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너 마저도…
美 공화당, 너 마저도…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3.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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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 거스르며 '동성결혼 찬성' 선회


미 연방대법원은 오는 3월 26일과 27일 동성결혼에 대한 두 가지 소송을 심의한다. 하나는 2008년 캘리포니아에서 동성결혼을 금지시킨 ‘Proposition 8’이라는 주민투표이고 또 하나는 1996년에 제정된 ‘결혼보호법’이라는 연방법에 대한 것이다.

Proposition 8과 결혼보호법 폐지 주장

미국 사회의 핫 이슈 중 하나인 동성결혼에 대한 심의라 벌써부터 연방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증거가 지난 2월 28일로 마감된 이 소송에 대한 소견서(brief) 제출이다.

‘법정의 친구들’(friend of the court)라고 불리는 이 소견서는 소송 청구인이나 피청구인이 아닌 제3의 개인 또는 단체가 특정 측을 지지하기 위해 제출하는 탄원서와 같은 것이다.

여기에 연방 법무부를 비롯 대기업, 영화배우, 풋볼선수, 심지어 공화당원까지 동참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Proposition 8’과 결혼보호법을 폐지하라는 것이다.

연방 법무부는 캘리포니아에서 동성결혼을 금지한 ‘Proposition 8’은 폐지돼야 한다는 소견서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 ‘Proposition 8’은 2008년 캘리포니아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하자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이를 뒤엎고 동성결혼을 금지하자는 주민발의를 제기해 52%의 지지율로 채택한 주민투표다.

주민투표로 대법원 판결이 뒤엎어지자 이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지속됐고 일부 하급법원에서는 위헌판결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연방대법원까지 올라온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처음에는 ‘Proposition 8’에 대해 주의 문제이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개입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지난 1월 재취임연설에서 동성애 형재와 자매들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소견서에서 캘리포니아의 ‘Proposition 8’ 뿐 아니라 동성 간 ‘시민연합(Civil Union)’은 인정하면서도 동성결혼은 인정하지 않는 델라웨어, 하와이, 네바다, 일리노이, 뉴저지 등 일부 주들이 동등보호라는 수정헌법 14조를 위반하고 있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기업들은 ‘결혼보호법’을 겨냥하고 있다. 200여 미국 기업들은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의 결합이라고 정의한 결혼보호법 때문에 직원들을 다르게 대우해 어려움이 많다며 결혼보호법을 폐기하라는 소견서를 냈다.

이성결혼만 인정하는 결혼보호법에 따라 동성결혼자들에게 건강보험 등 혜택을 이성결혼자들과 동등하게 주지 못해 문제가 있고 전국적인 기업들의 경우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주와 그렇지 않은 주에서 직원 대우 방식이 달라 문제라는 것이다.

이 입장에 동의해 소견서에 서명한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시티크룹, 골드만삭스, 나이키, 로이터 통신 등 대기업들이 다수 있다.

이들 외에 현재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는 12개주와 워싱턴 DC, 풋볼 선수, 노조, 법률학자 등 많은 곳에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소견서를 냈는데 이 가운데 130명의 공화당 인사들이 동참했다는 것이 충격이 되고 있다.

공화당은 정강에서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 결합으로 정의하는 헌법개정을 지지한다”고 명시하면서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인사들도 찬성 나서

당의 정강을 거스르며 연방대법원에 동성결혼을 지지한다는 소견에서 서명한 공화당 인사들은 다음과 같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자인 존 헌츠맨 전 유타주 주지사, 크리스천 토드 전 뉴저지 주지사, 윌리엄 웰드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 켐 메흘맨 전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헤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 일레나 로즈-레흐티넨 연방하원의원(플로리다), 리처드 하나 연방하원의원(뉴욕),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전 상무장관, 2010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자였던 메그 화이트맨 휴렛패커드 회장, 201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빈 의자를 옆에 두고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해 인기를 얻었던 영화배우 클린턴 이스트우드, 폴 월포위츠 전 국방부 차관, 톰 리지 전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다. 

부시 행정부 당시 국무장관을 역임한 콜린 파월이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헌츠맨 전 유타주 주지사는 “결혼평등은 보수적 명분”이라고 밝혔고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할 때는 ‘Proposition 8’을 지지했던 매그 화이트맨 휴렛패커드 회장은 입장을 바꿔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언론들은 이들의 동성결혼 지지는 현 공화당 지도부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2012년 대선 후 가려져 있던 공화당의 내분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공화당원들 간에는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공화당 정강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원 중 1/3은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30대 미만 유권자의 70%가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등 동성결혼을 수용하는 것이 대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성결혼의 위헌 여부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6월경에 나올 예정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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