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그린 사람들 그 300년의 발자취
미국을 그린 사람들 그 300년의 발자취
  • 이원우
  • 승인 2013.02.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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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미술 300년>,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 등 전시회 연이어


최근 미국 증권가 최대의 화두는 다우존스지수 최고가 경신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4년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어느덧 비극의 진원으로 지목 받았던 주택시장은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심리 역시 개선된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미국경제 회복의 분위기를 완연하게 만들고 있다.

1776년 건국돼 사상 최고의 국제질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미국의 역사는 이와 같은 위기와 극복의 연속이었다.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 불가피하게 불거진 국내외적 갈등, 경제적 번영, 대공황 그리고 그 수많은 질곡에도 불구하고 끝내 수성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최근 서울에서는 이와 같은 미국의 역사를 예술적 지평에서 조망하는 전시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 중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미국미술 300년>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소개한다.

용산구 서빙고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5월 19일까지 이어지는 <미국미술 300년>은 그 자체로 미국의 역사와 미술사에 대한 자료실 같은 느낌을 주는 전시회다.

‘미국’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만을 가지고 시대 순으로 배열된 수많은 사조의 회화 및 공예품 168점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을 감상할 수 있다.

미국의, 혹은 미국미술의 역사: <미국미술 300년>展

본 전시는 총 6부로 나뉘어 구성됐다. 1부 ‘아메리카의 사람들’과 2부 ‘동부에서 서부로’는 유럽에서부터 미국으로 건너와 그곳을 개척한 탐험가, 망명가들의 모습을 담았다. 17-18세기 미국의 대표적 장르였던 초상화는 이 시기의 미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3부 ‘삶과 일상의 이미지’와 4부 ‘세계로 향한 미국’은 미국이 본격적인 번영을 시작한 19세기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초상화와 풍경화 양식이 절묘하게 결합되며 풍속화로 승화되는 경향은 수많은 문화들이 결합하는 멜팅 팟(melting pot)으로서의 미국을 상기시키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5부 ‘미국의 근대’와 6부 ‘1945년 이후의 미국미술’에서는 20세기로 넘어오면서 도시화‧산업화‧개인화된 미국의 이미지에 집중한다.

도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사실주의자들의 작품, 입체주의에 천착했던 모더니스트들의 작품이 한곳에 모여 급진적이고 추상적인 현대미술의 편린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이 전시의 또 한 가지 백미는 섹션마다 각 시기의 시대상을 충실하게 구현한 가구 공예품들을 함께 전시해 놓았다는 점이다. 일상용품들의 변화는 시대정신의 변화를 나름대로 반영하고 있어 보는 재미를 준다.

메리 카사트의 인상주의와 일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화풍, 앤디 워홀의 팝아트와 잭슨 폴록의 추상미술까지 한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는 점 역시 이 전시회의 희소성을 강조해 준다.

“나는 경계를 초월하여 작업한다. 자연이 그러하듯이”라고 잭슨 폴록은 선언했지만, 바로 이 전시야말로 ‘미국’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만을 가지고 경계를 초월한 시도인 셈이다.

미국적인, 대단히 미국적인 :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3월 29일까지 진행되는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은 300년을 가로지르는 미국 미술의 역사 중에서 인상주의 사조에 주목한 전시회다. 미국 인상주의를 테마로 전시회가 기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상주의의 원산지는 프랑스이나 발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870년 미국으로 소개돼 작가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많은 숫자의 미국작가들은 프랑스를 여행하고 탐구하며 미국만의 인상주의를 발전시켜 나갔다.

프랑스 인상주의에 비해 훨씬 디테일하고 구성적으로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 미국 인상주의의 장점이며 이 전시회에서도 그와 같은 매력을 지닌 작품들이 다수 배치됐다.

본 전시는 연대기적인 구분과 지역적 구분을 동시에 시도하면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첫 섹션인 ‘허드슨강파’에는 사람과 동물을 작게 표현하고 자연을 강조하면서 경의를 표현하는 미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또한 색과 빛에 천착한 ‘토날리스트/루미니스트’, 미국 인상주의의 발전을 지역적으로 조망한 ‘예술 공동체 및 지역 중심지’, 사실주의 화풍을 강조한 ‘애쉬캔 학파’ 등의 섹션이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다.

한편 자연의 풍경과 인물이 빛에 맞닿은 순간을 포근하게 그려내는 것만이 인상주의라고 생각하기 쉬운 관람객들에게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은 발상의 전환을 선사한다.

산업화와 고도성장으로 미국의 경제가 가장 번영하고 있던 20세기 초반의 도시적인 모습 또한 미국 인상주의 작가들은 그대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화풍 자체는 반 고흐나 마네, 드가 등의 영향을 받았지만 도시부터 노동자까지 전(全)방위적으로 다루는 미국 작가들의 왕성한 활동상은 인상주의의 지평을 넓혀 놓는다.

펠리시 왈도 하월의 ‘월 스트리트의 정오’, 가이 칼턴 위긴스의 ‘뉴욕의 겨울’ 등 도시적인 인상주의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이 전시의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다.

미국 미술을 한번에 조망하는 <미국미술 300년>과 인상주의에 집중하는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은 함께 감상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측면이 있다. 둘 중 하나의 전시회를 관람한 뒤 티켓을 가지고 다른 박물관으로 가면 티켓 할인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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