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은 '청년문제'다
핵무장은 '청년문제'다
  • 이원우
  • 승인 2013.04.04 12: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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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미래를 갈라놓을 대한민국 핵무장론, 청년들이 발언해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조금 역량이 모자라도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 없던 힘도 내는 게 인간의 위대함이다. 1990년생인 김연아가 결코 가진 게 많아서 대단한 인간이 된 게 아니다. 자기 스스로 커다란 꿈을 꾸었고 그걸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도전을 반복하다보니 점점 더 위대해진 것이다.

인간의 집합인 국가 간의 문제에도 ‘역할’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현상은 관찰된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는 역량에 비해 국제정치에서 오히려 작은 역할만을 수행했던 측면이 있다.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니다. 직접 나설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믿음직한 우방들이 있었던 것은 오히려 다행한 일이다.

반면 별로 가진 게 없는데다 믿음직한 친구조차 없는 북한은 스스로 국제사회의 변수가 되는 주제 넘는 역할을 수행하며 괴물이 되었다. 지난 2월의 3차 핵실험은 그 결정판이다.

주민들은 극단적 고통 속에서 몸부림 치고 있건만 북한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끝내 미국,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실제 역량에 비해 북한의 비중이 터무니없이 거대해진 이유는 단 하나다. 핵무기가 절대무기이기 때문이다. 피겨 선수들이 김연아와 ‘김연아가 아닌 선수’로 구분되듯, 세상의 모든 무기는 핵무기와 핵무기가 아닌 무기로 양분된다.

지금 우리를 겨누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절대무기이며,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정황을 가지고 있는 북한은 연일 남한을 협박 중이다.

현재 상황에서 안보불감증은 ‘합리적 판단’

정작 국민들은 북핵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 3차 핵실험이 감행된 날 검색창 1위를 독차지한 건 그날 폭탄세일을 했던 화장품 브랜드였다. 일군의 남성들은 한국 여성들의 안보불감증을 탓하며 빈정거렸지만 잠잠하기는 주식과 외환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북핵문제에 대한 관심부족을 안보불감증으로 치부하는 것은 반쪽짜리 해석이다. 관심을 가져본들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국민들도 아는 것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건 합리적 판단이지 안보불감증이 아니다.

이미 국제정세는 북핵문제에서 대한민국을 외부인으로 치부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북핵이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음에도 우리의 역할은 관찰자, 방관자, 논평자에 불과하다. 미국과 중국과 북한이 알아서 얘기 끝내고 나면 우리는 주어진 결과 안에서 행동하면 된다는 수동적 자세다.

유일하게 주인의식과 생동감을 갖고 있는 주장은 대한민국 핵무장론 밖에 없다. 북핵에 맞서 이제 한국도 핵무기 보유를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미래한국 442호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시도였다. 조갑제 대기자도 한국 핵무장론을 펼치고 있으며 정몽준 의원과 작가 복거일 역시 찬성 논지를 편 바 있다.

그러나 정연한 이들의 논리가 무색하게도 핵무장론은 국민들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지 않아 보인다. 이것은 왜일까? 때때로 사람들은 메시지보다 스피커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즉, 보수 진영에서 이미 원로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이 얘기를 해 봐야 그저 ‘흔한 극우적 주장’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담론은 청년들이 주도해야 한다. 모르는 얼굴,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에 의해 파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따져보면 원로들보다야 청년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날이 더 많지 않겠는가? 이 문제는 반값등록금 따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중차대한 청년문제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기본적으로 대단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별로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만 현재 한국의 청년들은 머리가 너무 좋은 나머지 현실론을 지나치게 빨리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마치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이 그렇듯 소극적이고 눈치 보기식의 목소리만 내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매일매일 자신의 주장을 정돈해 발표하는 60대 논객 조갑제가 훨씬 더 청년적(的)이다.

이른바 보수적‧자유주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청년들마저도 북핵문제 같은 중요한 사안 앞에서 일단 선배들의 목소리부터 추적하기 바쁘다. 정규재는 뭐라고 말했지? 박성현은? 김성욱은?

그런데 보아하니 그들 사이에도 논쟁이 첨예하므로 감히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지금까지 그런 사람 중 하나로서 스스로 합리주의자라는 자위를 하고 있었지만, 이건 그냥 진영논리에서 이탈되기를 겁내는 주입식 교육의 재현일 뿐이다.

반대론도 근거 있어 … 중요한 건 토론 그 자체

핵무장 반대론 역시 자세히 검토하면 그 나름대로 탄탄한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합리적 주장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핵무장 찬성론이 비등할 때에만 합리적인 반대도 생명력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그게 아니면 혐전론과 굴욕적 평화론이 ‘진보’처럼 보이는 지금 상황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 숙고와 고민을 마친 청년들이 주장하는 핵무장론은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평화와 굴종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통합진보당 식의 주장은 한순간에 낡은 것이 될 것이며 핵무장론이 새로운 ‘진보’가 될 것이다.

그렇다. 핵무장 찬성과 반대 토론은 새로운 진보-보수의 메커니즘을 태동시키는 시작점이다. 지금처럼 사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지금보다 나은 상황을 위해 도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보를 꿈꾸는 청년다움이 아니겠는가?

북핵문제는 우리에게 인생의 갈림길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요구하는 중차대한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이것은 원로들이 아니라 앞으로 긴 시간동안 한반도에서 살아갈 젊은이들이 주도하고 해결해야 할 청년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보다 중요한 건 국민들의 여론을 환기하는 일이며, 그 여론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에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 중요한 토론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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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성 2013-04-10 00:33:56
청년들의 목소리가 비록 논리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면이 있지만 그 설득력은 더 있는 것같다. 그 이유는 소위 사회원로라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그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개인적 배경 문제가 오버랩이 되기 때문에 진정성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청년들은 이것이 없고 깨끗하다. 그리고 순수하다. 다른 계산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성을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