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 핵전략
미국의 세계 핵전략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3.21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믿을 만한 핵우산 제공하겠다며 동맹들 핵개발 반대


미국은 2010년 4월 핵태세검토(Nuclear Policy Review)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100여 차례의 미 정부 부처 간 회담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향후 5~10년의 미국의 세계 핵전략을 담고 있는 중요한 문서다.

보고서는 미국의 핵전략으로 5가지를 밝히고 있다 ▲핵확산과 핵테러를 방지한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줄인다 ▲핵능력을 줄인 상태에서 전략적 억지력과 안정을 유지한다 ▲지역적 억지력과 미국 동맹 및 파트너의 안보를 재확인한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핵무기고를 유지한다.

이 가운데 핵심은 핵테러와 핵확산 방지다. 보고서는 현재 지구적 위기는 국가 간 핵교환이 아니라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의 핵테러와 점차 많은 국가들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라며 핵테러와 핵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미국 핵전략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냉전 후 국제안보 환경이 급격히 변해 지구적 핵전쟁의 위협은 사라지고 대신 핵공격의 위협은 증가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알 카에다와 같은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이 핵무기를 확보해 핵테러를 감행하는 것이 최고의 위협이라는 것이다.

또 북한, 이란과 같은 국가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UN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핵을 개발하고 있어 이를 통해 핵무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 또한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2월 연두교서에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의 확산을 방지하는 노력을 주도할 것”이라며 “그들(이란과 북한)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핵물질이 잘못된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핵확산과 핵테러 방지를 거듭 강조했다.

핵테러와 핵확산 방지에 중점을 둔 미국의 핵전략은 구 소련과의 핵 대결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전략과는 많이 다른 것이다.

보고서는 러시아와 미국은 더 이상 적이 아니라며 양국은 전략적 핵무기 수를 계속 감축하고 핵테러와 핵확산 방지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핵태세검토보고서가 발표된 직후인 2010년 4월 8일 오바마 미 대통령은 체코 프라하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New START(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를 체결하고 2021년까지 양국의 전략핵미사일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핵테러와 핵확산 방지를 위해 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비중을 줄이고 핵안보정상회담과 같은 국제 레짐을 통해 핵확산안보조약(NPT)을 확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냉전 후 미국의 재래식 군사력 우위 강화, 미사일 방어 능력 향상 등으로 재래식 무기와 생화학 무기 등 비핵공격의 억지력으로서 핵무기의 역할이 급감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NPT 당사국으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과 비핵확산의무를 준수하는 당사국들에 대해서는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은 “이것은 북한과 이란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들에게 미국의 핵공격 위협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켜 이들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NPT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핵태세검토보고서를 발표한 직후인 4월 12일 워싱턴DC에서 첫번째 핵안보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을 포함, 46개 국가 및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 이 정상회담은 1945년 UN 회담 후 최대로 많은 국가 수장들이 모인 자리였다.

이 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핵테러와 핵확산 방지를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향후 협력해나갈 것을 합의했다. 핵안보정상회담은 2년 뒤인 2012년에는 서울에서 열렸는데 이때는 50여개국 대표가 참석했고 2014년에는 네덜란드에서 열린다.

미국은 핵안보정상회담을 확대하면서 핵테러와 핵확산 방지를 위한 전 세계의 참여와 협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이 핵억지력 강화를 위해 핵개발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 핵무기의 근본 역할은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에 대한 핵공격 억지라며 이를 위해 믿을 만한 핵우산을 동맹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지역에 전진배치된 미국의 비전략 핵무기와 미국 내 핵무기 등으로 동맹국들을 향한 핵공격을 억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들이 핵억지능력이 없어도 안보이익이 보호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