종료 후 약 6개월간 음원출시, 콘서트 출연 등으로 CJ의 콘텐츠 확보를 위해 움직였다. 슈스케3 출신으로 전국적인 히트를 기록한 버스커버스커의 데뷔 앨범 역시 CJ E&M을 통해 발매됐으며 시즌4 우승자인 로이킴 또한 같은 곳에서 첫 음원을 냈다. 반복된 꼼수로 CJ의 의중을 간파한 대중들은 ‘명불허전 CJ’라는 비아냥거림도 서슴지 않는 형국이다.

반복된 실수에 업적까지 가려져

음악시장을 제외하고도 CJ의 꼼수는 다방면에 걸쳐 있다. ‘천만 영화’ <광해>의 관객 숫자를 늘리기 위해 자사극장인 CGV를 활용했던 정황들, 이미경 CJ E&M 부회장의 호화로운 파티 무용담 등은 끊임없이 인터넷에서 루머처럼 회자되며 문화 창조를 자처한 CJ의 어두운 뒷면들을 들춰내고 있다.

최근 중대형극장으로 리모델링을 마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해프닝’은 급기야 대기업 CJ와 보수성향의 언론이 맞부딪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29일 다시 문을 연 토월극장의 리모델링 공사에는 약 15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돈을 댄 것은 CJ였고 이에 그들은 극장의 새 이름을 ‘CJ토월극장’으로 달기에 이른다.

이 문제에 대해 보수매체인 뉴데일리는 즉각 쓴 소리를 내뱉었다. “‘토월’이란 이름은 우리 연극계에게는 ‘한국연극을 낳아준 어머니의 이름’이기에 CJ의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뉴데일리는 CJ가 DJ-노무현 정권과 궤를 같이 했던 과거를 지적하며 CJ를 ‘깡통진보’의 선봉으로 규정한 바 있었다.

하지만 DJ-노무현 정권 시절의 전례가 있었다 한들 그것으로 CJ가 꾸준히 해온 끊임없는 도전의 궤적까지 전부 부정되는 건 아니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꼼수와 ‘문화 창조’라는 허세에도 불구하고 CJ는 지금껏 한국 문화계에 많은 일들을 선도해 왔기 때문이다.

‘K팝 열풍’에 CJ 지분 있어

예를 들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롯한 K팝 열풍이 CJ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CJ는 2008년 싸이의 현재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YG의 주식을 5.41% 인수했었다.

그럼으로써 YG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유통하고, 그 연예인들을 CF에 기용하고, CGV에서 팝콘과 음반을 함께 팔았으며, 흥행이야 어찌되든 월드투어를 개최해 줬다. 현재 YG에 대한 CJ의 지분율은 2%(투자목적)로 낮아진 상태지만 과거의 파트너십이 YG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단히 큰 영향을 주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반드시 주류 음악에만 투자를 한 것도 아니다. 한국 음악 페스티벌의 중요한 브랜드 중 하나였던 ‘지산 록 페스티벌’ 역시 CJ의 작품이다. 2009년 시작된 이 거대한 페스티벌이 가까스로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작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의 어떤 기업도 감수하지 않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CJ는 페스티벌을 지속했으며 지금은 국내 최초의 K팝 전용 공연장 설립을 위해 부심하고 있기도 하다.

수많은 실수와 손해가 있을지언정 자신의 신념대로 회사를 밀고 나가는 것을 두고 ‘기업가 정신’이라 부른다. 문화기업 CJ는 불완전한 면이 너무도 많은 회사지만 그런 동시에 기업가정신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복합적 존재이기도 하다.

CJ는 ‘깡통’이라는 비난과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표명한 문화 창조의 가치를 지키며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까. 지금껏 불지 않았던 거대한 역풍이 CJ 앞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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