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코리아'에는 외눈박이 괴물들이 산다
'컬처 코리아'에는 외눈박이 괴물들이 산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3.1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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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은 보수와 진보가 50대50이지만 문화 쪽은 진보가 거의 98%까지 장악하고 있다.”

작가 이문열 씨는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이문열 씨가 말한 ‘진보’란 사실 문화계 ‘좌파’라고 해석된다.

이들은 지난 김대중 정권 시절, 정부의 각종 지원으로 마치 영화속 에일리언의 유충으로 인큐베이팅돼 왔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 시절, 숙주의 신체를 뚫고 나오는 ‘체스트 버스터’라는 성체(成體)로 성장했다. 그결과 문화 좌파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속 ‘괴물’처럼 오늘 우리 사회에 등장했다.

이들의 권력은 문화계에서 그야말로 ‘무소불위’하다.

2010년 보수적 코드의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을 이명박 정권의 문화관광부가 중도 해임했던 배경에는 좌파 문화권력이 있었다. 그 힘은 최근 ‘박정희 미화’라는 가당치도 않은 이유로 한 편의 연극을 공공극장에서 퇴출시킨 사례로 이어진다.

민중극단의 연극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등 세 인물을 등장시켜 70년대 경제개발을 그린 작품이다.

최근 KBS에서는 60~70년대 현대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정규편성을 놓고 노조와 PD협회가 ‘박정희를 미화하려 한다’는 이유로 편성 저지 투쟁에 돌입하기도 했다.

아직 한 편의 내용도 확정되지 않은 기획안에 ‘박정희 미화’라는 딱지를 붙였던 노조는 ‘ 60,70년대의 현대사를 다루게 되면 자연히 박정희의 치적을 언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실 KBS는 김대중 정권 시절 ‘그때를 아십니까’라는 현대사 시리즈를 방송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KBS내 현대사 기획반이라는 조직이 담당했고 대표적인 좌파성향의 작가들과 PD들이 제작을 맡았다.

이렇듯 문화,언론 전반에 좌파의 힘이 공고해지면서 문화관광부라는 정부 조직의 관료들도 그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연극 ‘한강의 기적’의 공연불가에 대해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극장측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 수 있을까.

좌파 정권이 키운 기형적 문화권력

이런 배경을 잘 설명해 주는 작가가 한 사람 있다. 바로 3권의 전교조 비판서를 낸 바 있는 정재학 씨다. 그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책을 구입하려 했지만 서점에서 책 주문마저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토로했다. 진열도 안할 뿐만 아니라 구입을 신청해도 출판사가 연락이 안 되거나 품절됐다고 한다는 것이다.

“서점의 좌익화는 출판업계와 서점, 서점과 서점들 간의 강력한 트러스트(trust)가 구축됐다는 증거입니다. 전교조 교사들의 비교조 교사에 대한 집단 왕따나 따돌림에서 알 수 있듯이 좌익 출판업자들 간의 담합에 동조하지 않은 출판사 혹은 서점에 불이익을 주는 따돌림이 있었다고 봐야죠. 그 결과 우리 대한민국의 서점엔 좌파인사의 책이 잘 팔리고 좌익 관련 서적이 주류를 이루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죠.”

정재학 씨의 이러한 증언은 그가 출판사와 서점들 관계자들로부터 들어 알게 된 것이다. 실제로 서점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나 자유주의, 또는 보수주의 시각을 담은 책들은 구경하기 어렵다.

보수 지식인들의 게으름 문제라고 볼 수만은 없다. 정부의 출판지원과 같은 정책자금이 대부분 좌파 지식인들과 관계 있는 출판사들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2012년 청와대에서 작성됐다는 ‘문화계의 균형전략’이라는 한 보고서에 의해 폭로됐다.

이 보고서는 ‘과거 정권들이 좌파진영의 문화계에 치중했던 정책지원금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문화계와 정치권에 커다란 쟁점이 되기도 했다.

1차 출판시장이 좌파에게 점령당한 한국의 문화지형은 2차 지형인 영화와 방송에 그 에너지를 공급한다. 공전의 히트를 친 ‘웰컴투 동막골’, ‘JSA공동경비구역’과 같은 영화는 북한 인민군에 대한 동정심에 호소하는 내용이었고 ‘효자동 이발사’와 같은 영화는 보수 정치인들을 비인간적인 존재로 묘사했다.

‘괴물’ 봉준호 감독이 민노당 당원이었다는 점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자유보수진영에서 그러한 역량을 가진 문화 예술인들의 활동이 대단히 위축됐다는 사실이다. 능력이 없어서일까.

하지만 작가 이문열 씨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함축한다. “문인들은 보수색(色)을 드러내는 즉시 불이익을 당한다.”

실제로 이문열 씨는 노무현 정권에서 그의 책들이 노사모 세력들에 의해 불타는 ‘책 장례식’을 당했다. 후배 문인들이 울음을 삼키며 그에게 “함께 갈 수 없어 죄송하다”고 말하며 연락을 끊었다는 증언은 그로서도 고백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창비 권력’이라고 불리는 백낙청의 좌파 문화권력은 이후 한국 현대문학을 폐쇄적이고 소아적 자기 분열로 이끌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보신주의 문광부 관료들부터 개혁해야

이렇듯 출판계가 좌파의 권력 중심으로 편제되면서 이 출판으로부터 가장 영향력을 많이 받는 방송계가 좌파 문화 중심으로 떠오르게 됐다. 바로 KBS를 비롯한 방송사의 언론노조가 창설된 1993년부터다.

KBS 방송노조는 민주화의 동력을 타고 공영방송사의 편성권과 인사권에까지 그 힘을 미쳤다. 그결과 정통 다큐멘터리의 미학을 이어오던 KBS의 많은 PD들이 KBS를 떠났고 그 자리는 정치 PD들이 차지했다. 반미, 반자본 심지어는 종북의 색깔을 담은 방송 프로그램들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기에 꽃을 피웠다.

방송은 혁명의 도구였고 따라서 외부의 방송 작가들도 그러한 성향으로 충원돼 갔다. 1차 문화시장의 좌편향 출판서적들이 좌편향 방송물의 소스가 된 결과는 참혹했다.

고품격 문화 다큐멘터리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고 이념지향적 르포물과 시사보도물들이 다큐멘터리의 형식과 미학을 파괴한 결과 한국의 방송 다큐멘터리는 세계 방송시장에 명함을 내밀지도 못할 만큼 질적 하락을 겪게 됐다.

일본 NHK가 세계 방송 다큐멘터리 시장에서 두각을 발휘할 때 3대 공영방송이라는 KBS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알아주지 않는 존재로 추락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저열화에는 문화관광부 관리들의 보신주의와 진보라는 껍데기 좌파에 포획된 야당 정치인들, 그리고 보수 정치인들의 무관심과 기회주의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러니 이제 이러한 불균형은 시정돼야 한다.

그 시정의 단초는 먼저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문화관광부와 같은 정부 조직 내에 좌파 문화권력과 결탁한 공무원들을 솎아내고 자금 지원을 끊어야 한다. 아울러 보수진영의 문화 지식인들에게도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물론 그 평가는 결과를 향유하는 수용자들이 내릴 문제다.

자유보수의 문화예술인들은 준비가 돼 있는가.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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