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소산당"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소산당"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3.14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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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4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기준 1위 -

- 새로운 ‘완판녀’가 출현했다.

- 완판녀라 함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방송매체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아이템을 선보이며 자신이 착용한 옷이나 액세서리를 전부 매진[完販]시키는 동경의 대상을 의미한다. 비슷한 뜻의 신조어로는 ‘나따녀(나도 따라하고 싶은 여자)’가 있다.

- 기존의 완판녀들은 대부분 배우나 가수 같은 연예인, 혹은 김연아나 손연재 같은 스포츠스타들이었지만 3월 14일 오후 2시만은 달랐다. 정치인 중에서도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가 새로운 완판녀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았다. 야외 직거래장터에서 과일, 야채, 고기 등을 직접 구매한 그는 감자 1kg을 주문해 1000원짜리 지폐 3장을 내고 100원을 거슬러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연보라색 지갑이 노출되었고 ‘소산당’이라는 브랜드도 함께 알려졌다.

- 소산당은 100% 수공예 브랜드로써 수예 장인인 김소애 여사(81)와 딸 박윤주 대표가 운영하는 국내 중소기업이다. 여권커버, 컵받침, 동전지갑 등의 소품을 4,000~12,000원선의 가격에 판매하는 저가 브랜드다. 박 대통령이 사용한 연보라색 지갑 역시 2년 전에 출시된 4000원 짜리 제품으로 밝혀졌다.

- 이념과 성향을 불문하고 저가 국산제품을 이용하는 박 대통령의 수수한 모습에 대해서는 호평이 지배적이다. 소산당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소산당의 모든 제품이 순식간에 품절되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식을 중소기획사에 맡길 만큼 중소기업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도 연결되면서 실체 있는 '완판 유행'이 만들어질 기세다.

- 다만 새 정부가 중소기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한국 시장경제의 전반적인 건전성을 지키는 것과는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지명한 현오석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재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보수 언론까지 전부 가세한 골목상권 보호 문제에 대해 정부가 호의적인 정책을 검토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 하지만 그저 재래시장이 침체되어 있다는 사실이 지원의 당위성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며, 아무리 정부가 도우려 나선다 해도 소비자가 재래시장보다 대형마트와 SSM을 선호한다면 그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이 13일 방문한 하나로마트 역시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영업규제를 피해가고 있지만 재래시장에는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입체적인 존재다.

- 대기업, 중소기업, SSM, 그리고 재래시장. 이 복잡한 시장참여자들의 함수 속에서 정부가 그저 무색무취의 헌법적 존재로서만 남아있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 대통령이 중소기업 제품을 애용한다는 사실마저도 정부가 어느 쪽에도 편파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뒷받침될 때 더욱 훈훈한 미담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소산당’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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