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의 마을공동체가 수상하다
박원순 시장의 마을공동체가 수상하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4.1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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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0일 <급진 민주주의 연구조합 데모스>라는 단체에서 도시생태와 관련된 세미나가 있었다. 이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유창복은 2001년 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마포 성미산 마을 투쟁을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두레 생협과 대안학교 등의 주민자치 조직을 만들어 일약 성미산 마을을 좌파진영의 해방구로 만든 스타로 떠올랐다.

이른바 ‘생활좌파’의 풀뿌리 조직운동은 그들의 전통적인 투쟁의 공간인 ‘현장’을 과거 공장과 농촌에서 도시 마을로 진화시켰던 것이다. 그것은 철저하게 그람시의 ‘헤게모니’투쟁을 실천에 옮긴 것이었다.

'생활좌파'의 풀뿌리 조직운동

이후 유창복은 (사)마을이라는 사단법인을 조직했고 이 조직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임한 지난해 9월 서울시로부터 725억원에 달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의 수탁자로 선정됐다. 이를 위해 별도로 16억원의 센터자금이 투입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마을공동체’를 지역자치 풀뿌리 사업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민간중심의 주도라는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마을활동가 3000여명을 활용한다는 관주도로 변경됐다. 활동가들을 인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개소식 열고 ‘마을공동체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서는 190명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3180명의 마을활동가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마을활동가는 주로 청년과 여성, 은퇴자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 마을공동체라는 사업에 투입되는 활동가들과 단체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 과거 386운동권 세력들이거나 이들과 직간접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도대체 마을공동체라는 사업에 왜 그런 좌파인사들이 주축이 돼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마을활동가'에게 팀을 이뤄 사업을 추진하면 매년 50개팀에 1년 간 1000만원 상당의 사업비를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주민이 마을사업 제안서를 작성해 종합지원센터로 신청하면 센터가 심사를 거쳐 마을 한 곳당 100만∼600만원의 재정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마을공동체'를 통해 서울시는 공공시설 내 718개 공간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북카페, 마을예술창작소, 청소년 휴카페 등 커뮤니티시설 리모델링비 및 운영비도 최고 50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서울시가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인큐베이팅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업을 담당하는 민간위탁 기관으로 ‘성미산 투쟁’의 활동가 유창복이 이끄는 '(사)마을'이 선정된 것이다.

이 센터에는 26명이 상주해 마을공동체사업에 대한 안내와 교육, 컨설팅 실행의 전 단계를 지원하고 공공과 민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2017년'의 의미

문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왜 2017년까지 3000명이 넘는 활동가를, 그것도 720억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관주도 사업으로 지원한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2017년은 대선이 있는 해이다.

서울시는 종합지원센터에 '마을아카데미'를 설치하고 이론과 현장실습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올해를 마을공동체 육성사업의 '초기단계'로 두고 마을 활동가 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사달이 발생했다.

경제 일간지 <헤럴드경제>는 지난 4일자 보도에서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 특정정치세력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시가 마을공동체사업 명목으로 특정 정치세력과 이익단체를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추진한 ‘우리마을 미디어 문화교실’ 사업을 통해 6개구 6개 단체에 1200만원이 지원됐는데 각각 300만원과 200만원을 지원받은 ‘구로 민중의 집’과 ‘중랑 민중의 집’이 “진보신당 당원들이 설립·운영하는 단체”라고 지적했던 것.

이에 대해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5일 논평을 통해 “기사에서 언급한 ‘구로 민중의 집’과 ‘중랑 민중의 집’은 진보신당 당원들이 주축이 된 공간이 맞다”면서 “하지만 그외에는 지역 풀뿌리 시민단체와 마을 주민들, 지역 노동조합이 함께 할 뿐 이들은 진보신당 당원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다른 그들은 누구란 말인가. 이 문제에 답을 알려면 이 사업을 수행할 (사)마을의 창립선언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복지, 문화, 교육, 일자리 등 사회 모든 분야가 집중되는 서울은 그동안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마을의 삶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경제적 가치만을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정책과 무분별한 도시재생, 뉴타운 개발 등으로 주민들의 기초생활기반을 붕괴시켰다.

또 주택과 주거환경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여기게 만들어 만성적 주거불안을 야기했으며 대다수 서민들은 전월세 문제, 일자리 부족, 높은 사교육비, 불안정한 노후대책, 자녀 보육 문제로 인해 이웃과의 소통이 단절되는 등 삶이 각박해져 가고 있으며 마을공동체는 급속히 붕괴됐다.

과거 마을 만들기를 주도했던 주체는 행정과 자본이었다. 권력과 거대 자본을 동원해 획일적으로 물리적 외형을 바꾸기에만 급급했다.”

(출처 : 사단법인 마을의 홈페이지- 창립선언문)

서울시로부터 725억에 달하는 마을공동체사업을 수탁한 이 단체는 창립선언문에서 ‘권력과 거대자본’에 대한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마을공동체 성격을 지배권력과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주체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소비에트 혁명의 농촌계몽운동인 ‘브나로드’와 프랑스 사회주의 운동의 ‘파리 코뮨’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좌파적 테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차기 집권 플랜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즉 서울시의 주요 거점 마을을 좌파진영의 운동성 진지로 구축하고 이를 통해 반체제, 반자본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 그것이다.

'마을'은 '성미산 투쟁'의 연장

이러한 사단법인 마을의 투쟁노선은 일찍이 이 단체를 주도해온 유창복의 ‘성미산 투쟁’으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이들은 마을의 재개발에 대항해 주민들을 선동하고 그들을 결속해 자신들만의 자치구를 형성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각 재야 정치세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결국 현 민통당이 우세를 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진보신당과 같은 또 다른 야권에서 이 마을공동체 운동에 대한 경쟁노선이 등장했고 이로부터 야권 내에는 마을공동체에 주도권 다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마을공동체의 잠재된 반체제 운동의 동력이 크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상묵 서울시의원이(새누리당) 최근 "마을공동체 사업은 관주도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에 나섰지만 이는 겉모습만을 본 결과였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그를 중심으로 하는 좌파진영내에 더 깊숙한 연대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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